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극지방에서 열리는 ‘폴라서클 마라톤’ 참가자들이 얼음으로 덮인 땅을 달리고 있다. 사진 알바트로스 어드벤처 마라톤
그린란드 극지방에서 열리는 ‘폴라서클 마라톤’ 참가자들이 얼음으로 덮인 땅을 달리고 있다. 사진 알바트로스 어드벤처 마라톤

직장인 신준석(32)씨는 3월 10일 ‘여의도 한강 릴레이 마라톤’에 참가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 마라톤은 7명으로 구성된 팀이 풀코스(42.195㎞)를 7개 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행사다. 이 마라톤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뛰는 행사로 유명하다. 올해도 군복이나 교복, 한복을 입거나 ‘파워레인저(일본 도에이의 모험극 시리즈를 미국 20세기폭스가 리메이크한 작품)’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의상을 입고 마라톤에 나온 사람도 있었다.

달리기 행사 전문기획업체 ‘굿러너컴퍼니’가 주최한 이 행사는 인터넷으로 150팀의 참가 등록(선착순)을 받았는데 참가 등록을 받기 시작한 지 15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 나오는 피콜로 복장을 하고 마라톤에 참가했다. 신씨는 “3년 전부터 마라톤에 참가해왔지만 이런 이색 마라톤은 처음 뛰어봤다”며 “일반 마라톤이 더 빠른 기록을 얻기 위해 뛰는 데 반해 여의도 한강 릴레이 마라톤은 좀 더 경기 자체를 즐기면서 재밌게 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 마라톤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특징인 ‘쇼잉(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적 욕구)’을 잘 충족시키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마라톤 코스 옆으로 ‘허세존’이라는 이름의 지역(500m)을 정해 마라톤 참가자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곳에서 각종 독특한 의상을 입은 응원자와 참가자들은 함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에 이 마라톤으로 해시태그된 사진이 1071개(10월 24일 기준)에 달한다. 주최사인 굿러너컴퍼니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의상을 입은 참가자와 응원자를 뽑아 시상하기도 했다.

이윤주 굿러너컴퍼니 대표는 “응원문화가 부족한 것 같아서 허세존이라는 곳을 지정해 재미있는 의상을 입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는데 대회가 진행될수록 점점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복장을 하고 나오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다. 베테랑 마라토너들도 풀코스를 달리면 체중이 줄어들 정도로 극도의 체력소모를 겪는 운동이기도 하다.

체력이 떨어져 탈진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참가자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극한 스포츠인 마라톤도 여의도 한강 릴레이 마라톤처럼 참가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반영해 이색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달리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유대감 등 정서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색 마라톤 중 대표적인 것은 일렉트로 대시(Electro Dash)다. 일렉트로 대시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달리는 마라톤으로 201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돼 미국과 유럽(2개국), 아시아(4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부터는 서울 한강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보통 저녁부터 야간까지 이어지는 일렉트로 대시는 마라톤 구간마다 흥겨운 음악과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돼 있고 참가자들은 야광 안경,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를 하고 달린다. 또 마라톤이 끝난 후에는 유명 디제이와 가수들이 참여하는 애프터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컬러런도 빼놓을 수 없는 이색마라톤이다. 컬러런은 2011년 미국 행사기획자 트레비스 시나이더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설립한 기업 ‘컬러런(The Color Run)’이 자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마라톤 행사다. 컬러런은 5㎞를 파랑, 노랑, 분홍, 주황 등 다양한 색의 컬러파우더를 맞으며 달린다.

하얀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4개의 컬러존을 뛰고 나면 티셔츠는 형형색색의 컬러파우더로 물든다. 모든 컬러파우더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한 천연 옥수수 녹말로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하다.

참가자들은 눈, 코, 입에 컬러파우더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나 반다나(목이나 머리에 두르는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착용하기도 한다. 마라톤이 끝난 후에는 음악, 춤,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컬러런은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마라톤 경기와 달리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다. 컬러런은 현재 세계 최대 달리기 행사가 됐다. 북미와 남미, 유럽, 남아프리카,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매년 200번가량의 행사가 열리며 연간 참가자는 200만 명에 달한다. 국내에는 2013년 서울 잠실에서 처음 컬러런이 개최됐고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5월(부산)과 7월(서울)에 컬러런이 열렸다.

마라톤은 평지를 달리는 게 보통이다. 조금 경사가 있는 구간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구간은 평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년 5월 열리는 중국의 만리장성 마라톤은 대부분의 구간이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건축물인 만리장성에서 진행되며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끝없이 펼쳐진 빙하에서 추위를 견디며 하는 북극 마라톤도 있다. 매년 4월 열리는 이 마라톤은 42.195㎞ 전 구간 표면이 북극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기네스 세계기록에는 ‘세계 최북단에서 개최되는 마라톤’으로 등재돼 있고 참가자의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에 육박한다.

영국 웨일스 란티드 웰즈에서 1980년부터 매년 6월에 열리는 마라톤은 말과 사람이 경주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수(騎手)를 태운 말 50마리와 참가자 500명이 22마일(약 35㎞)을 달리는데 경기 개최 25년 만인 2004년 처음으로 휴 롭 선수가 선두 말 케이비제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말과 휴 롭 선수의 기록 차는 2분에 불과했다. 이후 2007년에는 11분 차이로 사람이 우승하기도 했다.


plus point

마라톤도 하고 사회 기여도 한다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를 담은 마라톤 행사도 점점 늘고 있다. 아디다스와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이 주최하는 런포더오션이 대표적이다. 6㎞를 달리며 플라스틱 등 해양환경 오염물질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다. 행사 후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런포더오션 행사로 모인 돈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교육기관에 기부된다. 

참가비 전액을 유방암재단에 기부하는 핑크런은 한국유방건강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마라톤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34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비는 1만원인데 지금까지 모인 참가비 37억원이 유방암 환자 수술 치료비 지원과 유방암 예방 검진 사업에 쓰였다. 한국유방건강재단 관계자는 “유방암은 미리 알게 되면 완치가 쉬운 병인데 자가검진 방법을 몰라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 핑크런 캠페인을 통해 유방암에 대해 알리고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20~30대 젊은 참가자들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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