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 경제학과,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와세다대 경제학과,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한국의 기준금리가 0%(제로 퍼센트)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이렇게 내려가면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결국 부동산 버블(자산 가치 급상승)이 발생한다. 버블이 터지면 장기 경기 침체가 올 것이다. 한국이 먼저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할 시기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장기 경기 침체 상황과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향후에 독(毒)이 돼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기우치 다카히데는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장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가 말한 버블 붕괴는 일본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겪었던 일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호황이 계속됐는데,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과열하면서 자산 가치가 급상승했고 ‘일본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다. 도쿄 미나토구의 지가는 3.3㎡당 1900만엔(약 2억1800만원), 긴자는 3.3㎡당 1억엔(약 11억4600만원)에 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0년과 1991년 주가지수와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면서 일본 경제는 20여 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이 일본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간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기 쉬워지자 너도나도 빌린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고 이게 버블 경제의 시작이었다.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말한 것처럼 한국 경제가 버블의 초입에 왔을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자산가들은 어떻게 돈을 지켜야 할까?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5%다. 어디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나.
“한국의 기준금리가 0%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0% 정도까지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국가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처럼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은행의 수익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폐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제로 금리를 도입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되나.
“세계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버블이 끼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것은 이런 버블 형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 부동산 가격도 버블이 형성될 수 있나.
“한국 부동산도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앞으로 한국은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텐데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버블이다. 하지만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 때문에 부동산을 통한 임대료 등 기대수익이 점점 낮아지는 와중에 버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버블이 붕괴할 수 있어서다. 일본은 부동산 가격의 버블 붕괴가 장기 경기 침체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금리로 과도하게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사람과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대출 행태가 문제였다. 한국은 일본이 겪은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가 지적한 대로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한강 남쪽에 있는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8월 10억1111만원을 기록했다.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0억원을 넘은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선경2차·개포우성2차)가 23억~24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버블이 낀 국내 부동산을 대신해 일본에 투자한다면, 어떤 금융 상품에 투자해야 하나.
“일본에 투자한다면 국채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앞으로 엔화가 강세로 갈 것인데 이렇게 되면 엔화로 발행된 일본 국채를 산 사람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 100만달러가 있다고 해도 일본 국채에 투자할 것인가.
“그렇다. 당분간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본다. 경기 침체 시기에는 엔화가 강세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한다. 일본 내 자산에 보수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국채가 제격이다.”

환율로 보면 어느 정도까지 엔화 강세가 될 것으로 보나.
“올해 안에 엔·달러 환율이 1달러에 100엔이 될 가능성이 있고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가게 되는 경우에는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90엔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본다.”

8월 28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5.85엔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주장대로 1달러당 90엔이 되면 1000만엔(약 1억1400만원)어치 일본 국채에 투자한 사람은 국채 이자를 제외하고도 1만6600달러(약 2015만원)의 환차익을 얻는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가.
“부동산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 과거 부동산 버블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 부동산 가격은 비싼 것 같다. 경기가 악화하면 곧 시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길게 본다면 지금이 일본 부동산 가격의 피크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 대출에 의지하는 일본 지방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도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는 누구?

금리 인하 반대하는 아베노믹스 저격수

2007년부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가 2012년부터 5년간 일본은행(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낸 후  노무라종합연구소로 돌아왔다.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해당한다. 그는 심의위원 재직 중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2016년 1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려 하자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베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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