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각각의 컬러(색)가 소재 특성과 제대로 결합해야 소비자를 매혹할 수 있습니다.”

이호정(43) 브랜드 마케터는 10월 16일 오후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색은 매우 섬세한 분야인 만큼 소재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지로 소통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활짝 열렸고, 감성의 언어인 색을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빨간색 하나에 집중하고 세심하게 관리해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구축한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컬러마케팅 성공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역발상을 통해 성공을 거둔 커피전문점 블루보틀과 패션회사 폴스미스의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외국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10년 전 색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일본 도쿄상공회의소가 발급하는 색채전문가(컬러코디네이터)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국 런던 예술대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기업 브랜드나 제품 마케팅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서 색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색이 주는 심리적인 효과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색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색의 기본요소인 RGB(Red·Green·Blue, 빨강·초록·파랑)는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각각 다르다. 인간은 빛을 통해 색을 인지하는데 빨간색은 빛의 파장이 긴 장파장색으로 자극이 강하다. 혈류를 빠르게 만들어 식욕을 자극하고 충동적인 심리를 조성한다. 반대로 파란색은 단파장색으로 편안함을 준다. 일례로 커피전문점 블루보틀은 로고에 파란색을 사용해 편안한 이미지를 구축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중파장인 초록색은 자연색에 가까워 단번에 마음을 끌지는 못하지만, 불균형을 맞춰주는 효과가 있고 풍요로움과 성장을 상징한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가 이 색을 쓴다. 두 곳 모두 일반적인 갈색 계열의 커피전문점과는 다른 색 효과를 노린 것이다.”

색은 매우 섬세한 분야로 보인다.
“그렇다. 색의 미묘한 톤을 조절하는 것에 따라 색이 주는 감성이 달라질 수 있다. 채도(선명도)와 명도(밝기) 조절을 통해 인공적인 느낌과 자연스러운 느낌, 저가와 고가의 차이를 표현할 수도 있다. 같은 색이라도 톤 조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커피머신 브랜드 네스프레소의 커피 캡슐은 다양한 색으로 맛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 캡슐의 색은 전체적으로 원색이 아닌 탁색이다. 탁색은 원색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반대로 네스프레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커피머신 브랜드 네슬레 돌체구스토의 커피캡슐은 원색에 흰색을 더한 밝은색으로 대중적인 느낌을 어필했다. 이런 톤 조정은 브랜드와 제품의 성격을 드러낸다.”


보라색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 화장품 기업 데코르테의 보습 제품 용기(왼쪽), 밝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네슬레의 캡슐커피 용기. 사진 이호정
보라색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 화장품 기업 데코르테의 보습 제품 용기(왼쪽), 밝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네슬레의 캡슐커피 용기. 사진 이호정

색과 소재의 궁합도 중요할 것 같다.
“색은 섬유든 종이든 소재 고유의 특성과 궁합이 맞아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각각의 색이 가진 특성이 다르듯 소재의 특성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소재는 메탈과 유리가 있다. 반대로 패브릭(직물)과 나무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소재에는 따뜻한 색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따뜻한 색이라도 차가운 소재와 결합하면 색다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컬러리스트(색채전문가)들은 색은 물론 소재의 특성과 마감방식까지 모두 고려한 상태에서 최적의 색을 결정한다.”

역발상으로 성공한 사례도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분홍색은 로맨틱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색으로 주로 여성들에게 어필한다. 영국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남성복에 핑크를 적용하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 최근 국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됐던 그의 전시회에서도 입구부터 굿즈까지 핑크 컬러를 사용했다. 2015년 출시된 아이폰 6S의 로즈골드 컬러 역시 여성뿐 아니라 많은 남성 유저에게 사랑받았다.”

가장 크게 성공한 컬러마케팅 사례는.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성공비결은 1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일관되게 빨간색 하나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탄산음료 하나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키워낸 것은 컬러브랜딩의 결과다. 코카콜라 레드는 1970년, 과거보다 더 밝은 레드로 변경됐지만 회사는 이런 미세한 색 조정치를 ‘제2의 레시피’라고 부르고 기밀로 관리한다. 일관성과 세심한 관리가 성공의 비결이다.”

직접 진행했던 컬러마케팅 사례는.
“일본 화장품 회사 ‘데코르테’의 ‘퍼플(보라색) 마케팅’을 주도했다. 보습 제품 용기의 색인 보라색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을 보라색으로 도배하고 직원 유니폼도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증정용 샘플 파우치나 가방까지 보라색으로 만들고 홈페이지 배너광고 색까지 하나로 통일했다. 일관성을 주기 위해서였다. 최근 국내에 론칭한 미국 헤어케어 회사 ‘리빙프루프’의 경우 샴푸와 컨디셔너 등 제품 성격에 따라 용기의 색을 다르게 했다. 손상된 모발 회복을 위한 제품은 편안한 분홍색, 올인원 제품은 바쁜 도시 여성을 타깃으로 해 회색 용기에 담았다.”

앞으로의 포부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색으로 해결해 보고 싶다. 버려진 공간을 채색해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증세를 색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이호정은 누구?

일본 화장품 회사 ‘데코르테’, 미국 헤어케어 회사 ‘리빙프루프’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다. 일본 색채전문가(컬러코디네이터·컬러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기업 브랜드부터 제품, 웹, 프로모션까지 이어지는 컬러마케팅 방법을 제안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4월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를 출간했다. 상명대 일어일문 학사, 영국 런던 예술대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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