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에 베팅한다면 채권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령화시대에 베팅한다면 채권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2000년으로 기억한다. 직장인 예·적금이라도 가입할 요량으로 한 시중은행 지점을 방문했을 때 객장 직원이 연거푸 내뱉었던 말이다. “왜 그러시냐?”고 되물으니 돌아온 답은 “금리가 너무 낮아서”였다. 당시 가입한 금융 상품의 연 이자는 10%였다. 현재는 상상하기 어려운 매우 높은 금리다.

#2 2017년 7월 한국은행은 인구 고령화 요인만으로 경제 성장률을 2036~2045년 0%, 2046~2055년 -0.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경제 불안 상황이 계속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채권투자에 나서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추가 금리 하락을 통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채권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금리가 이미 많이 낮아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8월 16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7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29일에는 1.248%로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지표인 기준금리(1.50%)보다도 낮다. 채권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정상이다. 만기가 길어진 만큼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즉 갑순이가 갑돌이에게 돈을 빌려주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갑순이가 이 돈 받을 확률은 10년 빌려줬을 때보다 7일을 빌려줬을 때 더 높다. 따라서 10년을 빌리고자 한다면 갑돌이는 그만큼 더 많은 이자를 갑순이에게 줘야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기간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은행 예금금리도 일찌감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은행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7월 중 연 1.69%(가중평균금리 기준)까지 떨어졌다.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같은 기간 1년 만기 정기예금 대부분(94.3%)의 금리가 이미 연 2% 미만이다. 사실상 연 2%대 정기예금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채권투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 이야기를 잠시 뒤로 하고 한국 경제 상황을 짚어보자. #1 사례는 기자의 경험담이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예금금리는 사실상 5분의 1토막이 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후는 어떻게 될까.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연상이 가능하다. #2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은도 이미 우리 경제가 일본을 닮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위축시킨다. 이에 더해 한국은 산업구조 개편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 미·중 무역분쟁과 수출 부진 등으로 이미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대세다. 채권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진한 경기를 견인하기 위해 한은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국채, 회사채 등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이 같은 경제 전망에 동의한다면 좀 긴 안목에서 직·간접 방법을 동원해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1│편한 간접투자는 ETF

우선 간접투자 방법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투자가 대표적이다. ETF는 특정 지수를 기준으로 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접근이 쉽다. 박태근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범용성이나 접근성에서 ETF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2│직접투자는 국고채

직접투자 방법으로는 채권 중에서도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고채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은행채나 회사채도 있지만 은행이나 기업이 망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은 그야말로 휴지 조각이 된다. 반면 국고채는 기획재정부, 즉 우리나라가 발행한 채권이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떼일 염려는 없다. 국고채 투자 시 기존 유통되는 국고채보다 새로 발행하는 국고채를 권한다.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고채 유통을 위한 도매상 격인 국고채 전문딜러(PD·Primary Dealer)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국고채 입찰 전에 인수 의사를 밝히면 된다.


3│공격적 투자는 국채선물

공격적인 투자도 있다. 바로 선물 상품인 국채선물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3년과 10년 국채선물 두 종류가 거래되고 있다. 다만 위험성이 높은 만큼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만 권한다. 선물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개시증거금 3000만원을 입금하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1억원짜리 한 계약 3년 국채선물의 경우 65만원, 10년 국채선물의 경우 230만원 수준에서 살 수 있다. 그만큼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상당하다.


4│위험 분산은 달러 표시 한국 채권

해외 투자를 통해 원화에 집중된 자산을 달러화로 분산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국내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발행한 코리안페이퍼물(KP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우리나라 경제나 기업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 사정을 파악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KP물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또 발행에 성공하려면 통상 A-등급은 돼야 한다. 국제 신평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은 국내 신평사가 매기는 국내 신용등급보다 통상 3단계 정도 낮다.

즉 국내 기준으로 보면 최소 A+등급보다 높은 우량물이다. 육민혁 하나금융투자 해외금융팀장은 “KP물을 포함한 달러화 표시 채권은 금리보다는 환율에 민감한 상품”이라며 “향후 큰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5│안정적 투자는 전단채와 영구채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면 A1 등급으로 만기가 짧은 3개월물 전자단기사채(전단채)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전단채의 경우 금리가 연 1.7% 정도다. 신종자본증권의 일종으로 은행 발행 영구채도 괜찮다. 말이 영구채지 보통 5년 후 콜옵션(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어 현금화가 가능하다.

현재 연 2%대 후반에서 연 3%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은행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5년 이내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다고 본다면 영구채는 안전자산에 속하는 상품이다.

김남현 이투데이 자본금융전문기자, 전 유진투자선물 채권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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