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엔지니어가 업무 시간의 20%를 업무 이외 프로젝트에 쓰도록 허락한다. 입사 순서로, 구글의 107번째 엔지니어인 차드 멩 탄(이하 멩)은 그 시간에 직원의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마음의 지능지수로 한국에는 감성지수(EQ)로 알려져 있음)을 향상하는 명상법을 만들었다. 명상이라고 하면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멩은 저명한 뇌과학자, 심리학자들과 함께 7주간에 걸쳐 20시간 동안 과학적으로 명상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의 이름은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에 어울리도록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고 붙였다.

첨단의 상징 구글과 명상.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의 조합은 구글 직원의 일상과 직장 생활에 변화를 줬다. 명상을 한 구글 직원들은 창의력과 업무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멩을 엔지니어 부서에서 인적자원 부서로 발령냈다. 구글 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내면검색은 2007년부터 구글의 공식 사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쓰이고 있다. 멩은 구글을 나와 2012년 비영리단체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이하 내면검색연구소)’를 세우고 기업과 지역사회,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금까지 50개국 이상에서 10만 명 이상이 내면검색 교육을 받았다.

10월 16~17일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내면검색에 대한 공개 강좌가 열린다. 내면검색연구소 CEO인 리치 페르난데스가 방한해 강의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CEO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내면검색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명상과 뭐가 다른가.
“일반적으로 명상은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가 났을 때 흥분한 마음, 스트레스받아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을 중요시한다. 반면 내면검색은 감정을 억제하는 명상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능숙하게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게 내면검색이다. 부정적인 감정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동료의 말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이 때문에 상처받고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많지 않나. 이런 식으로 감정을 소비하는 데 쏟는 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경로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면검색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우선 눈을 감고 호흡에만 주의를 기울여 보라.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 이외의 딴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라. 의식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주의력을 높이는 훈련이 내면검색의 시작이다.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주의력이 길러진다. 이는 감정에 휩쓸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감정 자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힘을 키운다. 이렇듯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명상법이 내면검색이다.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제삼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면 나의 강점과 약점마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더 나아가 타인에게 공감하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10월에 한국에 온다.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
“기업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내면검색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한다. 내면검색은 12년 동안 구글 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업무 집중력을 높여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줬다. 한국 기업도 구글처럼 내면검색을 도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는 건강하고 에너지가 충만하며 열정적인 사람이 높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직원이 지나치게 심한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대신 직원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을 복지로 여기고 신경 쓰면, 직원들이 머물고 싶은 회사, 최고의 인재가 모여드는 회사가 될 것이다.”

내면검색이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향상한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나.
“내면검색 교육을 받은 전후에 업무 집중력·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측정하는데, 수치가 달라진다.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는 내면검색을 도입한 이후 직원의 업무 집중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이전보다 각각 6.5%, 6.9%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7.6%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SAP는 내면검색에 투자한 비용 대비 200%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SAP 이외에 내면검색을 도입한 기업은.
“퀄컴·세일즈포스 등 기술 기업은 물론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구인·구직과 인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링크드인,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 컴캐스트, 보험 회사 AXA, UC 버클리 등에서도 내면검색을 쓴다.”

내면검색을 도입한 한국 기업은 없다. 대신 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려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만으로는 정신건강을 챙기기 어렵다.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한 이후 사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직원의 정신건강을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덜 발생하고 직원들이 튼튼한 정신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구글처럼 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내면검색 같은 교육 과정이 있으면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직원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업 문화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A 기업이 ‘직원은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여긴다고 가정해 보자. 정신건강을 돕는 교육 과정이 있어도 A 기업 직원의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질 리 없다. 오히려 ‘기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직원’이라며 귀하게 대접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정신건강이 더 좋을 수 있다. 구글은 직원이 건강하고 행복할수록 생산성 높은 기업이 된다고 믿는다. 이런 기반 위에 직원이 마음을 챙기고 감성 지능을 키울 수 있는 내면검색이 탄생할 수 있었다. 구글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오른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일하기 좋은 기업인 구글에서 왜 나왔나.
“구글 이외의 기업과 지역사회·정부기관에 내면검색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을 떠났다. 구글 밖에서도 내면검색의 긍정적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치 페르난데스는 누구?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이베이 등에서 인사 관리 담당자로 10년 동안 일했다. 이후 구글로 자리를 옮겨 임원 교육과 인재 개발을 맡았다. 지금은 구글 엔지니어였던 차드 멩 탄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IYLI·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최고경영자(CEO)다. 이 연구소는 차드 멩 탄이 구글 직원이었을 때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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