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근무 중 목덜미를 주무르고 있다.
한 여성이 근무 중 목덜미를 주무르고 있다.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아무리 좋은 근무환경이라도 조직원인 관계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지난해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중 19만5600명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직무(일), 직장 내 대인관계 문제, 개인적 대인관계 문제(이혼 등), 질병이나 상해, 금전 문제를 선정해 각각의 요인이 미치는 스트레스 변화를 담았다.

직장에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이 2.7배 높아졌다. 불안감은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2배,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변화로 1.68배 높아졌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극단적 선택(자살)’까지 생각한 비율이 높았고, 일부는 이를 시도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직장인 1245명을 대상으로 직장 스트레스 원인에 대해 조사했다(복수 응답).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상사의 업무 관련 메시지로 97%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직장 내 스트레스가 신체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서울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직장인이 자주 앓는 스트레스성 질환과 대처 방안에 대해 정리했다.


심혈관·근골격·위장에 악영향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관계자는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같은 성인병도 일종의 정신과 질환”이라며 “내과 입원 환자의 약 70%가 스트레스와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했다. 내과 치료가 선행돼야 함은 당연하지만, 정신건강의학적인 접근을 병행하면 더 좋은 치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내과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거나 때로는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비상에 걸린다. 뇌에는 호르몬 분비와 자율신경계를 관장하는 시상하부라는 부분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곳에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자율신경이 흥분돼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이처럼 몸이 비상에 걸리는 시기를 경계반응기라고 한다. 경계반응기는 대부분 일시적이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원상복귀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집중하다가 탈진기에 돌입한다. 탈진기가 되면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이 발생한다.

특히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기관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근골격계, 심혈관계, 위장계가 있다. 고혈압과 협심증 등은 심혈관계 질환, 소화성 위궤양이나 과민성 대장염은 위장계 질환이다. 이외에도 가려움증 등의 피부 질환도 스트레스성 신체 질환의 일종이다.


1│머리 아프면 휴식과 가벼운 운동을

정신과 병명 가운데 정신신체장애라는 것이 있다. 정신적인 요인에 의해 신체적인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경우 붙이는 병명이다. 대표적인 정신신체장애로 긴장성 두통이 있다.

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종사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두통 유형이다. 오후가 되면 뒷머리와 목덜미가 무겁고 뻐근해진다. 머리가 맑지 않고 심한 경우 어깨나 등, 허리까지 통증이 내려간다.

긴장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만성적인 피로 현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긴장하다 보니 근육이 굳고 피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업무 중간중간 어깨와 목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긴장을 풀어주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2│심혈관계 질환은 약물치료 필요

중년기 사망의 주요한 요인인 고혈압이나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은 억눌린 감정이나 분노가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는 경우 자율신경이 흥분하면서 발생한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 갑자기 혈압이 높아져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혈압강하제만으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항고혈압 약물과 함께 소량의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혈압이 안정된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폭식이나 과음을 하면 심장에 부담이 커지므로 삼가야 한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경쟁심이 많으며 호전적인 사람들이 스트레스성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약속도 잘 지키고 매사에 정확하지만 모든 걸 자신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너무 잘하려는 욕심도 많다. 물론 직장인으로서는 바람직한 성격이지만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성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내과 치료와 함께 정신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음주, 흡연, 운동 부족, 짜게 먹는 식습관도 바꿔야 한다.


3│가슴 두근거림 지속되면 병원 가야

스트레스는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적으로 심장 박동 수의 정상 범위는 분당 60~100회다. 심장 박동 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경우를 빈맥이라고 한다. 빈맥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신 무력감이나 어지럼증, 현기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슴 두근거림이 지속되는 경우 즉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커피와 술 섭취도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이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진다. 심장은 크게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받고 활동한다. 심근경색은 3가지 관상동맥 중 어느 하나라도 급성으로 막히는 경우, 심장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 심장 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괴사) 상황을 뜻한다. 매일 30분씩 운동하고 금연해야 한다. 저염·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라 본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절히 해소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초기에 가벼운 스트레스성 증상이 감지되면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스트레스성 신체 질환에 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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