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성 대한육상연맹 마케팅위원회 부위원장, 조선비즈 뉴비즈본부장, 달리기 칼럼니스트, 전 (주)런너스클럽 대표이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책보좌관,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 번역
선주성
대한육상연맹 마케팅위원회 부위원장, 조선비즈 뉴비즈본부장, 달리기 칼럼니스트, 전 (주)런너스클럽 대표이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책보좌관,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 번역

달리기가 일상의 습관이 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간다. 스물일곱 살이던 1991년 5월, 우연히 나는 달리기 매력을 느끼게 됐다. 늦은 나이에 공군장교 후보생으로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였다.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5월의 태양은 뜨거웠다. 전투모와 전투복, 전투화를 착용하고 소총을 앞에 들고 50바퀴를 목표로 커다란 훈련장을 돌 때였다. 20바퀴는 더 돌았을 무렵 얼굴은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됐다. 앞선 동료의 전투복 등판은 땀이 말라 소금기로 기하학적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내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는 일정한 리듬을 타고 저절로 움직였다. 나는 점점 몰입의 쾌감을 느끼며 시간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50바퀴를 다 돌았다. 나는 한참 세월이 지난 후 그것이 소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고 하는 ‘몰입이 주는 달리기 쾌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군대 근무지에 배치돼서도 거의 매일 아침 혼자서 달리기를 했다. 주말에는 장거리를 달리며 훈련 때 느꼈던 그 쾌감을 맛봤다. 그러다 제대하고 취직한 첫해인 1995년 10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3시간 57분. 마라톤 완주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세상이 달라보였다. 그리고 무엇이 행복인지 알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80여 회 완주했다. 춘천마라톤은 20회 완주했다. 뉴욕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등 해외 마라톤도 달려봤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28년, 마라톤 첫 완주 후 2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 중간에 가벼운 부상을 경험한 적은 있지만 크게 아프거나 부상 없이 달리기를 내 삶의 행복 습관으로 실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상 없이 오랫동안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달리기를 일상 습관으로, 평생의 동반자로 만들 수 있을까? 나의 경험과 과학을 근거로 달리기의 즐거움과 지속하는 요령, 마음가짐을 소개한다.


1│달리기와 마라톤은 다르다. ‘마라톤 완주’에 집착하지 말라.

달리기와 마라톤을 혼동하지 말라. 마라톤은 42.195㎞를 달리는 육상의 한 종목이다. 많은 훈련과 인내를 요구하는 힘든 종목이다. 달리기를 마라톤이라고 부르면서 많은 오해와 문제가 생겼다. 달리기를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고, 거리에 집착하게 돼 무리한 훈련을 하게 된다. 달리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 할 목표로 생각하게 만든다. 목표에 집착하지 않아야 달리기를 더 재밌게,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2│기록 또는 거리에 집착하지 말라.

달리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멀리 달리고 싶어진다. 달리기를 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교와 경쟁은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록과 거리가 목표가 된다면 그 목표를 이루고 난 후 달리기를 지속할 동기가 약해진다.


3│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오래간다

달리기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근육만 쓴다. 그래서 달리기만 하면 근육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진다. 굳어진 근육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킨다. 큰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상의 작은 통증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몸을 부드럽고 탄력 있게 해주는 운동을 겸해야 한다.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유연성 운동을 겸하면 아주 좋다. 수영도 아주 좋은 운동이다. 달리기하기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과 같은 유연성 운동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부드럽게 하는 운동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달리기를 부상 없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4│내 몸을 알고 내 몸의 신호를 잘 이해해야 한다

달리다 보면 몸의 어디에선가 평상시와는 다른 부정적인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다. 너무 피로가 많이 쌓였으니 쉬라고 또는 내 능력보다 너무 과도하게 달리고 있으니 여유 있게 운동하라고.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면 부상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이상 신호가 느껴지면 그 부위가 어딘지,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몸을 잘 알아야 한다. 근육과 인대, 뼈의 구조 등 기초적인 인체해부학을 공부하는 게 좋다. 더 나아가 달리면서 이런 부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바이오 역학에 대해서도 이해하면 더 좋다. 그래야 스스로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간단한 처방도 할 수 있다.


5│달리기가 주는 정신적, 육체적인 효과를 즐기라

달리기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피부에 윤기가 나고 맑아져 얼굴에 좋은 기운이 비치게 돼 대인관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일상생활에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육체적인 효과뿐 아니라 달리기는 정신적 효과도 크다. 화가 났을 때, 우울할 때 달리기를 하면 안정감을 느낀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작은 성취감으로 인해 충만함을 느낀다. 그래서 달리기는 우울증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달리기는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활동을 도와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6│‘내면의 대화’를 즐기라

달리기를 오랜 세월 지속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달리기를 하면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에서 나온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 내면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마음의 잡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어떤 경우는 안 풀렸던 문제가 풀리고, 잘 몰랐던 나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7│달리기 환경과 코스에 변화를 주고 즐기라

늘 달리던 곳만 달리면 달리기가 지루해진다. 지루함은 달리기를 멈추게 만드는 가장 큰 방해물이다. 달리기 코스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움을 즐기는 것이 좋다. 계절 변화도 즐겨라. 한여름 비가 올 때나 한겨울 추위에도 장비만 제대로 갖추고 달리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계절 따라 날씨 따라 시간대에 따라 각각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달리기를 오랜 세월 즐길 수 있다.


8│나만의 ‘달리기 전통’을 만들라

10월 말에 있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달리는 것은 한 해를 사는 나만의 전통이다. 내가 1년을 얼마나 성실히 살았는지 점검하고 반성해 본다. 춘천마라톤을 준비하고 달리는 과정이 나만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달리기를 평생 즐기려면 이런 나만의 달리기 전통을 만드는 것도 좋다. 특정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 수 있고 1월 1일 새해 0시에 달리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 해 한 해 그런 나만의 달리기 전통을 실천하며 세월이 많이 지나면 그 달리기 전통은 나를 굳건히 지켜주는 튼튼한 뿌리가 될 수 있다.


9│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목표를 만들어 극복하라

달리기를 아무리 좋아해도 오랜 세월 달리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달리기에 대한 그리움은 살아있고 달리지 않는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이때는 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몸무게를 몇 킬로그램 줄이겠다거나 어떤 특정 대회에 참가해 완주나 기록을 목표로 한다거나 친구들과 함께 대회 참가를 약속하는 것 등이다.


10│결국 달리기가 습관이 돼야 평생 즐길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평생 즐기려면 결국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습관이 돼야 한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대문을 나서 달리는 것이다. 아침에 못 달리면 저녁에 달린다. 만약 오늘 하루 건너뛰었다면 내일은 반드시 달린다. 주말 아침에 좀 긴 거리를 여유 있게 달린다. 달려야 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습관으로 달리는 것, 달리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태가 되면 달리기가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선주성 대한육상연맹 마케팅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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