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FA제도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내년 FA 자격을 갖추게 되는 미국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사진 연합뉴스
경제학은 FA제도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내년 FA 자격을 갖추게 되는 미국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사진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32)이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의 LA 다저스 담당 켄 거닉 기자는 10월 30일(현지시각) 독자와 질의응답 코너에 “류현진이 5년간 1억달러(약 1163억원) 이상의 계약을 원한다면 LA 다저스에 남지 않을 것이다”라며 “홈 팀 디스카운트는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홈 팀 디스카운트란 원소속 팀과 재계약을 위해 선수가 자발적으로 몸값을 낮추는 것을 뜻한다.

류현진은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82.2이닝을 소화하고 14승 5패를 거뒀다. 탈삼진은 163개에 불과했지만 평균자책점은 2.3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어깨 부상이라는 약점에도 최고의 성적을 내며 의구심을 해소했다. 내년에 만 33세이지만 ‘FA 대박’을 노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현진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건 경제학의 힘이기도 하다. FA제도 탄생 배경이 스포노믹스(스포츠와 경제학의 합성어)의 출발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이먼 로텐버그(1916~2004)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1956년 ‘정치경제학저널(JPE)’에 ‘야구 선수의 노동시장(The baseball players’s labor market)’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스포노믹스의 시초로 꼽힌다. 로텐버그 교수는 이 논문에서 프로야구 구단주를 수요독점자(monopsony)라는 경제 용어로 지칭했다. 구단주가 일방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뜻이다.

1956년 당시에는 메이저리그에 FA제도가 없었다. 당시 선수들은 계약서상 ‘보류조항’에 묶여 오직 한 구단과만 계약했다. ‘보류조항’은 1879년 메이저리그에 도입됐다. 비시즌 일정 기간 내에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구단은 전년도와 같은 조건으로 1년 계약을 갱신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이 권리는 다음 연도, 그다음 연도에도 계속된다. 이 조항으로 구단은 선수에 대한 영구독점계약교섭권(보류권)을 갖게 됐다.

로텐버그는 보류권을 구단이 누리는 지대(rent)로 해석했다. 지대란 특정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보상이다. 구단주가 지대를 누리는 만큼 선수는 손해를 본다. 로텐버그는 이에 대해 ‘수요 독점적 착취(monopsonistic exploitation)’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류권 아래에서 선수 자원의 분배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로텐버그의 논문 이후 후속 연구가 뒤따랐다. 결국 메이저리그 노사는 1977년 시즌을 앞두고 FA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6년간 뛴 선수는 보류권에서 벗어나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스포노믹스는 21세기 들어서 활성화하고 있다. 2000년 미국에서 ‘스포츠 경제학회’가 창립돼 정기적으로 ‘저널 오브 스포츠이코노믹스(JSE)’가 발간되고 있다. 스포츠에서 경제학의 역할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경제 문제는 재화의 희소성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학은 한정된 재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스포츠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바로 희소성이다. 스포츠 경기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2002년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터뜨린 헤딩골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방송을 본다고 해도 승부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감동은 확연히 적어진다. 이처럼 스포츠는 같은 감동이 반복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희소성이자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다.

‘스포츠 경제학’ 저자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할수록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스포츠 산업은 경제학 이론을 테스트하고 적용하기 좋은 실험실과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프로구단을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 주체로 설명할 수 있다. 어느 선수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계약금과 연봉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 등은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다. 선수는 팀 선택, 계약금과 연봉 협상 등에서 경제적 결정을 한다.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NBA 스타

과거 미국프로농구리그(NBA)에서 3점슛이 대유행하게 된 데는 로버트 D. 톨리존(1942~2016) 미 워포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3점슛이 다른 슛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전체 경기나 시즌에 걸쳐서 보면 3점슛을 더 많이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의 ‘경제학 원론’에서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사진이 9쪽에 나오는데,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1729~90)의 초상화는 15쪽에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사례다.

또 경제학자는 종종 스포츠의 다른 측면에서 연구 동기를 얻기도 한다. 인종 및 성별에 따른 노동 시장에서의 차별 같은 경제학의 근본적인 질문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 행크 에런(1934~) 같은 비(非)백인 선수 차별에 대한 연구는 직장 내 인종 차별에 대한 많은 연구를 이끌었다. 선수 연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승자 독식 시장에 대한 분석을 끌어냈다.

현대 경제학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게임 이론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이론은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1928~2015) 미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창시했다.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한 이론이다. 게임 이론은 주어진 환경에서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스포츠팀이 선택한 행동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승부차기를 앞둔 축구 공격수와 골키퍼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어느 쪽으로 차느냐 또는 막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게임 이론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전략적 상황이라고 칭한다. 스포츠는 다름 아닌 전략적 상황의 연속이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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