아놀드 람 독일 아헨 공대 기계공학·화학과 졸업, 율리히 연구소에서 박사학위 취득, 다임러 연료전지·배터리·전기차 시스템 시니어 매니저, 현 e-테크놀로지스 대표 / 사진 e-테크놀로지스
아놀드 람
독일 아헨 공대 기계공학·화학과 졸업, 율리히 연구소에서 박사학위 취득, 다임러 연료전지·배터리·전기차 시스템 시니어 매니저, 현 e-테크놀로지스 대표 / 사진 e-테크놀로지스

“독일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도 함께 높아질 겁니다.”

24년간 친환경차 파워트레인(자동차에 동력을 전달하는 전동 장치) 전문가로 현장에서 근무한 아놀드 람 e-테크놀로지스(e-Technologies)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람 대표는 1995년 다임러에 입사한 뒤, 1997년부터 연료전지와 리튬이온전지, 준중형 전기차를 개발했다. 당시는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든 초창기였다. 친환경차 개발의 역사를 함께한 그는 올해 3월부터 전기차 컨설팅 업체 e-테크놀로지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람 대표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사인 일본 파나소닉을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이 흐름이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이 비효율적이고 주력 모델도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는 2021년 전후 시장 점유율이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 기업과 기술 협력을 늘려가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 호재다.


24년간 친환경차 기술을 연구했다. 친환경차 분야의 현재 트렌드는 무엇인가.
“내연기관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역할이 커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 에너지가 주 동력원이고, 화석연료가 보조 동력원인 자동차)보다 순수 전기차(100% 전기 에너지로만 움직이는 자동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서 2019년 상반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8만465대 등록된 반면, 전기차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6만652대가 등록됐다. 지난 6월의 경우 전기차 판매는 전월보다 26.5% 증가한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분기부터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2020년 이후 승용차에 지금보다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업계 현황을 알려 달라.
“현재 선두 기업은 미국의 테슬라다. 하지만 테슬라는 준중형차 모델3와 중형 스포츠카 모델S 등, 양산하는 차종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다품종 출시 전략을 쓰면서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현재 소형·준중형급에서는 닛산 리프와 르노 조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최근 다임러도 SUV 전기차 EQC400을 출시했다.”

유럽 기업의 전기차 출시로 전기차 시장이 변화할 수 있을까.
“유럽산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유럽산 전기차가 쏟아지게 될 2020~2021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차량의 기본 뼈대) 기술이 특히 기대된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자체 개발한 MEB(Modular Electrified Model Kit)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해 그룹 내 여러 자동차 브랜드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아우디 e-트론, 포르쉐 타이칸을 비롯해 내년에는 스코다 비전E, 2021년에는 아우디 e-트론 GT를 출시한다. 내년에 출시되는 폴크스바겐 ID는 기존 디젤차와 가격대가 비슷할 만큼 저렴하게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구입의 높은 장벽인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큰 매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 트렌드를 짚어 달라.
“현재는 파나소닉이 전기차 배터리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인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한국(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중국(CATL·BYD·리쉔), 일본(AESC·GS유아사), 미국(파라시스)이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셀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와 다른 전기차 생산 기업 사이에는 기술 개발의 방향에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작은 원통형 전지 수천 개를 이어붙여 배터리를 완성한다. 이 경우 배터리 시스템이 복잡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큰 평판형 전지를 연결하는 방식을 쓴다. 후자의 방식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패권이 테슬라에서 독일 기업으로 넘어간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현재는 테슬라의 파트너인 파나소닉이 생산량 1위이지만 독일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한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전략은 무엇인가.
“배터리 셀 기술은 아시아 기업들이 이미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유럽 기업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셀과 모듈을 수입한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배터리 ‘시스템’ 구축이다. 배터리 시스템이란 배터리 팩, 전기·전자 부품,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소프트웨어, 냉각 기술, 전기 모터, 인버터 등을 포함한 전기차의 구동 체계 전반을 말한다. 각각의 기술은 아직 아시아 쪽이 높지만, 모든 요소를 통합·조율해 최고의 전기차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독일 완성차 업체가 최고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독일 인근의 동유럽권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최선의 전략이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동유럽 지역에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완성차 업체 생산라인이 집결해 있기 때문이다. 이 생산라인은 점차 전기차 기술의 개발지로 거듭나고 있다. 다임러는 독일의 접경 지역인 폴란드 야보르(Jawor)에 공장을 신축했는데, 이곳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배터리 생산라인이 있다면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셀 생산 공장도 당연히 필요하다. 바다 건너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배터리 공장 근처에서 생산해 조달하는 것이 물류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아시아권의 배터리 셀 기업들이 이곳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또 폴란드 같은 나라는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환경 규제가 약하고 공장 설립 승인 절차도 간단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패권을 양분하고 있다. 독일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독일도 배터리 시스템의 개발과 제조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독일 내에도 배터리 제조사들이 들어와 있다. 독일 비터펠드 울펜에 미국 파라시스, 에르푸르트에 중국 CATL이 배터리 셀 제조를 위해 들어와 있다. 독일 정부는 추가적으로 5억유로(약 6697억원)를 배터리 셀 노하우를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독일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콘소시엄에 총 10억유로(약 1조3394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완성차 업체와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배터리 1(킬로와트시)당 65~70유로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과 고성능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1회 충전으로 400㎞가량 달리는 최신 준중형 전기차에는 60 정도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즉 이 배터리 단가를 500만원 정도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김소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