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ETF는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금리 하락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금리 하락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선행 지표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초 3.24%로 고점을 찍은 후 9개월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시장금리를 선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시장이 먼저 나서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1981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인상)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최근의 빠른 금리 하락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미스터 마켓(Mr. Market)’은 언제나 옳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스터 마켓’은 다름 아닌 시장을 뜻한다. 시장은 수많은 참여자로 구성된 일종의 집단지성이다.

‘미스터 마켓’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금리 하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당초 2019년 3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은 계획을 수정해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순응해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예고된 금리 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금리가 하락함으로써 시장에 유동성이 확대(돈이 풀림)돼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낙관적 프로세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이는 절반만 옳은 얘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기 하강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과 장기 금리는 수렴한다는 속성을 상기한다면 금리 하락은 오히려 자산 가격 하락을 경계해야 할 시그널(신호)로 봐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일명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경기 상황)’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는 2006년 6월 주택 가격의 하락 전환으로 위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 시점은 시장 금리의 하락 전환 시기와 일치한다.


채권·현금성자산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해야

최근 몇 년간을 살펴보면 2016년 이후 시장 금리는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이 시기는 글로벌 증시 및 부동산 가격의 급등 시기와 거의 정확히 겹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10년 동안의 경기 확장 국면이 종료되고 경기 둔화 사이클로의 전환을 강하게 암시하는 이번 금리 하락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태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자산이라는 표현은 손실을 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볼 때 오히려 반대로 위험자산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안전자산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자산에서 ‘위험’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상 손실이 아닌 ‘불확실성’이다. 확정된 손실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지만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가 훼손되기 쉬운 금리 하락 국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임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불확실성을 경감해야 한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은 주식과 원자재, 부동산 등이다. 반대로 안전자산은 주로 채권과 현금성 자산이다.

아울러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있어 비슷한 맥락으로 지역별 비중 조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대비구도를 선진국과 신흥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시장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때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면밀히 분석하곤 하지만 사실 자산 가치 변동에 있어 펀더멘털이 차지하는 역할은 의외로 크지 않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면 1997년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 신청 직전까지 외신들의 이어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은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위기는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당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주장 그 자체는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기유동성 부족은 결국 다들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중대한 결과(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자산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정작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보다 오히려 신흥국에 더 큰 타격을 가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저금리 국면이 의미하는 저성장 구조는 각 국가들이 처한 개별적 여건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신흥국 시장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신흥국 경제의 활기를 위축시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흥국 시장에 유입돼 있는 선진국의 자산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美 달러화 자산에 집중 투자해야

결국 금리 하락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해야 할 합리적인 전략은 선진국 자산의 비중 확대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 달러화 자산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가 가진 특별한 지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외에도 2000년대 초반 통신기술(IT) 버블 붕괴 등 미국 경제의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미국 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달러화가 단순히 한 국가의 통화 이상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달러화는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 투자자에게 위험 회피와 투자 수익 양면으로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달러화에 투자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화폐로서의 달러 그 자체를 보유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달러화 표시 채권이나 주식을 환위험 노출로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원·달러 환율의 등락이 고스란히 손익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띠고 있어 투자가 쉽지만, 위험도는 높다.

두 번째 방법은 미국 상장 주식이나 채권 또는 ETF(Exchange Traded Fund·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를 매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손익구조 역시 복잡하지만 리스크는 상당 부분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 해외 투자 시 환헤지 투자가 더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투자 과정에 발생하는 전체 리스크 중 일부에 불과한 환리스크만을 고려한 데서 빠지기 쉬운 오해다. 환노출 투자는 해당 통화와 해당 자산을 한꺼번에 매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 해당 통화가 강세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면 환노출 투자로 해야 한다.

이런 여러 사항을 고려할 때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장기채 및 중기채 ETF가 현시점에서 리스크 회피 및 수익 확보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투자 대상이다.

글로벌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현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하락과 증시변동성 상승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경기변동 관점에서 자산 가치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경기하락이 지속되는 기간은 대략 18~24개월 정도로 그다지 길지는 않다. 그 기간에 한해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고 달러화 기반의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적절하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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