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경제학 박사,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일본 총리 고문
예일대 경제학 박사,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일본 총리 고문

8월 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쿄 지요다구 총리 관저로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를 불렀다. 오는 10월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현재 8%에서 10%로 인상하려고 하는데 그의 조언이 필요해서다. 일본은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고, 이후 10%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했다가 총선 등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두 차례 인상을 연기해, 오는 10월부터 10% 세율을 적용키로 했었다. 하마다 고이치 교수를 만난 후 아베 총리는 “예정대로 증세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일본 국민이 적용받는 증세는 정부 경제 정책 중에서도 핵심 정책이다. 불필요하게 세율을 올렸다가는 국민의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아베 총리가 하마다 고이치 교수를 찾은 것은 그가 아베 정부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하마다 교수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취임한 후 총리실 고문(내각관방 참여)으로 아베노믹스의 틀을 짰다. 그가 생각한 아베노믹스는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심각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를 풀면,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정책이다. 리플레이션 정책으로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

하마다 교수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 원화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고 이 때문에 한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양적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세계 각국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나.
“각국 금리가 낮아지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 은행들의 기초체력이 약해진다. 건전성과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주요국 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

하마다 교수가 말한 원화 가치 상승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를 계속 내리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가 된다.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해외 투자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으로 몰려오고 달러화 등 외화 공급이 많아져서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1달러를 사려면 1200원을 줘야 했는데 1000원으로 1달러를 살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업들이 파는 제품을 달러화로 환산했을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일본도 엔화 강세 때문에 수출 기업들이 고통을 겪자 인위적으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국도 양적 완화를 생각해봐야 한다. 양적 완화가 원화 가치 상승을 막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하마다 교수가 말한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불황에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시중은행 등이 갖고 있는 국채 등을 매입해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늘리는 경기 부양책이다. 양적 완화로 시중에 유통되는 원화가 늘면 원화 가치 상승이 억제된다.

일본은행은 2001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양적 완화를 했고 2012년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양적 완화를 한 적이 없다.

일본은 10월에 소비세를 올린다. 증세에 찬성하나.
“절대 반대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증세한다면 그것을 웃도는 규모의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돈을 걷어가기만 하고 풀지 않으면 미래의 경제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비세율을 올린 후 경기가 나빠지면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서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그늘(경기 침체)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마다 교수는 2017년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도 “일본 경제가 회복되고 임금도 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소비세를 올리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소비세 인상에 대한 긍정적 견해는 유지했다. 하지만 정부가 소비세를 올릴 때는 재정 지출을 해서 더 거둔 세금을 시중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이 정책이 효과 있다고 생각하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마이너스 금리는 결국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과세와 같다. 민간 금융기관의 체력을 앗아가고 말았다. 양적 완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해 국채를 계속 매입하면 국채가 고갈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괜한 걱정이다.”


하마다 고이치는 누구?

아베 총리의 경제 스승

계량경제학(통계를 이용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를 설계했고, 매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대응을 강조한다. 필요에 따라선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의 견해를 받아들여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때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증세가 금리 인하 효과를 없앤다는 것이다.


plus point

하마다 고이치와 MMT 이론

하마다 고이치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을 조목조목 반박한 학자로도 유명하다. MMT는 정부의 재정 적자(국가 부채)가 누적돼도 화폐를 찍어내서 이를 갚으면 되기 때문에 완전 고용이 될 때까지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완전 고용을 달성하면 물가가 올라가지만 이는 다시 세금을 더 걷고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거둬들이면 해결된다고 이야기한다. 스테파니 켈튼 미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 교수는 일본이 재정 적자가 쌓여있지만 물가 상승 없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MMT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국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마다 교수는 일본 정부는 미국 등 해외에 갖고 있는 자산이 많기 때문에 재정 적자가 쌓여있는 국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해용 기자,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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