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완벽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억제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많은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환자도 많다.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한국은 완벽주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회사에서 개인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갖고 행동한다. 그래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일본보다 적은 것 같다.”

일본 유명 정신과 의사인 니시와키 슌지 하타이클리닉 원장은 ‘이코노미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정신건강이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일본의 완벽주의 문화가 개인을 억압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지적대로 적지 않은 일본인이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기준으로 419만 명에 달하며 이 중 25~44세의 젊은층이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정신질환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사람이 68만169명으로 2년 전인 2015년(60만1152명)보다 8만 명가량 증가했다. 한국보다 먼저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된 일본에서 다양한 환자를 치료해온 니시와키 원장에게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법을 물었다.


일본 직장인이 한국 직장인보다 정신질환을 더 많이 겪는 이유는.
“일본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다. 항상 완벽히 돼 있지 않은 것을 지적받는다. 사원 본인도 완벽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괴로워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또 일본인은 조직원 간의 화합과 단결을 중시해 개인의 개성을 억제하려고 한다. 그만큼 개인은 힘들다. 우울증 환자나 자살자가 많은 이유다. 반면 한국인은 일개 사원이라도 자기 의견을 갖고 있다. 자기 의견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한국인이 스트레스에 강한 또 다른 이유는 없나.
“지극히 개인적 의견을 말한다면 한국은 음식에 고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추에 함유돼 있는 캡사이신(고추의 매운맛 성분 물질로 무색 고체)은 항우울 효과가 있다. 또 고추에 포함된 비타민C가 노르아드레날린(뇌의 주의와 충동성을 제어하는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항스트레스 호르몬)이나 세로토닌(뇌의 신경전달물질로 행복감을 느끼게 함)을 많이 나오게 하는 것도 한국인이 스트레스에 강한 이유인 것 같다.”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 덜 받는 사람의 특징이 있나.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인지의 변용이다. 인지의 변용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일면만으로 파악하지 않고 다면적으로 파악해 스트레스가 적도록 해석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잃어버렸다면 대부분은 한탄을 하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인지 변용이다. 두 번째는 기대하지 않기다. 처음부터 타인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타인에 대한 분노나 불만 등은 타인의 언행이 원인이 아니다. 그에 대한 자신의 기대가 원인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감정의 고저가 없어지고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

니시와키 원장은 저서 ‘성공한 사람들은 왜 격무에도 스트레스가 없을까’에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인지의 변용을 설명했다. 그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현금 80만엔(약 88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있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80만엔이나 기부했으니 됐어’라고 생각을 바꿨더니 울적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에는 일반 사원, 중간 관리자, 부서장, 임원이 있다. 정신건강에 특히 안 좋은 직위가 있나.
“직위에 따라 정신건강 상태가 다른 것은 아니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더 정신건강이 안 좋고 낮은 직위에 있는 사람은 다 정신건강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직위에 따라서 정신건강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서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성공한 사람들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정신건강이 좋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일 만한 상황에서도 이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들은 이런 스트레스 상황을 학습이나 개선의 좋은 기회로 여긴다. 예를 들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도전할 때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높일 기회로 여긴다. 또 성공한 사람들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과 다르다. 일반인은 일을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일을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한다. 오랫동안 일하면서도 그것을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여기고 즐기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성공한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정신건강 상태를 좋게 유지하는 비결 같다.”

예전에 비해 기업이나 국가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정신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과 국가의 생산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의 우울증 유병률(전체 인구 중 특정 장애나 질병을 지닌 사람의 비율)은 13~17%다. 우울증 환자들은 업무수행이 어려워지고 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휴직자가 생긴 직장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나머지 직원의 부담이 증가한다. 결국 기업 부담이 커지고 국가 생산성이 저하된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최근에야 심각성을 알게 됐다.”

직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과 의사를 고용하는 곳도 늘고 있는데 효과가 있나.
“물론 효과가 있고 직원들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의 많은 기업이 사내에 의사를 두고 직원들을 치료한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내 의사들이 직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후에야 대응한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이 악화된 후에야 사내 의사를 찾아간다면 큰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 처음부터 사원의 정신건강 상태와 적성 등을 고려해서 적합한 부서에 배치해 정신건강이 악화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일어나고 난 뒤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관계, 노동강도, 노동시간 등을 적절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니시와키 슌지는 누구?

일본 히로사키대에서 의학을 전공했고,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정신과, 국립지치부학원 의무과에서 일했다. 2009년부터는 대체의학 전문기관인 하타이클리닉 원장을 맡고 있다. TV드라마 ‘내가 걷는 길(2006년)’ ‘아빠의 눈물로 아이는 자란다(2007년)’ ‘아타루(2012년)’ 등의 의료자문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당을 끊는 식사법(2014년)’ ‘성공한 사람들은 왜 격무에도 스트레스가 없을까(2019년)’ 등이 있다.

정해용 기자, 박채원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