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 이화여대 경영학, 미국 공인회계사(왼쪽) / 이희은 한양대 경제금융학, 미국 공인회계사(오른쪽)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홍희정 이화여대 경영학, 미국 공인회계사(왼쪽)
이희은 한양대 경제금융학, 미국 공인회계사(오른쪽)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중국 최대 인터넷·게임서비스 업체 텐센트가 올해 5월 낸 ‘2019년 중국 미용 보고서(年國貨美妝洞察報告)’를 보면 현지 시장에서 C뷰티 브랜드의 점유율이 56%로 절반을 넘겼다. 수많은 해외 기업 제품을 제치고 자국 브랜드 제품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보고서에서 한 여성은 “일단 물건만 좋으면 사용하는 편”이라며 “모두 외제만 쓰는데, 나라도 애국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C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를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J뷰티 성장세가 눈부시다. 영국계 시장 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가 브랜드별로 중국 시장 연 매출(소매가 기준)을 조사한 결과 성장률 1위를 기록한 브랜드는 일본 시세이도의 ‘입사(IPSA)’였다.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16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숨’이 44%(14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33.1%(23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중국 시장에서 C뷰티와 J뷰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소비자 변화와 이들 기업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듣기 위해 유로모니터에서 한국 뷰티 시장을 연구하는 홍희정 수석 연구원과 유통을 연구하는 이희은 선임 연구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9월 17일 여의도에 있는 유로모니터 코리아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최근 중국 뷰티 시장 트렌드 중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중국 시장 브랜드별 성장률 통계를 내보니 상위 40개 브랜드 중에 C뷰티 브랜드가 10개, J뷰티 브랜드가 4개였다. K뷰티 브랜드도 5개였지만, 성장률 순서대로 보면 J뷰티 성장률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1위 기업이 바로 시세이도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입사’다. 2016년 3120만달러였던 중국 매출 규모가 다음 해 7390만달러, 2018년 1억9280만달러로 2배 이상씩 증가했다.

이 브랜드는 중국 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현지에서 명확한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타깃층인 20·30, 즉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 세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인기 많은 20대 중국 배우를 모델로 선정했다. 가격대는 백화점 브랜드급으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했다. 프리미엄 스킨케어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이들에게 인기 많은 SNS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유통 채널은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로 진입한 것이 주효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한 사례다.


J뷰티가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면.

중국 소비자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소비자는 뷰티 제품을 구입할 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즉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글로벌 설문 조사에서 스킨케어 제품의 재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에 ‘예스’라고 답한 비율이 중국은 33%였다. 설문 대상 21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재구매하겠다는 비율이 60% 선에 달했다. 다시 말해 중국 소비자 67%는 언제든 새로운 제품을 시도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은 ‘안티에이징(노화 방지)’을 뷰티 제품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생각한다. 실제로 ‘뷰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말에 가장 많은 사람(48%)이 ‘젊은 외모 유지’를 꼽았다. 세계 시장의 1위 응답이 ‘건강해 보이는 것(54%)’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중국 소비자가 J뷰티 제품을 집어들기 시작한 것도 J뷰티가 가진 기술력 혹은 기능성에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뷰티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 C뷰티 브랜드들은 우리 중견기업들이 잘해오던 중저가 시장에서 K뷰티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로야’다. 중저가 스킨케어 브랜드이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잘 잡았다. 이 브랜드는 ‘심해 추출물’ ‘내추럴’과 같은 자연 성분을 강조한다. K뷰티의 ‘중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포지셔닝을 갖고 가면서 이미지는 J뷰티의 세련된 느낌을 잡아 성공한 사례다.


중국의 유통 채널도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최근 움직임을 설명한다면.

중국에서 최근 이커머스가 뷰티 제품을 유통하는 주요 채널로 급성장했는데, 이 움직임을 K뷰티 기업들이 빨리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중국의 주요 뷰티 유통 채널 성장세를 보면 로드숍과 같은 소매 상점의 성장률이 둔화한 반면, 이커머스 채널은 매년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K뷰티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로드숍 중심이었는데, 이 채널의 성장률이 더뎌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커머스 채널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만 유통되던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커머스 채널에 진출하고 있다. 올 초 프랑스 로레알과 미국 에스티로더가 티몰에 전문관을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매자가 매장에 방문해서 제품을 테스트해본 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티몰에서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O2O(온·오프라인 결합) 화장품 시장이다.


K뷰티 기업들에 기회 요인이 있다면.

C뷰티 성장률이 높다고 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브랜드 흥망성쇠가 있다. 매달 순위가 뒤바뀐다. 새로운 브랜드가 치고 올라왔다가 얼마 안 있어 순위권에서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만큼 브랜드가 수없이 생겨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K뷰티 브랜드에도 여전히 가능성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C뷰티 브랜드가 끊임없이 생겨 순위권에 진입하는 것처럼 K뷰티 브랜드도 중국 시장 타깃층에 정확히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K뷰티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유통 채널과 소비자만 정확히 겨냥한다면 K뷰티의 위기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시장 전문가로서 K뷰티에 조언한다면.

먹힐 만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야 할 것 같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도 소셜미디어(SNS) 유명인을 통한 홍보를 많이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왕훙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각광 받았다. 그런데 잘나가는 왕훙을 섭외하는 데만 신경 쓰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를 놓치곤 한다. 실제로 왕훙이 20개 브랜드들의 선크림 제품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자신의 등에 제조사별 선크림을 모두 바른 다음에 직접 피부를 태워 본 것이다. 가장 덜 타는 효과를 낸 제품이 일본 가네보의 ‘알리(Allie)’였다. 이 제품은 올해 1~7월 중국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0%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가 유명인이 유튜브에 올린 이런 비교 영상에 즉각 반응한다는 것, 제품의 기능적인 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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