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뎃 널티(Bernadette Nulty)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9월 24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서 만났다. 사진 이민아 기자
버나뎃 널티(Bernadette Nulty)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9월 24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서 만났다. 사진 이민아 기자

2019년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내 생산성 1위 국가 자리를 룩셈부르크와 다투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만 해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였다. 당시 유로존 금융위기국(PIIGS)은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5개국이었다. 이들 가운데 아일랜드는 2013년 12월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아일랜드의 눈부신 경제 회복 비결은 다국적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아일랜드 정부는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 생명과학(제약, 바이오, 의료 기기) 분야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이 분야의 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고, 그것이 일자리로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의 다국적 기업을 많이 유치했다. 현재 아일랜드 내 제약·바이오 기업 수는 75개다. 세계 제약·바이오 상위 10개 회사가 전부 아일랜드에 지사나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의료 기기 분야에서는 상위 15개 회사 중 14개가 아일랜드에 진출해 있다.

외국 기업의 아일랜드 유치는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이 맡고 있다. 1949년 설립된 정부 기관이다. IDA는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다’는 식의 구호성 홍보를 하지 않는다. 대신 실질적인 혜택을 세심하게 챙겨줘 외국 기업의 아일랜드 적응을 돕는다. 어떤 기업에 아일랜드 진출을 제안할 때, 적합한 공장 부지 후보지, 기업이 챙길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을 그 기업이 묻지 않아도 먼저 알아봐 주는 식이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면, 그 외국 기업이 아일랜드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아일랜드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

‘이코노미조선’은 9월 24일 아일랜드 더블린의 IDA 사무실에서 버나뎃 널티 IDA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만났다. 그는 더블린시립대(DCU)에서 생물학 학사와 국제 마케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IDA의 대졸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7년간 IDA에서 제약·바이오기술 부문 그리고 신흥성장시장 부문에서 일했다. 널티 총괄은 이날 A4 용지 한 장에 빼곡하게 손글씨로 다양한 수치를 적어왔다. 그것을 참고해 가며, 분명하고 또박또박하게 답변했다.


해외에서 지난 10년간 제약·바이오 관련 13조원 투자

아일랜드에서 생명과학 분야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나.
“매우 번창하고 있다. ‘아일랜드 경제’라는 왕관에 박힌 ‘보석’이랄까.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의 연간 수출액은 850억유로(약 111조8000억원)로, 아일랜드 연간 수출액의 30%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제약·바이오 관련으로 해외에서 아일랜드에 투자한 액수는 100억유로(약 13조2000억원)였다. 특히 지난 5년간 투자가 더 늘어났다.”

아일랜드에 진출한 생명과학 기업으로는 어떤 곳이 있나.
“미국의 대형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는 지난 50년간 아일랜드에 총 25억유로(약 3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백신, 생물 의약품, 글로벌 사업 등 MSD의 다양한 부문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있다. MSD의 인기 제품 상위 20개 가운데 60%가 아일랜드에서 생산된다. MSD의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키트루다(Keytruda)도 아일랜드에서 생산된다. 그 외 미국의 리제네론 제약은 아일랜드 리머릭에서 생물 의약품 분야를 키우고 있는데 현재 1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엘리릴리·얀센 등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언제부터 아일랜드의 생명과학 산업이 발달했는지.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50년간 IDA를 통해 다국적 제약 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원료 의약품(API) 관련 시설 유치에 주력했다. 현재는 나라 전체에 고르게, 다양한 분야의 생명과학 기업이 분포해 있다.”

IDA는 아일랜드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해준다고 보면 된다. 첫 번째로는 세계 각지에 있는 IDA 현지 지사를 통해 ‘아일랜드에서 사업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홍보한다. 홍보가 성공해 기업이 아일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 아일랜드에 와서 둘러볼 수 있도록 기업의 방문을 지원한다. IDA 직원이 그 기업 관계자와 동행한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 정부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이나 연구소를 소개한다. 아일랜드 진출을 확정하면, 기업 전담 관리자를 배정한다. 이 기업에 알맞은 부지, 사무실 등을 알아봐 준다. 외국 기업이 현지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려울 수 있으니, 그 기업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다. 세무·법률 관련의 복잡한 문제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IDA의 적극적인 지원은 아일랜드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큰 힘이 된다. 2017년 8월 아일랜드에 진출한 국내 의약품 위탁 생산회사 SK바이오텍은 IDA의 도움을 받았다.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장(상무)은 “IDA는 세제 혜택을 적극적으로 챙겨 알려줬고, 각종 인허가 업무에 대한 안내·지원, 공장 운영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추천해줬다”면서 “외국 기업 입장에서 직접 알아보기 어려운 일을 먼저 물어보고 처리해줬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외국 기업 유치 사례는.
“중국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전문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아일랜드에 3억2500만유로(약 4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국계 자본이 유럽에서 제약 부문에 투자했던 것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아일랜드 북동쪽 도시인 던독(Dundalk)에 현재 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 현장에 벌써 800명이 고용돼 있다.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중국과 관계를 쌓아온 덕분이다.”

IDA가 생명과학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을거리는.
“세포·유전자 치료(비정상적인 세포·유전자를 보완·교정하는 치료법)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가 발달하면 개인 맞춤형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인 얀센과 협약을 맺은 중국 기업 ‘레전드 바이오텍(Legend Biotech)’은 유전자 치료 관련 연구·개발(R&D), 사업개발 거점을 더블린에 세웠다. 일본 제약 기업인 다케다(Takeda)는 최근 더블린에 세포 치료법 개발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2500만유로(약 328억원)를 투자했다.”

아일랜드 제약 산업은 지난해 2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 아일랜드 건강제품규제청(HPRA)과 비공개 정보를 교환하는 협약을 맺은 것이다. FDA와 HPRA는 지난 9월 “각 기관에서 수행한 의약품 검사 정보는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약을 추가로 맺었다. 즉, 아일랜드 HPRA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규제 장벽에 막힐 염려 없이 즉각 판매 가능하다는 의미다. IDA로서는 외국 기업에 홍보할, ‘아일랜드에서 사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또 하나 추가한 셈이다. 널티 총괄은 “아일랜드에서 판매 허가된 의약품은 FDA의 경고 레터(warning letter)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FDA가 HPRA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더블린(아일랜드)=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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