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사장, 부동산1번지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박원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사장, 부동산1번지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꼬마빌딩(중소형 빌딩)을 사려고 할 때는 휴대전화 가게가 입점해 있는 곳보다 화장품 가게가 입점해 있는 곳을 사야 한다.”

9월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만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에게 꼬마빌딩을 고르는 법을 묻자 화장품 가게를 주목하라는 말을 꺼냈다. 박 위원이 휴대전화보다 화장품에 주목한 것은 상품을 사는 고객의 특성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전 연령층이 사는 상품이지만 화장품은 20·30대 젊은 여성이 주요 고객이다. 박 위원은 “화장품 가게가 오랫동안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구매력이 있는 20·30대 여성들이 그만큼 많이 다니는 지역이라는 의미”라며 “이런 지역은 어느 정도 상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흔히 있는 휴대전화 가게보다는 훨씬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건물로 봐도 된다”고 했다.

박 위원은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한국부동산산업학회 부회장, 스피트뱅크 부동산연구소 수석부사장,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 소장 등을 맡았고 지금은 KB국민은행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이란 어떤 것을 말하나.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의 임대료가 나오는 부동산을 말한다. 상가나 오피스텔, 원룸 등에서 월세를 받는데, 이런 게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이다. 보통 상가 한 곳을 분양받거나 작은 꼬마빌딩 전체를 사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부동산은 크게 수익형 부동산과 시세차익형 부동산으로 나눠볼 수 있다. 시세차익형 부동산은 매입했을 때 가격보다 올라갈 때 매매 차익을 보고 팔기 위해 사는 부동산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게 아파트와 토지다. 물론 아파트 중에서도 월세를 놓아 수익을 얻는 곳도 많지만 대부분 주 투자 목적은 매매 차익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고르려면 상권도 잘 알아야 한다. 좋은 상권에 있는 건물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이 있나.
“가장 손쉽게 판단하는 방법은 건물에 입점해 있는 상가의 종류를 잘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가게가 입점해 있는 곳보다는 화장품 가게가 입점해 있는 곳이 더 좋은 상권이다. 꼬마빌딩을 살 때도 화장품 가게가 있는 건물을 사야 한다. 휴대전화는 10대부터 90대까지 모든 연령층이 사는 상품이지만 화장품은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산다. 화장품 가게가 오랫동안 영업할 수 있다는 것은 구매력 있는 20·30대 여성이 그만큼 많이 다니는 지역이라는 뜻이고 이는 어느 정도 상권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만약 같은 이면도로(대로변을 벗어난 안쪽에 있는 도로)에 위치한 건물이라도 한 곳은 화장품 가게가 있고 다른 곳은 휴대전화 가게가 있다면 화장품 가게가 있는 곳이 구매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다니는 곳으로 보면 된다.”

가로수길 등 유명 상권에 있는 건물을 사는 것은 어떤가.
“권하지 않는다. 화려한 포장에 현혹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상권은 흐름이라는 게 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의미다. 가로수길, 연남동, 성수동 등 광역상권은 부침(浮沈)이 심한데, 그 이유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취향이 빠르게 변한다. 취향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즐겨 찾다가도 어느 순간 발길을 끊을 수 있고 그러면 상권은 갑자기 꺼진다. 이 때문에 상권의 유명한 이름만 보고 아무 건물에나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북유럽풍 건물이니 임차인이 미리 확보됐다느니,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등의 광고에도 현혹돼서는 안 된다.”

부침이 심한 상권 말고 그래도 가장 안정적인 상권은 어딘가.
“명동, 홍대, 강남역이다. 이 세 곳의 상권은 이제 어느 정도 검증이 됐고 쉽게 안 사라질 상권이다. 명동은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고 홍대는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도 경기도 인구까지 흡수하는 상권이 됐다. 강남역이 광역상권으로 자리 잡은 데는 교통 인프라도 큰 역할을 했다. 경기도를 오가는 많은 광역버스가 강남역에서 출발하는데 이런 광역버스 노선 때문에 상권이 경기도까지 확장됐다. 그런데 3대 상권 중에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은 강남역이다.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사업(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 지하 6층, 연면적 16만㎡의 지하 공간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완성되면 인근 삼성역으로 중심 상권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역 상권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과거보다 상권이 약해질 가능성은 있다.”

투자 수익률 분석도 중요하다. 임대료와 임대 수익률을 따질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임대료와 임대 수익률이 과대 포장된 것은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매도자나 부동산중개업자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을 5%라고 제시하면 여기서 2%포인트 정도는 빼고 생각해야 한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별도의 관리인을 둬야 하는데 이게 추가 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또 신규 분양상가는 임대료가 높은데 이런 것에도 속으면 안 된다. 신규 분양상가 임대료가 높은 것은 권리금을 안 내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바뀔 때는 권리금을 내고 들어오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주는 임대료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거품이 낀 임대 수익률을 걷어 내고 정말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냉철하게 분석한 후에 투자해야 한다.”

구분상가(구분 등기가 돼 있어 한 건물에 속한 상가들을 따로따로 분양하는 상가)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조언한다면.
“구분상가는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은퇴를 위한 자금이나 퇴직금 등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에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실패한 사람도 많다. 특히 신도시에 새로 상가 분양을 받는 경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상권이 안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받았다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놔두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분당의 오리역이나 미금역의 상권이 성숙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도시 구분상가는 은퇴자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투자자 연령에 따라 투자 대상이 되는 수익형 부동산도 달라야 하나.
“달라야 한다. 55세부터 74세까지를 전기 고령층으로, 75세부터는 후기 고령층으로 부른다. 전기 고령층은 향후 땅값이 상승할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서 매매 차익을 보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투자를 해야 한다. 건물을 통째로 사는 꼬마빌딩 투자를 권한다. 하지만 후기 고령층은 꼬마빌딩 매입보다는 월세가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아파트 단지 내 단독상가를 사는 게 좋다. 꼬마빌딩을 매입해 여러 임차인을 관리하고 임대수입을 얻는 것은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 일인데 너무 연세가 많은 투자자들은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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