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백 제일모직 (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 갤럭시 MD, 엠비오 팀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략기획담당 기획팀장 / 사진 이민아 기자
송주백
제일모직 (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 갤럭시 MD, 엠비오 팀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략기획담당 기획팀장 / 사진 이민아 기자

작년 9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미국의 러닝 전문 브랜드 ‘브룩스’를 국내에 수입·유통한다고 발표했다. 1914년 출범한 브룩스는 2006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인수돼 ‘워런 버핏 운동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국 내 인지도는 낮지만, 미국 내 러닝 용품 편집숍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약 30%쯤 된다. 삼성물산은 브룩스 러닝화를 수입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한 의류는 아시아 사람 체격에 맞춰 제작한다.

삼성물산이 브룩스를 들여온 이유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밀레니얼 세대에 러닝 열풍이 불면서,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다퉈 러너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첫 매장을 낸 브룩스는 국내 스포츠 의류 시장의 후발 주자다. 브룩스는 일반인 러너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선발 주자들의 틈새를 조금씩 파고들며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매장이 1곳에 불과했던 브룩스는 1년이 지난 지금 매장을 10곳으로 확대했다. 월 매출은 작년보다 175배 성장했다.

광고 모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름을 알린 ‘런예인’인 ‘런소영’을 기용한 적은 있지만, 유명 연예인을 쓴 적은 없다. 런예인은 ‘달리다(run)’와 ‘연예인’을 합친 말로, SNS에서 유명한 러너를 의미한다. 일반인 러너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러닝 수업인 ‘브룩스 런업’ 프로그램은 마케팅의 중심축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 이용층인 SNS 인스타그램에 브룩스 런업 수료자들을 의미하는 ‘브룩이’를 검색하면 1000여 건의 게시 글이 나온다. 러너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세를 이어 브룩스는 10월 27일 열린 국내 3대 마라톤 가운데 하나인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의 공식 스폰서가 됐다.

브룩스를 지휘하는 송주백 삼성물산 패션부문 BROOKS팀장을 10월 2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브룩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났다. 날씬한 체형의 송 팀장은 상·하의를 브룩스 의류로 갖춰 입고 있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에 섞여 러닝하기 시작했다”면서 “러너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러닝 문화를 온 몸으로 부딪쳐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활기찬 그를 보며 ‘올해 46세인 송 팀장이 30대 후반 정도로 젊어 보이는 비결은 러닝일까’라고 생각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브룩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러닝화와 러닝 의류 외에도 러닝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판매한다. 선수들이 러닝 전 마시는 음료(왼쪽)와 러닝 전용 선글라스 케이스(가운데) 그리고 러닝 기록을 잴 수 있는 스마트 기기(오른쪽)를 판매한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 강남구에 있는 브룩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러닝화와 러닝 의류 외에도 러닝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판매한다. 선수들이 러닝 전 마시는 음료(왼쪽)와 러닝 전용 선글라스 케이스(가운데) 그리고 러닝 기록을 잴 수 있는 스마트 기기(오른쪽)를 판매한다. 사진 이민아 기자

직접 러닝을 해보니 러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나.
“러닝 크루에 소속돼 왕성하게 러닝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로커룸이다. 달리는 동안 짐을 맡길 만한 안전한 장소가 없다. 많은 러닝 크루가 짐 보관 때문에 코인 로커가 있는 지하철 역이나 대형마트 근처에서 만난다. 짐을 맡기고 옷은 화장실에서 갈아입는다. 또는 크루 중 한 사람이 러닝을 포기하고 짐을 지킨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에 ‘브룩스 상수 허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오로지 러너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다. 로커 100개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피팅 룸 4칸, 냉난방 시설만 뒀다. 현재 러닝 크루 40개가 이 공간을 이용한다.”

초보 러너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초보 러너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제대로 뛰는 법’을 배우는 것과 ‘모임 결성’이라고 생각한다. BROOKS팀장으로 발령받은 후 러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일단 혼자 한강변을 뛰어봤다. 혼자 뛰니 재미도 없고, 몸이 이곳저곳 쑤셨다. 러닝을 제대로 배운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러닝 크루에 가입해 제대로 배워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수의 러닝 크루가 어느 정도 숙련된 러너만 회원으로 받고 있었다. 초보 러너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만약 ‘제대로 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수업이 있다면, 초보 러너가 관심을 두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룩스 런업’이라는 러닝 수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브룩스 런업은 8주짜리 프로그램으로 10월 현재 4회 차가 진행 중이다. 총 190명이 브룩스 런업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19분 04초에 주파하는 국가대표 상비군 수준의 전직 마라톤 선수 남임경 코치를 비롯한 전·현직 선수들이 코치로 활동했다. 참가비는 10만원이다. 대신 14만원 상당의 러닝화를 준다.  브룩스 런업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도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스포츠 관련 경력이 있나.
“그렇지는 않다. BROOKS팀장으로 발령받기 전엔 전략기획담당 부서에서 신사업을 발굴했다. 이때 브룩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내 손으로 발굴한 신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2014년부터 삼성물산에 스포츠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스포츠 의류 브랜드는 단일 브랜드만으로도 매출 1000억원까지 올릴 수 있을 만큼 유망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몸 건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운동 끝나고 스포츠 브랜드의 옷을 입고 귀가하는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한다. 덩달아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멋진 것’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빌딩 숲 사이 요지에 요가·필라테스·복싱 스튜디오가 있고, 이곳을 나서는 젊은 사람들을 동경의 눈으로 쳐다본다. 한국에서도 러닝 문화가 발달하면서 점차 ‘운동은 멋진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50·60세대가 러닝할 때는 ‘기능 좋은 옷’이 최고였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러닝 문화에서는 ‘멋진 나를 빛내줄 수 있는 디자인 예쁜 옷’이 최고다.”

그 외 브룩스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플래그십 스토어에 러닝에 필요한 용품을 구비했다. 러닝 전 기운을 북돋워주는 기능성 음료, 러닝 전용 선글라스와 골 전도 헤드셋, 고성능 GPS로 러닝 기록을 재주는 스마트 기기도 있다. 브룩스 제품이 아니어도 러너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놨다. 이는 러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남임경 코치의 작품이다. 남 코치는 브룩스 런업 프로그램에서는 ‘코치’지만, 평상시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소속의 브룩스 담당 MD다. 회사에서는 ‘남임경 선임’이라고 부른다. 남 선임은 어떤 제품을 구비해 소비자에게 제공할지를 결정한다. 러너 입장에서 꼭 필요한 용품들을 가져다 놓게 된 비법이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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