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칼디(Nora Khaldi) 트리니티 칼리지 생물정보학 박사, UC 데이비스 포스트닥터 연구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UCD) 리서치 펠로 / 9월 25일 아일랜드 더블린 뉴리타스(Nuritas) 사옥에서 만난 노라 칼디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 사진 이민아 기자
노라 칼디(Nora Khaldi)
트리니티 칼리지 생물정보학 박사, UC 데이비스 포스트닥터 연구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UCD) 리서치 펠로 / 9월 25일 아일랜드 더블린 뉴리타스(Nuritas) 사옥에서 만난 노라 칼디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 사진 이민아 기자

뉴리타스(Nuritas)의 노라 칼디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Chief Scientific Officer)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트업 창업자다. 그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UCD)에서 리서치 펠로(박사 연구원)로 일하던 중,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펩타이드를 식품에서 검출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무기로 UCD의 벤처 창업 액셀러레이터에서 지원받았고 2014년 뉴리타스를 창업했다.

9월 25일 아일랜드 더블린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뉴리타스 사옥에서 칼디 CSO를 만났다. 최근 뉴리타스는 유럽투자은행(EIB)에서 유치한 자금으로 실험 설비를 구축하고 더블린 시내의 건물 두 곳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과 연구 시설을 한곳으로 합쳤다. 이날 뉴리타스 직원들은 분주하게 사무실 집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동행한 닐 포스터 뉴리타스 홍보팀장은 “뉴리타스 사옥은 더블린 시내에서 트리니티 칼리지를 제외하면 가장 큰 연구 시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옥에서 창밖을 바라봤다. 넓은 창 너머로 더블린명예시장관저(Lord Mayor of Dublin)를 비롯한 시내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우 같은 인상을 풍기는 칼디 CSO와 창밖 너머 비치는 더블린의 세련된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 뉴리타스는 다국적 기업 중심인 아일랜드의 경제 생태계에서 토종 강소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직원이 65명에 불과하고 창업한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력은 화려하다. 세계적인 밴드 U2의 보노, 세일즈포스 닷컴의 창업자 겸 CEO인 마크 베니오프와 미국 벤처캐피털 샌드박스 벤처스가 총 2500만유로(약 330억원)를 투자했다. 작년 11월에는 유럽투자은행이 3000만유로(약 395억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2016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꼽은 ‘가장 혁신적인 유럽 스타트업 10곳’에 이름을 올렸다. 아일랜드 토종 기업 육성 기관인 아일랜드 기업진흥청(EI)이 선정한 HPSU(High Potential Start-Ups·잠재력 높은 스타트업)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뉴리타스의 소프트웨어가 ‘약효 있을 만한 펩타이드’ 지목해 줘

칼디 CSO가 이끄는 뉴리타스는 과일이나 쌀 같은 식물에서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펩타이드를 찾아 추출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추출한 펩타이드는 의약품 제조에 활용된다. 펩타이드 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래 먹을거리로 주목하는 분야다. 아미노산 결합체인 펩타이드가 주성분이기 때문에 화학 물질로 만든 약보다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그간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은 난항을 겪었다. 약효가 있는 펩타이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연구실에 틀어박혀 수십만, 수백만 번의 무작위 추출 실험을 해야 했다. 1만 개의 펩타이드를 추출해 실험했을 때 효력 있는 펩타이드를 겨우 1개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이었는데, 이렇게 낮은 확률을 감당하며 실험을 반복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뉴리타스의 소프트웨어는 이 성공률을 약 60%로 끌어올렸다. 실험 횟수, 비용을 과거와 비교도 안 되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칼디 CSO가 기존의 펩타이드 연구 방식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다 해법으로 선택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며 기능을 개선) 기술 덕분이다.

뉴리타스의 소프트웨어는 펩타이드의 예상 효과를 기존의 생명과학 논문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망한다. 연구자가 무작위로 펩타이드를 뽑아내고 효과를 검증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예상치를 가지고 실험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는 뉴리타스의 소프트웨어가 지목한 ‘약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펩타이드’의 효과만을 실험실에서 검증하면 된다.

칼디 CSO는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알고리즘을 공부했고, 박사 과정에서 생물정보학을 전공했다”면서 “학위 과정에서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생물정보학은 생물체를 분자 단위에서 분석하고, 분석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는 이 방법을 생명과학에 적용하기로 하고, 관련 논문을 긁어모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짰다.

칼디 CSO는 “방대한 생명과학 논문을 모두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소화할 수 있는 ‘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융합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에 효과 있는 펩타이드에 대한 논문의 한 구절에 암 치료 효과가 있는 펩타이드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읽는 사람의 대부분은 당뇨병 전문가이기 때문에 암 치료에 연결될 수 있는 정보를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컴퓨터는 모든 미세한 정보를 통합해 분석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사소한 연결고리까지 찾아낼 수 있다.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뉴리타스의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진다. 뉴리타스 연구원이 실험을 거듭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쌓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를 AI가 다시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술의 정밀도가 더 높아지는 구조다. 칼디 CSO는 “뉴리타스는 연구 기관이나 제약·바이오 회사를 통틀어 펩타이드에 대한 정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리타스는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는 대신 연구에 집중한다. 신사옥의 2~3층을 연구 시설로 채웠다. 제품 생산은 다국적 기업과 협력으로 해결한다. 다국적 기업의 시설과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뉴리타스의 기술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펩타이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리타스는 다국적 제약사 바스프(BASF)의 의뢰를 받아 근육에 생기는 염증을 줄여주는 펩타이드를 찾아냈다. 갈색 쌀에서 추출한 펩타이드로, 개발에는 약 2년이 소요됐다. BASF는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뉴리타스 관계자는 현지 외신을 통해 “기존 방식을 썼다면 개발 기간은 5~7년, 비용은 3500만달러(약 420억원) 정도 들었을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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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타이드(Peptide) 펩타이드는 2개 이상, 50개 미만의 아미노산(단백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 결합한 물질이다. 아미노산이 50개 이상 결합하면 단백질로 분류한다. 펩타이드는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펩타이드 의약품은 인체 친화적이며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 다만 펩타이드 의약품은 고도의 제조·생산 기술을 필요로 한다. 기존 펩타이드 의약품은 약물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몸속에서 분해돼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더블린(아일랜드)=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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