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에 있는 왓슨스 매장 전경.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특파원
9월 2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에 있는 왓슨스 매장 전경. 사진 김남희 조선비즈 특파원

최근 중국 주요 도시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는 한국 중소기업의 시트마스크 세일이 한창이다. 정식 진열장 옆에 매대를 하나 세워놓고 두 박스를 구매하면 한 박스를 더 주는 ‘2+1’ 이벤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10장들이 한 박스 가격은 69위안(약 1만1700원)이다. 4~5년 전 소비자 가격 109위안(1만8300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 뷰티 시장 전문가들은 이 사례가 K뷰티가 처한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제품 가격은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해당 제품 가격을 낮게 인식하게 되고 기업은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모두 잃게 된다. K뷰티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나빠진다.

‘이코노미조선’은 K뷰티 제품 가격 붕괴 현상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뷰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화장품 제조사의 중국 법인장(A), 화장품 유통사 대표(B), 중국 현지 바이어(C), 중국인 화장품 유통사 대표(D) 등 4인이다. 위치는 다르지만 모두 화장품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인터뷰는 대면·이메일·전화 등을 통해 진행했다. 답변을 익명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C K뷰티 제품을 수입해와 중국 현지에서 유통하는 일을 한다. 최종 소비자와 비교적 가까운 쪽이다.

A 중국‧베트남‧태국 등으로 수출하는 K뷰티 브랜드의 해외 법인장이다. 비교적 신생 브랜드이지만, 요즘 인기가 많은 기능성 앰플로 국내외에서 반응이 좋다. 과거 대기업 구매 담당으로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 여러 화장품 스타트업을 거친 화장품 전문가다.

B K뷰티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무를 하면서 컨설팅 업무도 하고 있다.

D K뷰티 제품을 중국으로 유통하는 사업을 9년째 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를 발굴해 총판 계약을 하고 중국 현지 유통을 총괄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화장품 구매 담당 일도 병행 중이다.


 

현지에서, 또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설명해달라.

C 반응이 좋지 않다. 실제로 요즘은 중국 시장에 소개하고 싶은 K뷰티 제품을 현지 구매팀에 제안하면 달가워하지 않는다. 현지 관계자라고 하면 이커머스, 소매 업체 구매 담당자들이다. 과거에는 정반대였다. ‘K’ 글자만 붙으면 대환영이던 시절도 있었다. 바뀐 분위기는 2017년 말부터 감지됐는데, 요즘은 더 심각해졌다. 한국 제품을 제안하면 싫다고 하는 식이다. 최종 소비자까지 가기 위해서는 소매상 반응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서 막히는 분위기다. 이들은 한국 제품은 브랜드 관리가 안 된다고 불평한다. 시장 가격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D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K뷰티 수입이 금지되자 사람들은 기능성 제품은 J뷰티, 중저가 제품은 C뷰티를 써봤다.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중저가 순서대로 ‘유럽 뷰티-J뷰티-K뷰티-C뷰티’순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드 당시 K뷰티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J뷰티와 C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K뷰티 가격이 시장에서 무너진 이유는.

C 브랜드‧가격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소매가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도매가가 내려갔다는 뜻이다. 그동안 K뷰티 브랜드들은 주문만 받아 여기저기 물량을 넘기기에 바빴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 A라는 도매상에게 1000원에 공급하던 물건을 새로운 도매상 B에게는 1100원에 공급하는 식이었다. B가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은 물량을 주문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다하지 않았다. B는 대량으로 갖고 가서 시장에 더 싸게 팔았다. A 도매상은 뒤통수 맞은 격이다.

B A는 1000원에 물건을 받았는데, 시장에서 더 싸게 팔리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춘다. 소비자 가격과 함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관계도 나빠진다. K뷰티 업체들에 대해 ‘의리가 없다’ ‘믿기가 힘들다’같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왔던 바이어 대신 가격을 더 쳐주는 새로운 바이어와 계약을 하거나 심지어 몰래 거래를 하는 식의 일들이 잦다. 중국서 주문이 밀려오던 호(好)시절에 신뢰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가 매출에만 집중해서 발생한 일이다.

A 지난해 우리가 겪은 문제다. 너무 무지했다. 바이어가 찾아와 견적서를 내밀면 정한 공급가대로 제품을 넘겼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유통 단계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물건을 사간 바이어들은 중국 시장에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 마진을 붙여서 시장에 내놓았고, 결국 시장 가격이 엉망이 됐다. 예컨대 공급가 10위안에 제품을 넘겼더니, A 바이어는 5위안을 붙이고, B 바이어는 7위안을 붙이는 식이었다. 실제로 79위안짜리 제품 가격이 시장에서 45~55위안에 돌아다녔다. 그래서 한동안 중국 시장 공급을 중단했다. 수십억 매출이 감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싸게 값을 치르고 또 하나를 배웠다.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면 가격 붕괴 현상 외에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C 나쁜 선례가 누적되다 보면 유통 채널들이 K뷰티 브랜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브랜드를 관리하려면 매출뿐만 아니라 시장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제값에 팔고, 제값의 물건이 시장에 돌아다닌다. 요즘 현지 유통상이 한국 상품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고 있다.

B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갑자기 떴던 제품들을 생각해보라. 지금 잘나가는 몇몇 브랜를 발굴하고 띄워준 게 바로 중국 현지의 유통상들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식으로 뜨는 K뷰티 브랜드가 안 보인다. 유통상들이 K뷰티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K뷰티 브랜드가 통제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문제가 세 가지다. △유통상 간에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재고 부담이 커지며 △정보 은폐 왜곡 위험이 발생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K뷰티 브랜드 몫이다. 유통 관계자들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일부러 정보를 숨기고 이 비대칭으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이는 브랜드들에 매우 위험하다.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재고 문제를 들 수 있다. 소비자 수요가 10이었다고 쳐도,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20, 30으로 증가한다. 결국 최종 K뷰티 브랜드에 도달하는 구매 수요는 30 이상으로 역삼각형 모양이 된다. 수요를 모른 채 만들었다가는 시장에 재고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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