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어서 발라보세요!” 중국의 왕훙(網紅) 리자치(李佳琦)가 한국 뷰티 브랜드 제품을 테스트하는 생방송을 진행하자 그의 채널에 접속자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랜드 측에 따르면 순간 최고 접속자 수는 15만 명, 제품 2만 세트가 35초 만에 완판됐다. 그는 웨이보 팔로어 339만 명, 샤오훙슈 팔로어 678만 명을 보유한 뷰티 왕훙이다.

왕훙은 최근 중국 소비 시장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팔로어 10만 명 이상을 가진 왕훙들의 팔로어의 합은 5억8800만 명이었다. 이들이 중국 소비자 수억 명의 지갑을 여닫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중국 소비 시장 최전선에 있는 왕훙 5명에게 현장에서 느끼는 K(한국)뷰티의 힘에 대해 물었다. 모두 뷰티·패션에 특화한 왕훙들이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리타타왕 샤오훙슈에서 ‘Ritatawang’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다. 팔로어 수는 360만 명이다. 명품·패션·뷰티에 특화돼 있고, 이 일을 한 지는 3년 됐다. 그동안 샤넬, 디오르, 버버리, 에스티로더 등과 일했고, 한국의 뷰티 브랜드 중에서는 에뛰드하우스, 설화수, 후와 일했다.

JJ 더우인에서 ‘Joker909’이라는 아이디를 쓴다. 팔로어 수는 130만 명으로 그동안 크리니크, 로레알, 메이블린 등과 일한 경험이 있다. 주로 짧은 영상을 올린다.

YIYI 웨이보에서 ‘MZ-ModeZine’ 아이디를 쓰는 미디어 회사 경영자이자 왕훙이다. 팔로어 수는 61만 명이다.

팡잉 웨이보에서 24만 명 팔로어를 보유하고있다.

반우홍 웨이보에 1만1000명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디는 ‘潘雨虹’이다.


본인을 포함해 중국 뷰티 소비자들은 K뷰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유한다면.

리타타왕 중국 젊은 세대들은 K뷰티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3CE일 정도다. 젊고, 시크하고, 사용하기도 쉽고, 가격대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반우홍 대학교 1학년에 처음 화장을 시작할 때 내 또래 여성들은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3CE, 라네즈 등 K뷰티 제품을 많이 샀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서다. 그런데 최근 K뷰티 선호 현상이 많이 줄었다. C(중국)뷰티를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외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안전한 J(일본)뷰티나 제품력이 인증된 미국·유럽 제품을 쓰는 편이다.

 이 일을 한 지 3년 됐다. 내 생각에 나를 팔로하는 많은 사람은 아직 K뷰티의 ‘광팬’이다. 물론 최근 C뷰티의 제품력도 좋아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한국산 시트마스크·쿠션·립스틱을 선호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가 감지되는가.

리타타왕 그렇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를 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젊은 이미지로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한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JJ 애국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C뷰티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요즘 중국인은 중국 브랜드 중에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써보고 싶어한다. 특히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편이다. 수입 제품을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 성분, 효능, 원리, 왕훙들의 구매 후기, 평가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상관없이 제품력이 좋거나 가성비가 좋으면 모두 구입 대상이다. 특히 주력 소비층인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 이런 특징이 뚜렷하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제품을 사용해보고 후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K뷰티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JJ 최근 뜨고 있는 중국 브랜드의 특징을 보면 감이 올 것이다.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記), 치우천(稚優泉), 플로라시스(花西子) 등이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모두 왕훙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이들은 더우인, 샤오훙슈, 웨이보같이 잘나가는 SNS를 공략했다. 국산 제품을 선호하게 된 중국인에게 ‘반드시 사야 하는 잇템’으로 꼽힌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왕훙 마케팅은 사실 필수라고 생각한다. 왕훙은 소비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견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파급력과 노출 효과를 일으키고 제품을 폭발적으로 빠르게 띄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마다 다른 왕훙을 섭외해, 정확하게 타깃을 잡고 마케팅하는 것이다.

YIYI 중국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한계점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K뷰티가 고수하는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지쳤다고나 할까. 저마다 눈썹 뼈 모양이 다른데도 K뷰티는 같은 스타일의 눈썹을 고수하는 식이다. 이렇게 획일적인 K뷰티 스타일은 중국 시장에 어느 정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지금도 많은 C뷰티 브랜드들이 K뷰티와 비슷한 콘셉트를 잡고 생겨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C뷰티나 K뷰티 브랜드들이 유행을 타기보다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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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훙과 왕훙경제 왕루어훙런(綱絡紅人)의 준말로 인터넷을 뜻하는 왕과 유명하다는 뜻의 훙을 합친 말. 온라인 스타다. 주 활동 플랫폼은 위챗(微信), 샤오훙슈(小紅書), 더우인(抖音) 등의 SNS다. 각자 주력으로 활동하는 SNS마다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팔로어를 몰고 다닌다. 왕훙이 들고 입고 먹고 마시고 바르는 제품 브랜드의 홍보 효과는 엄청나다. 이들이 일으키는 경제 효과는 2조위안(약 337조원·2018년 5월 기준)에 달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왕훙경제’다.

브랜드들은 왕훙과 제품 홍보 계약을 한다. 왕훙이 SNS에 해당 브랜드·제품과 관련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생방송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연결된 플랫폼이 있을 경우 바로 제품 판매도 한다.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왕훙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몸값도 팔로어  수에 따라 다르다.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 왕훙은 제품 홍보 한 건당 수천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2010년대 초반 등장한 왕훙이 중국 시장에서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14~2016년부터다. 왕훙경제가 성장하면서 수십만 명의 왕훙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매니지먼트·미디어커머스 사업도 함께 번창했다. 대표적인 곳이 루한과 아이클릭인데, 모두 나스닥 상장사다. 팔로어 수가 비교적 많은 리타타왕과 JJ는 아이클릭 소속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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