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노보루(佐藤登) 요코하마대·대학원 전기화학과, 도쿄대 공학 박사, 혼다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담당 수석 엔지니어, 삼성SDI 상무
사토 노보루(佐藤登)
요코하마대·대학원 전기화학과, 도쿄대 공학 박사, 혼다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담당 수석 엔지니어, 삼성SDI 상무

“한국 배터리 업계의 투자 판단과 속도감은 일본에는 없는 강점이다. 시장 개척 능력도 일본보다 우세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미 고객 획득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토 노보루(佐藤登) 나고야대 객원교수는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한·중·일 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며 잘하고 있다고 본다. 리튬이온배터리 이후 차세대로 평가받는 전고체배터리(all solid state battery)에 대해서도 “일본이 우위에 있고 한국은 뒤처져 있지만,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 기업이 리튬이온배터리에 집중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과 많은 보조금 때문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2020년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면 지금과 같은 출하량 증가는 기대할 수 없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2020년 이후에는 전지 업계의 경영 파탄이 드러날 것이라고 혹평했다.

혼다자동차에서 전기차 배터리 개발 담당 수석엔지니어를 지낸 사토 교수는 이후 2004년 삼성SDI에 스카우트돼 8년간 한국 기업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최고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온라인판에 2013년 4월부터 현재까지 격주로 ‘일본의 강점, 한국의 강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배터리 업체의 협업 상황은.
“도요타가 1996년에 니켈수소배터리로 합작 사업을 시작한 PEVE가 현재는 (전기차의 대세인) 리튬이온배터리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도요타와 도요타 합작 기업인 PEVE, 2020년부터 도요타와 합작 사업을 시작하는 파나소닉은 도요타의 전동화(電動化) 전략이 가속화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전동화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가는 차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도요타는 차량 전동화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PEVE와 파나소닉의 조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일본의 GS유아사·도시바·도요타자동직기, 중국의 CATL·BYD와 새로운 얼라이언스(동맹)를 형성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새로 동맹을 맺은 각각의 배터리 회사들과 협업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모른다. 또 혼다와 GS유아사의 합작사업인 BEC (블루에너지)가 있고, 미쓰비시자동차와 미쓰비시상사, GS유아사의 합작사업인 LEJ(리튬 에너지 재팬)도 있다.”

중국과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상황은.
“보조금 정책으로 유지돼온 중국의 CATL이나 BYD는 생산 용량 확충과 고객 획득으로 성장을 이뤄왔다. 중국에서는 이 밖에 A123 등의 존재감이 있긴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중국 업체는 5개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LG화학을 필두로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에 거점을 구축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시장을 이미 많이 개척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존재감이 크다. 향후 생존 경쟁에서도 이 3개 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독일 폴크스바겐과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끼리 손잡는 것이 현재 트렌드인가.
“국제적인 트렌드는 아니다. 다만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전략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배터리 업체가 특정 자동차 업체와만 협업하게 되면,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배터리 업체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공급 제의가 들어와도 협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차량용 배터리 업체 글로벌 톱10 자료를 보니 출하량 기준 중국이 7곳, 한국이 2곳, 일본이 1곳이더라.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즉 신에너지차(NEV) 규제 때문이다. NEV 규제는 자동차 업체의 생산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보조금을 뿌림으로써 배터리 출하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면 지금과 같은 출하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그 이후에는 경영이 파탄 나는 중국 업체가 꽤 나올 것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다음 세대라는 전고체배터리 시장 상황은 어떤가.
“우선은 기초 연구 단계여서 실용화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전고체배터리의 연구·개발에서는 도요타가 앞서고 있지만, 2020년대 중반에도 실용화가 가능할지 애매하다. 각 배터리 업체들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전고체배터리는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나.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SDI와 LG화학도 연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이 연구·개발비나 인력을 늘리면 추월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 최대한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배터리가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만큼 매력을 갖는다면 시장 확대가 가능하겠지만, 1세대 전고체배터리는 그만큼의 매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 업체들이 리튬이온배터리 사업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 배터리 업계의 투자 판단과 속도감은 일본에는 없는 강점이다. 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능력도 일본보다 우세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미 고객 획득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노선으로 괜찮은 걸까’에 대한 답은 중국 업체들의 해외 시장 개척이 어디까지 진행될까에 달려 있다.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경쟁력은 약간 다른 문제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역사는 1997년부터 이어져 왔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지식 재산도 많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건투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의 우위는 전동화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다.”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패권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은 각각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마다 각각의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에 강한 소프트웨어 기업과 제휴는 불가피할 것이다.”

정재형 선임기자,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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