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티파니 블루’ 색상 제품. 사진 티파니 02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의 제품 라인. 사진 Aesop
01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티파니 블루’ 색상 제품. 사진 티파니
02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의 제품 라인. 사진 Aesop

검은 원피스를 입은 오드리 헵번이 거리를 거닐다 창가로 다가간다. 한 손에는 커피, 다른 한 손에는 페이스트리를 들고 있다. 헵번은 창가 안쪽에 전시된 액세서리를 찬찬히 감상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의 한 장면. 헵번이 바라보던 곳은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티파니 매장으로 지금도 존재한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2017년 이 매장 4층에 카페를 열었다. 소파·벽지·접시까지 온통 ‘티파니 블루’로 채운 매장으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티파니 블루는 티파니의 공식 색상으로 민트색과 비슷하다.

티파니는 주얼리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컬러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티파니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특유의 민트 색상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색상의 반지 박스는 프로포즈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다. 티파니는 1800년대부터 이 색상을 카탈로그나 제품 디자인에 이용했다. 당시 영국에서 이 색상의 터키석을 신부에게 선물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티파니 블루라는 용어가 정착된 것은 1998년 이 색상을 공식 상표로 등록하면서부터였다. 2001년에는 컬러브랜드 연구기업 팬톤에 색상 코드를 정식 등록했다.

주얼리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서도 패키지 색상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VDL은 2015년부터 팬톤과 정식 협약을 하고 매년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팬톤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컬러’로 화장품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올해 VDL은 2019년의 색상인 리빙 코랄을 아이섀도·립스틱·파운데이션 등 총 9종의 제품 패키지에 입혔다. 이 중 대표 제품 ‘VDL 엑스퍼트 컬러 아이북 6.4’는 출시 2주 만에 완판됐다.

유튜버들 사이에선 매년 이 신제품 라인을 리뷰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유튜브에 ‘VDL×팬톤’을 검색하면 조회 수 3만6000회의 ‘2019 VDL×팬톤 #리빙 코랄 언박싱 & 메이크업’, 조회수 1만9000회의 ‘VDL×팬톤 리빙 코랄 리뷰! 원래 코랄 안 좋아해요’ 영상 등이 나온다.


2019 VDL×팬톤 컬렉션. 사진 VDL
2019 VDL×팬톤 컬렉션. 사진 VDL

독특한 색상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

코스메 데코르테의 ‘모이스처 리포솜’도 색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대표적 예다. 화장품에선 잘 쓰지 않는 보라색 패키지로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배우 김남주가 광고하면서 ‘김남주의 보라색 에센스’로 유명해졌다. 현재는 코스메 데코르테를 상징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실험적인 색상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은 모든 제품의 패키지가 갈색이다. 갈색 시약병에 오프 화이트 색상의 무광 라벨지를 덧붙인 것이 특징이다. 갈색은 자칫하면 배설물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색상이지만, 이솝은 유리 소재의 시약병을 활용해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호정 브랜드 마케터는 “갈색은 활용하기 어려운 색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솝은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색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뉴트로지나는 40년 전통의 보디 보습케어 라인 ‘노르웨이전 포뮬러’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패키지 색상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레드라벨’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뉴트로지나 관계자는 “기존 판매율 1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은 제품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컬러마케팅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상규 한국컬러리스트중앙회 회장
“미용 업계도 ‘컬러 비즈니스’중요해진다”

김상규 한국컬러리스트중앙회 회장
김상규
한국컬러리스트중앙회 회장

김상규 한국컬러리스트중앙회 회장은 한국 미용 업계의 염색 교육 스타 강사다. 현재 염색 전문 미용실 코제트를 운영하는 기업 아베체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올해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염색약 자회사 아모스프로페셔널과 협업해 전국 컬러콘서트를 열었다. 대구, 부산, 대전 등 각지를 다니면서 총 2000여 명의 수강생을 상대로 염색 교육을 실시했다. 그는 “미용 업계에서 ‘컬러 비즈니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용 업계에서 ‘컬러 비즈니스’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디자인이 들어가 있는 모든 제품은 색상이 중요하다. 휴대전화도 기능이나 약정을 파악하고, 색상을 중시해서 고르지 않나. 미용도 마찬가지다. 파마나 커트만으론 헤어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헤어 스타일은 색상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염색만으로도 젊어 보일 수 있다.”

염색약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체감하는가.
“미용실 매출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파마 50%, 커트 30%, 염색 10%, 클리닉 10% 정도로 매출이 구성됐다. 요즘엔 파마가 30%로 줄고, 염색이 30%로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밝은 색상도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11레벨(밝을수록 레벨이 높다)까지 출시되던 색상이 13레벨까지 나오고 있다”

고객에게 헤어 색상을 추천하는 기준은.
“퍼스널 컬러에 맞춰서 추천한다. 피부톤은 웜톤(노란 계열)과 쿨톤(푸른 계열)으로 나뉜다. 보통 동양인은 웜톤이 많다. 같은 분홍색 머리를 추천하더라도 이런 분들에겐 로즈 골드를 추천한다. 노란빛이 도는 분홍색이다. 반면 쿨톤의 고객에겐 파랑이 살짝 엿보이는 로즈 쿼츠를 추천한다.”

요즘 인기 있는 머리 색상은.
“과거엔 초코 브라운, 모카 브라운 등 커피 메뉴 색상이 유행했다. 요즘엔 팬톤이 발표하는 ‘올해의 컬러’에 맞춰 염색약이 나온다. 올해는 팬톤이 선정한 ‘리빙 코랄’이 유행이다. 모델 한혜진씨의 머리색이기도 한데, 붉은(따뜻한) 계열의 머리색이라고 보면 된다. 푸른(차가운) 계열에선 느타리버섯의 갓 색깔인 ‘머쉬룸 블론드’가 유행이다.”

염색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나는 염색약을 여러 가지 섞어서 디자인하는 내용을 교육한다. 같은 오렌지색 머리도 오렌지 하나만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빨간색과 노란색 염색약을 모발에 군데군데 섞는 방법이 있다. 세로선을 넣거나 두피에서 아래로 갈수록 밝은 색상을 연출하는 등 부분적으로 밝기의 흐름도 조절할 수 있다.”

염색에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밝기의 흐름을 조절하면 예쁜 얼굴형을 연출할 수 있다. 트럼프 아내 멜라니아도 머리 톤이 한 가지 색상이 아니다. 부분적으로 밝은 색상이 들어간 덕분에 계란형 얼굴로 보인다. 두상에 따라 염색을 달리할 수도 있다. 뒤가 납작한 사람은 뒤에 하이라이트를 넣으면 튀어나와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강연 반응은 어떤가.
“외국에서도 교육을 받으러 올 정도다. 한류 영향 덕에 올해 동남아에서만 2000명이 왔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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