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니어 부부가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고 있다.
한 시니어 부부가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고 있다.

미국 운동화 제조사 뉴발란스(New Balance)는 최근 국내에서 독특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새로운 회색의 서울(The new grey Seoul)’이라는 이름의 이 마케팅은 50대 이상 서울에 사는 한국 중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뉴발란스 운동화를 착용하기 전의 모습과 운동화를 신고 의상까지 맞춰 입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란히 올리는 것이다. 코디 후 확 달라진 사진을 본 젊은 SNS 사용자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뉴발란스 공식 페이스북에는 ‘너무 좋습니다. 다음에는 아버님 말고 어머님도 해주세요.’ ‘드라마틱한 변화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기업들이 ‘액티브 시니어’ 고객을 모시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한창이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를 뜻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들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한 신용카드사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말 현재 60대 이상 고객의 해외 카드 결제 이용 금액이 5년 전인 2015년 상반기 말에 비해 1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50대 이상 시니어 타깃 서비스가 주목된다. 이 회사들은 IPTV(인터넷망을 통한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의 눈길을 끌 만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건강부터 취미·여행까지 시니어가 원하는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앞서 나가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이 회사는 50대 이상 세대가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 모은 미디어 서비스 ‘U+tv 브라보라이프’를 선보였다. ‘U+tv 브라보라이프’에서는 자체 제작 영상 158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출연해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주요질환에 대한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우리 집 주치의’ 영상과 은퇴 후 두 번째 직업을 찾은 동년배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나의 두 번째 직업’ 영상의 이용률이 높다”고 전했다. KT는 ‘올레TV’에서 50대 이상 고객을 타깃으로 한 자체 제작 콘텐츠 70편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도 ‘bTV’에 시니어 전용관 ‘VIVA 시니어’를 개설하고 중장년층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가고 있다.

‘돈이 되는’ 새로운 고객층을 금융권에서 놓칠 리 없다. 신용카드업계는 시니어 소비 패턴에 특화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쇼핑과 의료 업종에서 최고 10% 할인 및 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버스·도시철도·택시요금도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5% 할인된다. 금강보청기(30%), 안경나라(7%), 정관장과 하이모(각 5%) 등에서도 이 카드로 결제하면 할인된다. NH농협카드는 의료 업종에서 월 1만원까지 할인되는 신용카드를 판매한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건강 관련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365일 홈케어 서비스’ 혜택을 준다. 365일, 24시간 건강상담이 가능하다. NH농협하나로마트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최대 10%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은행도 시니어 모시기에 한창이다. KEB하나은행은 ‘하나 생전 신탁(Living Trust)’ ‘치매 안심 성년후견 지원 신탁’ ‘가족 배려신탁’ 등의 신탁 상품(금융기관이 개인이나 법인 등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일정 기간 이 자산을 운용해서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은퇴 후 생활비를 예상해주는 프로그램 ‘원큐(1Q) 은퇴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구를 찾는 시니어를 위해 ‘행복동행금융창구’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에게 특화된 ‘KB골든라이프 열두번의 행복’ 브랜드를 선보였다. ‘열두번의 행복’이란 매월 찾아오는 월급날의 행복을 은퇴 후에도 느낄 수 있도록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객의 투자 자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판다.

우리은행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니어의 은퇴 등 재무설계를 지원하는 ‘웰리치 100머니 플랜’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은퇴를 앞둔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부부은퇴교실’을 반기에 1회씩 진행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도 시니어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라이나생명 전성기 재단’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은 시니어를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시니어들이 취미 생활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뉴발란스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회색의 서울(The new grey Seoul)’ 마케팅 사진들. 사진 뉴발란스
뉴발란스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회색의 서울(The new grey Seoul)’ 마케팅 사진들. 사진 뉴발란스

평일 골프장 구세주로 떠올라

한편 ‘액티브 시니어’는 2015년 3월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타격을 입은 골프업계에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A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평일 주간 이용객들은 활동적인 시니어들이 대세”라며 “평일은 주말에 비해 부킹이 상대적으로 쉽고 그린피도 저렴하다는 점을 잘 활용한다”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재테크와 운동을 결합한 금융 상품 출시로 연결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골프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파악해 금융과 운동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XGOLF 정기예금’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이 상품은 100만원 이상을 1개월 넘게 예치하면(연이자 1.45%) 골프 기프트회원권(유효 기간 10개월)을 지급한다. XGOLF는 골프 부킹회사다. 기프트회원으로 등록하면 전국 300개 골프장에서 주중 1회, 토요일과 일요일 각 1회 등 3회 무료부킹이 가능하다.

잭니클라우스 등 패션회사도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기능성 골프웨어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과거 ‘실버세대’가 나이에 맞는 차림새를 지향했던 반면 ‘액티브 시니어’ 세대는 이른바 ‘노티(노인 티)’나는 걸 질색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요 백화점에서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던 패션 브랜드가 사라지고, 연령대를 초월한 ‘에이지리스(ageless)’를 콘셉트로 하는 패션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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