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반타 블랙 색상의 BMW X6. 사진 BMW
BMW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반타 블랙 색상의 BMW X6. 사진 BMW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색은 무엇일까. 당연히 검은색이라는 답이 떠오르지만 더 특별한 검은색이 존재한다. 바로 ‘반타 블랙(Vanta Black)’이다. 일반적인 검은색보다 가시광선 흡수율이 높은 신물질로 만들어진 새로운 색이다. 검은색 도료의 가시광선 흡수율은 95~98%인 데 비해 ‘반타 블랙’은 99.965%에 달한다. 가시광선을 대부분 흡수하다 보니 광택이 거의 나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에서는 형체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반타 블랙’은 2014년 영국 기업 서레이 나노시스템스에서 발명했다. ‘반타 블랙’은 세상에 선보이자마자 상업적 잠재력을 알아본 글로벌 제조업체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색에 민감한 완성차 업계에서 이에 주목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이 색의 사용을 허가받은 완성차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올해 결국 독일 완성차 업체 BMW가 콧대 높은 ‘반타 블랙’을 사용한 최초의 신차를 출시했다. BMW는 9월 12~22일(현지시각) 독일에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반타 블랙’을 적용한 BMW X6 모델을 공개했다. ‘반타 블랙’ 발명가 벤 젠슨은 BMW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BMW X6의 크기, 독특한 모양, 전체적인 외관을 고려할 때 ‘반타 블랙’과 매우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컬러마케팅 분야다. 페라리의 번쩍이는 빨간 스포츠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4년 등장한 ‘테스타로사(Testarossa)’는 이 전통의 빨간색을 가장 잘 구현한 차종으로 꼽힌다. 이 차는 외형뿐 아니라 엔진의 헤드(head·엔진의 윗부분)까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어 테스타로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어로 빨간 머리라는 뜻이다.

빨간색이 페라리를 상징하듯 BMW는 파란색을 주로 쓴다. BMW는 로고부터 파란색과 흰색으로 돼 있는데, 바이에른 주 정부 깃발의 파란색과 흰색을 차용한 것이다. 두 색깔은 바이에른주의 하늘, 주와 접해 있는 알프스의 눈을 상징한다. BMW는 ‘바이에른의 자동차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칭이다. 특히 로고의 파란색은 파란색과 하늘색의 중간쯤으로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BMW는 짙고 깊은 색감의 파이토닉 블루(Phytonic Blue), 지중해 블루(Mediterranean Blue), 포르티마오 블루(Portimao Blue), 스내퍼록스 블루(Snapper Rocks Blue) 등 십수 종의 파란색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의 색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컬러 톤도 조금씩 다르다. 일례로 포르티마오는 포루투갈의 지명이며 스내퍼록스는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서퍼들의 천국이다. 컬러 콘셉트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한국은 한때 무채색(검은색·흰색) 자동차의 나라로 알려졌다. 2011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실제 2011년에 판매된 자동차 10대 중 단 1대만이 유채색으로, 무채색 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9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무채색 자동차 판매 비율은 60% 수준에 불과했다. 색채심리학에 따르면 흰색은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데다 차량을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검은색은 안정감과 중후함 등의 이미지를 가져 큰 차에 알맞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소비자들도 점차 색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면서 유채색 자동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업체 악셀타(Axalt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한국의 무채색 차량 비중이 90%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7년 말에는 무채색의 비중이 77%로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컬러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다채로운 색을 통해 개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쌍용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소형 SUV 티볼리 구매 고객 가운데 유채색을 택한 비율이 20%를 돌파했다. 티볼리는 현재 7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유채색은 오렌지팝과 댄디블루, 체리레드 등 3가지다. 현대차 소형 SUV 코나는 펄스레드, 텐저린코멧, 블루라군, 세라믹블루 등 4가지 유채색 모델이 있다. 티볼리와 코나는 모두 차량 보디와 별도 색상을 루프에 적용한 투톤 컬러 모델로도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소형 SUV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도 다양한 컬러로 판매되고 있다. 무채색에서 나름의 개성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각도나 조명에 따라 보랏빛으로 보이는 르노삼성차 QM3의 ‘아메시스트 블랙’이 대표적이다.


BMW의 파란색 BMW M5.
BMW의 파란색 BMW M5.
페라리를 상징하는 빨간색 차체. 사진 위키피디아
페라리를 상징하는 빨간색 차체. 사진 위키피디아
성조기의 파란색을 연상하게 하는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성조기의 파란색을 연상하게 하는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항공 업계는 신뢰감 주는 푸른색이 대세

항공 업계는 신뢰감을 주는 푸른색 계열을 주로 브랜드 로고와 기체에 적용하고 있다. 컬러리스트(색채 전문가)인 안영선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단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항공 업계의 특성 탓에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색은 신뢰감을 주는 푸른색 계열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성조기 고유의 푸른색을 적용해 미국의 이미지를 자사 이미지와 동일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국의 라이언에어,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등도 푸른색 계열의 항공사다. 독특한 사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린 ‘색동날개’라는 슬로건을 달고 한국 고유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전파한다. 로고와 기체는 물론 팬시,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도 동일한 컬러로 개발·판매하고 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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