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사선형 건물들. 이런 사선형 건물은 보통 일반 건물보다 싼값에 살 수 있는데 리모델링으로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서울 강남구의 사선형 건물들. 이런 사선형 건물은 보통 일반 건물보다 싼값에 살 수 있는데 리모델링으로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사진 독자 제공

9월 1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김윤수 빌사남(빌딩을 사랑하는 남자들) 대표와 이승진 부대표를 만났다. 빌사남은 빌딩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기업으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 등 유명 연예인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이들을 만난 것은 꼬마빌딩(중소형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가 매입할 건물을 고를 때,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살펴봐야 할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보통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장을 찾아 건물의 상태와 입지 조건 등을 살피는 것을 ‘임장(臨場·일이 생겼거나 문제가 제기된 그곳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빌딩이나 상가를 사려는 투자자들은 임장을 많게는 20번 이상 다니고 나서야 최종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서류나 부동산중개업자의 이야기만을 듣고는 수익이 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빌사남 등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꼬마빌딩과 상가 투자자들이 현장에서 살펴봐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1│이면도로 옆 코너 건물에 주목해야

빌사남과 함께 간 곳은 서울 지하철 삼성중앙역 7번 출구 인근 삼성동의 한 이면도로(대로변을 벗어난 안쪽에 있는 도로)였다. 삼성동은 대형 오피스빌딩이 즐비해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고 이런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빌라나 상가 등 꼬마빌딩도 많은 곳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250m쯤 걷다 보니 대형 한방병원이 있었다. 이 병원을 끼고 왼쪽 이면도로로 접어들자 대로변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꼬마빌딩들이 나타났다. 대로변 건물 바로 옆 건물에는 갈색 간판의 한식집이 있었는데 안에는 서너 명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김밥집, 미용실 등 흔히 볼 수 있는 상가가 있었고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택배 업체 배달원이 주소를 확인하며 물건을 내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동네에 왔을 때 초보 투자자들은 어떤 것을 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련한 투자자들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있다. 바로 사려고 하는 건물이 접한 이면도로의 상태와 이면도로에서 갈라져 나온 골목의 폭이다.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이라도 대로변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수록 유동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대로변과 거리만을 기준으로 건물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나 있는 또 다른 골목이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이면도로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거의 틈이 없이 붙어 있는 건물도 있었지만, 7~8m가량의 폭으로 골목이 있는 건물도 있었다. 비교적 넓은 골목과 이면도로를 함께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진 빌사남 부대표는 “이런 건물은 건물 측면이나 뒤쪽으로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와 접하고 있는 1층 전면부를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어 카페나 음식점을 차리려는 임차인이 가장 선호하는 형태”라고 했다. 실제 이면도로와 골목길을 함께 접하고 있는 한 건물에는 김밥집이 있었는데 가게 오른쪽 측면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회색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2│사선형 건물 싸게 사는 것도 방법

또 하나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선형 건물이다. 사선형 건물은 1층보다 2층의 면적이 작은 계단형 건물이나 위층부가 뾰족한 모양으로 지어진 건물을 말한다. 이날 찾은 삼성동에도 사선형 건물이 몇 채있었다. 보통 투자자들은 이런 사선형 건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임대 주기가 일반 건물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건물을 잘만 매입하면 건물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선형 건물은 도로사선제한 규정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지어진 것이다. 도로에 접한 건물은 접하고 있는 도로 폭의 1.5배 이상으로는 수직으로 건물을 건축할 수 없다는 규정인데, 2015년에 폐지됐다. 예를 들어 폭 8m짜리 이면도로를 접한 건물은 높이 12m까지는 건물을 수직으로 올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면적을 더 좁게 지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규정이 폐지돼 접하고 있는 도로 폭과 관계없이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사선형 건물은 일반 건물보다 값이 싼데 이런 건물을 사서 고층부를 반듯하게 넓히는 리모델링을 하면 건물 가격이 훨씬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3│옥상 올라가고 임차인 가게도 방문해야

건물의 입지나 외형을 파악한 후에는 내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각 층에 어떤 가게들이 있고 출입구 위치 등 건물 구조는 어떻게 돼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많은 전문가는 특히 관심이 가는 건물일수록 옥상에 올라가 보길 권했다. 건물에 하자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해 상권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꼬마빌딩은 꼭 옥상에 올라가 본 후 매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그는 “옥상에서 바라볼 때 주변에 원룸이나 고시텔이 보이면 그곳은 핵심 상권에서 벗어난 곳”이라며 “상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건물주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근 상권이 어느 정도 성숙한 곳인지는 건물의 수익률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인데, 옥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옥상에 올라가 방수 처리 상태를 살피는 것은 건물 상태를 알아보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많은 투자자가 건물 내부나 외형은 살펴보면서도 옥상은 가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전체 건물이 아니라 구분등기가 된 상가 한 곳을 사거나 신규 분양받을 경우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전문가들은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상가라도 각기 가치가 다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도로에 접해 있는 상가 건물 1층에 5개의 상가가 나란히 있고 이 중 하나를 살 계획이라면, 주변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등은 물론이고 공원이나 지역마다 있는 시계탑, 혹은 공터나 주민이 자주 만나는 장소를 체크해서 이곳과 개별 상가의 거리를 따져 봐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가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과 상가 사이를 가로수가 막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제대로 체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인이 어떤 장사를 하고 월 임대료는 얼마인지도 현장에서 알아봐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서울 석촌동에서 만난 이상미 호수공인중개사 대표는 “관심 있는 곳이 있으면 조용히 임차인의 영업 현장을 방문해 손님이 드나드는 정도를 살펴보고 인근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그 임차인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알아봐서 상가의 수익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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