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탁자 위에 놓인 골드바와 19~20세기 유럽 국가에서 유통됐던 금화.
나무 탁자 위에 놓인 골드바와 19~20세기 유럽 국가에서 유통됐던 금화.

박모(36)씨는 8월 2일 1000만원의 여유자금으로 한국거래소(KRX)에서 금을 샀다. 금값이 계속 올라 3.75g(1돈)에 20만원이 넘었지만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어 금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는 “은행에 정기예금을 넣으려고 해도 거의 이자를 주지 않고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마땅한 종목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 안전한 금을 샀다”며 “비싼 것 같긴 했지만 앞으로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씨는 1돈에 20만7788원(1g당 5만5410원)을 주고 금을 샀다. 그런데 1주일 후인 9일에는 1돈에 22만3313원(1g당 5만9550원)이 됐다. KRX에서 2014년 3월부터 금이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최고가였다. 금값은 현재 5만8000원 수준이다. 국제 금 시세도 트로이온스(31.1g)당 1538달러(약 186만원·8월 28일 기준)로 지난해 12월보다 20% 상승했다.

국내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KRX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8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매수한 금은 1504㎏에 달했다. 7월 매수량(170㎏)의 9배에 가까운 규모다. 2014년 3월부터 KRX에서 금을 팔기 시작했는데 8월 매수량이 가장 많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내리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금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저금리에도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원자재가 많다. 이 때문에 은행 예·적금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 상품으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1g도 살 수 있는 안전자산, 금

원자재 중 대표 투자 상품은 금이다. 금은 저금리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꼽힌다. 금은 금융위기가 와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물가가 오르면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와 달리 안정적인 가치를 인정받는다.

금 투자 방법은 다양하다. 금을 실물로 보유할 수도 있고 은행 금 예금(골드뱅킹)이나 금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또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사채(DLB) 등에 투자해도 된다.

가장 손쉽게 금을 사는 방법은 KRX 금 현물시장(이하 KRX금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거나 기존 증권사 계좌를 이용해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전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거래시스템(MTS) 등으로 거래할 수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금의 순도를 확인해주고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과 인출을 담당한다. 또 장내 매매차익에 소득세가 붙지 않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단 증권사에 0.5% 안팎의 거래수수료를 내야 한다.

1g보다 더 작은 단위로 금을 모으고 싶다면 금 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 예금은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입금하면 국제 시세에 따라 금을 매입해 적립해 주는 상품인데 0.01g 단위로 금을 살 수 있다. 통장에는 매입한 금의 중량이 표시되고 실시간으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다만 세금 측면에서는 KRX금시장보다 불리하다. 금 현물을 인출할 때 부가세(10%)를 내야 하고 매매 차익에는 배당 소득세(15.4%)도 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금 ETF(상장지수펀드)는 국제 금값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한 금융 상품이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자유롭다. 금 ETF는 1주당 1만원 미만에 살 수 있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2│미·중 무역분쟁은 희토류 투자 기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원자재는 희토류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의 필수 원료인데 세계 생산의 9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산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안 하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고 희토류 생산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 수 있다. 희토류 가격에 따라 주당 가격이 정해지는 ‘밴엑 벡터스 레어 어스 스트래티직 머티리얼 ETF(REMX)’라는 금융 상품은 뉴욕증권시장에서 거래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막았던 2011년 주당 115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당 12달러 선이지만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강경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거래량과 가격이 10% 이상 변동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니켈도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원자재다. 최근 세계 공급량의 2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가격은 t당 1만5600~1만5700달러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올해 초보다 40% 이상 오른 가격이다.


3│올해 들어 50% 오른 원유

세계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거래되는 원유에 투자하는 것도 저금리 시대의 투자법이 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원유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0월에 인도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5.78달러(8월 28일 기준)에 거래됐다. 또 두바이유(59.11달러), 브렌트유(60.49달러)도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에서 거래됐던 것에서 30~50% 이상 오른 것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에 투자할 때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계획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20달러까지 하락했던 WTI는 2017년 60달러(30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투자를 시작할 때 미리 투자 시점 가격보다 얼마나 가격이 낮아지면 손절매를 할지,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실현할지를 정해놓고 투자를 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국제 유가에 투자하는 대표적 방법은 ETF다. ETF는 원자재의 선물거래(상품 또는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인수할 것을 약정하는 거래)를 주가지수처럼 지수로 만들어서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ETF는 환매 조건 없이 언제나 HTS 등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고 몇십만원으로도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식처럼 가격 하락의 제한이 없어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

국제 유가에 투자하는 또 다른 방법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을 이용하는 것이다. DLS는 일정 수준 이하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정해진 이자를 준다. 일정 수준 이하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확정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이 경제상황과 산업의 변화에 특히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는 유망 원자재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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