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대기근을 다룬 영화 ‘블랙 47’의 한 장면. 1847년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인구의 10% 이상이 아사했다. 사진 IMDB
아일랜드 대기근을 다룬 영화 ‘블랙 47’의 한 장면. 1847년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인구의 10% 이상이 아사했다. 사진 IMDB

인구 488만 명의 아일랜드는 북대서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지만 경제적으로 무시 못 할 저력 있는 나라다.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마다 강력한 구조 개혁, 긴축 정책으로 결단력 있게 행동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경제는 바닥권을 맴도는 유럽 최빈국이었다. 800년간에 걸친 식민지 경험과 농업에 기댄 낙후한 경제 구조 탓이었다. 그러다 1973년 유럽경제공동체(EEC·유럽연합의 전신) 가입을 계기로 아일랜드 정치권은 경제를 지식 기반 구조로 바꾸는 시장 개방, 투자 유치 작업에 착수한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가까이 연평균 7%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켈틱 타이거(Celtic Tiger·켈트족 호랑이라는 뜻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에 빗댄 말)’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제가 무너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한 탓에 순식간에 경제가 무너졌고, 2010년 아일랜드는 IMF(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으로부터 850억유로(약 109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정치권과 경제계가 다시 강력한 긴축 재정, 구조조정을 감행한 결과, 3년 만인 2013년 구제금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7만8806달러로 룩셈부르크·스위스·노르웨이에 이어 4위였다. ‘켈틱 피닉스 (불사조)’란 별명이 또 생겼다.

나라 면적(7만㎢)이 남한의 약 70%인 작은 나라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아픔을 가졌다. 1100년대 잉글랜드가 서쪽의 섬나라 아일랜드를 침략하면서 800년 넘는 식민의 역사가 시작됐다. 특히 종교·경제적 박해와 침탈이 심했다. 17세기 아일랜드로 이주한 영국 신교도가 토착민(구교도)의 토지를 몰수하고, 이들을 소작농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었다. 영국은 개신교를 믿는 앵글로색슨족, 아일랜드는 가톨릭을 믿는 켈트족이 주축이다.

아일랜드인의 반영 감정을 결정적으로 자극한 사건은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전역을 덮친 대기근이다. 토착민은 밀과 고기를 모두 영국에 수탈당한 탓에 감자를 주식으로 삼고 있었는데, 이 감자에 전염병이 생기면서 먹을 것이 사라진 것이다. 이때 100만~125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아사했고, 150만 명 이상이 영국·호주·미국 등 해외로 이주했다. 대기근 직전 820만 명이던 아일랜드 인구수는 1922년 독립 당시 423만 명까지 감소했고, 지금도 당시의 인구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가 독립한 지 100년이 돼 가는 현재 젊은층의 반영 감정은 많이 희석됐다. 토착어인 게일어가 고어가 돼 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기업과 함께 외국인 인력이 많이 유입된 영향이다. 실제로 2016년 인구 센서스에서 게일어를 쓰는 사람은 인구(475만 명)의 1.7%에 불과했다.


plus point

아일랜드 대표 기업은 어디?

아일랜드 기업은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가 대표적이다. 1985년 더블린과 런던을 오가는 노선을 값싸게 운영하다가 점차 사세를 확장해 세계 225개 도시를 취항하는 유럽 최대 LCC로 자리 잡았다. 품질이나 서비스를 축소하는 대신 비용 절감을 통한 최저가 정책을 고수한다. 지난해 기준 평균 요금 37유로 수준이다. LCC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2019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0% 급감한 10억1680만유로를 기록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도 있다. 18세기 후반부터 아일랜드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인데, 영국계 주류 회사 디아지오의 주력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디아지오는 1997년 기네스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이 밖에 건설 자재 업체 CRH, 에너지 기업 DCC, 식품 업체 케리그룹 등도 아일랜드 기업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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