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책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원제 The Secret Lives of Colour)’. 사진 아마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책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원제 The Secret Lives of Colour)’. 사진 아마존

“컬러(색)는 사람을 매혹시킵니다. 그러기에 기업에 중요하죠. 마케팅에서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요?”

영국의 색·섬유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10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왜 기업이 색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색을 활용하는 것은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이라면서 “기업이 새로운 제품·브랜드를 내놓을 때, 색을 잘 활용하면 고객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기분 좋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첫 책인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12개국에서 출판됐다. 그가 인테리어 전문지 ‘엘르 데커레이션’에 3년간 기고했던 ‘색상 칼럼’의 주제로 선정했던 대표색 75가지에 대한 글을 엮은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특정 색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읽기 쉽게 썼다. ‘타임’ ‘엘르’ ‘가디언’ 등 유력 매체로부터 ‘우아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게 기업이 색을 활용해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 들었다.


기업이 색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색은 사람을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제품·서비스의 가성비만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에 더 쉽게 지갑을 연다. 색은 이런 소비자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여러 가지 색상으로 출시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제품을 선보인 후, 어떤 색에 소비자들이 가장 열광하는지를 파악해 다음 제품을 출시할 때 반영하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끊임없이 기업의 유혹에 노출된다. 돈을 써달라는, 충성심을 가져달라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에 종일 시달린다. 오늘날 소비자와 라포(rapport·의사 소통 과정에서 상대방과 만들어지는 친밀감)를 형성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비슷해졌고,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소비자를 좀 더 기분 좋게 해주고 그들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색은 기업이 소비자와 친밀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다.”

색을 깊이 있게 연구해 성공한 기업은.
“영국 버진그룹은 색을 이용한 브랜드 이미지 확립을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버진그룹은 현재 항공·기차·통신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기업의 브랜드 기본 색상을 밝은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강렬한 빨간색을 쓰고 있다. 마케팅 작업에서도 빨간색 사용은 마찬가지다. 버진그룹의 멤버십 프로그램 이름이 ‘버진 레드(red·빨간색)’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빨간색은 자신만만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기 때문에, 진취적인 버진그룹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또 다른 좋은 사례는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빨간색 로고는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으며, 오랜 역사가 있는 기업임에도 ‘젊은 느낌’을 준다.”

보편적으로 어떤 색이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나.
“개인이 처한 문화권이나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어떤 색이 어떤 영향을 준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색이 갖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다만 색이 우리의 기분과 감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버진그룹은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정하고 이를 그룹 내 회사들의 로고 등에 적용했다.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버진그룹은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정하고 이를 그룹 내 회사들의 로고 등에 적용했다.

환경 심리학자들이 색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
“그렇다. 사람을 특정한 색으로 둘러싸면 그 사람의 기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온통 토마토색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책상·의자·벽 그리고 바닥까지 말이다. 빨간색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매우 피곤할 것이다.”

각각의 색이 내는 효과가 궁금하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미국 사람에게 ‘어떤 색이 왕족의 색일까요?’라고 질문하면 아마도 보라색이라고 답할 것이다. 같은 질문을 중국 사람에게 하면 노란색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이런 문화적 차이를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 시장에 따라 같은 색을 쓰더라도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란색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 금융기관 또는 대기업들이 많이 사용한다. 파란색을 사용하면 안정적이면서도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빨간색은 대부분 문화권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색이다. 또 밝은 색은 시선을 끌고, 어두운 색은 신뢰감을 준다.”

파란색은 기업에 있어서는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이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불안정하고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클레어 작가가 ‘컬러의 말’에서 파란색을 다룬 부분을 보면, 스페인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등장한다.

피카소의 친구, 스페인의 시인이자 화가인 카를로스 카사헤마스는 1901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말고 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에 쏴서 자살했다. 그의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고 우울한 감정을 극복하는 데 힘겨워했는데, 피카소도 그중 한 명이었다. 수년간 피카소는 이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세룰리안 블루(탁한 파란색) 물감만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를 피카소의 ‘청색시대’라고 부른다.

김문관 차장,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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