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데블린(Kevin Devlin) 하드디스크 생산 회사 ‘퀀텀’ 매니징 디렉터, 기업 자료 저장 시스템 공급 회사 ‘필라 데이터’ 제너럴 매니저, 자료 복원 전문 회사 ‘탠드버그 데이터’ 노르웨이 법인 COO / 9월 25일 케빈 데블린 노바이러스 CEO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자사 연구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케빈 데블린(Kevin Devlin)
하드디스크 생산 회사 ‘퀀텀’ 매니징 디렉터, 기업 자료 저장 시스템 공급 회사 ‘필라 데이터’ 제너럴 매니저, 자료 복원 전문 회사 ‘탠드버그 데이터’ 노르웨이 법인 COO / 9월 25일 케빈 데블린 노바이러스 CEO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자사 연구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아일랜드 스타트업 ‘노바이러스(Novae rus)’가 제작한 공기청정살균기가 10월 말부터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공기청정살균기는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악취·바이러스·박테리아 등 각종 오염물질을 파괴하는 기기다.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는 현재 병원 등 의료 기관 대상, 즉 기업 대 기업(B2B) 판매로만 한국에 들어와 있다. 국내 구급차 1000여 대와 병원 450여 곳에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가 설치돼 있다.

노바이러스 최고경영자(CEO) 케빈 데블린을 9월 25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더블린시립대(DCU)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데블린 CEO는 “10월 말 한국에서 공기청정살균기의 기업 대 소비자(B2C) 판매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노바이러스의 첫 B2C 판매지가 한국인 것이다. 그는 올해 초 노바이러스에 영입된 ‘새내기 CEO’다. 노바이러스 합류 이전에는 글로벌 기술 기업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았는데, 지금은 노바이러스의 글로벌 B2C 판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박테리아 등 오염 물질을 파괴한다. 기기의 위·아래쪽에 있는 팬이 공기를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공기는 4000V(볼트)의 고압이 가해진 플라스마 코일을 통과한다. 공기 중 오염 물질은 이 플라스마 코일에서 발생하는 전자 이온에 닿는 즉시 파괴된다. 그리고 기기 양옆에 있는 팬을 통해 정화한 공기를 내보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진 램 프라사드 박사는 “노바이러스의 플라스마 기술이 병원균의 DNA를 급격히 비활성화했다. 공기 중 박테리아의 화학적·구조적 형태를 변형시킨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동구 보건소에 설치된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 사진 아일랜드 기업진흥청 제공
서울 강동구 보건소에 설치된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 사진 아일랜드 기업진흥청 제공

전 직원 47명뿐이지만 40개국에 제품 판매

노바이러스는 플라스마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직원 47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40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병원이나 구급차·호스피스·요양원 등 의료 시설뿐 아니라 학교·카지노·세미나실 등에도 제품이 설치돼 있다. 전부 B2B 판매다. 아일랜드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오이스터 캐피털’, 피델리티그룹의 헬스케어 분야 벤처투자사인 ‘에프(F)-프라임 캐피털’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B2C 진출은 노바이러스에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다른 아시아 국가 진출에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바이러스는 올해 6월 한국의 게이트비젼과 B2C 판매 계약을 했다. 게이트비젼은 앞서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을 한국에 들여온 수입 가전 유통 회사다.

데블린 CEO는 B2C 진출의 첫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아시아 소비자가 한국 문화나 생활 양식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 소비자는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감을 갖고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성공하면 중국 소비자의 마음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이러스의 지하 연구시설에 있는 밀봉실. 이 공간에 노바이러스 제품을 넣은 뒤, 직접 배양한 박테리아를 주입해 멸균 성능을 실험한다. 사진 이민아 기자
노바이러스의 지하 연구시설에 있는 밀봉실. 이 공간에 노바이러스 제품을 넣은 뒤, 직접 배양한 박테리아를 주입해 멸균 성능을 실험한다. 사진 이민아 기자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경쟁력 높여

데블린 CEO는 “한국 소비자는 알레르기나 황사 등으로 인한 공기 질에 민감한 편”이라면서 “게이트비젼은 (다이슨 청소기 등) 하이엔드(high-end·동일 제품군 중 최고급)를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제품을 판 이력이 있는 회사이기에 협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설치된 공기청정살균기를 집에 둘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바이러스의 자신감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노바이러스는 회사 웹사이트에 외부 연구기관에서 노바이러스 제품을 분석한 보고서 30여 건을 원본 그대로 올려놓았다. 소비자가 노바이러스의 기술력을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데블린 CEO는 “우리 웹사이트를 본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런 조심스러운 정보가 많이 담긴 문서를 전부 공개하다니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데블린 CEO는 “외부 기관 연구뿐 아니라 우리 사무실 지하에 있는 자체 연구시설에서도 설립 초기처럼 매일 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자체 연구시설에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능 개선 실험과 판매한 기기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진다. 데블린 CEO는 “2년 전 소비자에게 팔았던 기기를 가져와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데블린 CEO는 이날 인터뷰 도중 “연구시설을 보여주겠다”며 건물 지하로 안내했다. 연구실 규모는 소박했지만 사람 셋은 들어갈 만한 은색의 큰 사각통 그리고 밀봉실이 있었다. 이 사각통과 밀봉실 안에는 노바이러스의 공기청정살균기가 놓여 있었다.

반대편 미생물 실험실에서는 흰색 상·하의를 입은 한 연구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데블린 CEO는 “미생물 실험실에서 기른 박테리아를 반대편에 있는 사각통·밀봉실에 주입하고, 공기청정살균기가 이를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고 말했다. 이런 실험을 매일 반복해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성능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학계와 긴밀한 연결고리도 기술력의 비결 중 하나다. 노바이러스는 DCU의 인큐베이터(창업 기업 육성 기관) 건물인 ‘DCU 알파’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DCU 알파는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상업화하자는 취지로 세운 기관으로, 2014년 문을 열었다. DCU를 비롯한 아일랜드의 대학은 과학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과학자와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다.

데블린 CEO는 “핵심 창업 멤버인 필리페 실버론 노바이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DCU에서 플라스마 기술 분야 박사 과정을 밟았다”면서 “노바이러스 창업자들이 플라스마 코일 관련 기술을 상업화하는 단계에서 DCU 내 국립 플라스마 기술 연구 모임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블린(아일랜드)=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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