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중국 야구 선수가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 많이 뛴다면, 중국 CCTV 채널에서 국내 야구 경기가 중계될 수 있고, 한국은 중계권료를 벌 수 있을 것 입니다.”

정희윤 스포츠코리아 연구소장은 10월 29일 오전 서울 연희동 ‘노사이드랩’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노사이드랩은 그의 작업실 명칭이다. 럭비 용어인 노사이드(no side)는 시합 중 경쟁 상대인 양 팀이 경기 이후 서로 편 가름 없이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정 소장은 KBO리그 규모의 성장을 위해 과감한 제도 개선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야구팬이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를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경기를 챙겨보듯이 중국 야구선수가 한국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중국 야구팬도 자국 선수의 해외 리그 활약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3년부터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프론트(선수단을 지원하는 사무 조직)에서 15년간 근무하며 프로야구 현장을 경험했다. 2007년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 소장을 맡아 농구 용병 제도 개선, K리그 창설 계획 수립 등을 주도한 스포츠 산업 전문가다. 그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스포츠 비즈니스(사업) 성장 방안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스포츠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스포츠 비즈니스는 ‘멀티 유즈(multi use·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즉 스포츠 경기라는 하나의 이벤트가 만들어지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권리’가 생긴다. 예를 들어 방송 중계권은 현장에 있는 경기를 동영상으로 유통하는 권리다. 이 밖에도 경기장 시설 이용료, 명칭 사용권 등 다양한 권리가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는 이렇게 탄생한 상품과 서비스를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해 누구에게 효율적으로 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런 개념이 국내 스포츠 산업 초창기에도 존재했는가.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명칭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초창기에는 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주였는데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소형차 등 다양한 경품을 걸기도 했다. 경기를 보는 관중이 없으면 중계권도 팔리지 않고, 상품화 사업 등 부가가치 창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스포츠 마케팅은 어떤가.
“최근에는 팬들에게 어떤 편익을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경기장’이 있다.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경기장에 와서 경기 외적인 것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경기 이후에도 소비자가 경기장에 다시 올 수 있게 만드는 부대 사업 개발에 힘쓰고 있다. ‘경기장 명칭 사용권(naming right)’도 생겼다. 이는 전국 스포츠 경기장의 명칭 사용에 대한 권리를 대가를 받고 파는 사업이다. 아직 대부분의 국내 경기장 이름에는 지명이 붙는다. 반면 미국은 학교 스포츠 시설까지도 기업 이름이 붙는다. 우리나라에도 올림픽 공원 내 펜싱 경기장에 SK가 이름을 달면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프로리그로 성공 가능한 종목은 무엇인가.
“선수나 팀이 많거나 경기장이 많은 종목은 프로리그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권도가 가능성이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인구가 많은 만큼 여러 가지 양질의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팀이 많은 족구는 영국 축구 못지않게 12부 리그까지 만들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등급의 승강제도 방식의 리그 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전국에 약 2만3000개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경기장(당구장)이 있는 당구는 경기장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개발되면 큰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현재는 세 종목 모두 수입에 대한 권리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이를 잘 정리해 통합하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 소장이 현장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한국프로야구 리그는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중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국내 제1의 리그다. 그럼에도 많은 KBO 구단은 구단 운영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KBO리그 구단 전체가 흑자를 내려면.
“현재 연 800만 명 수준인 관중 수가 1200만 명 시대가 되면 KBO리그 구단 전체가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균 입장료가 1만원이라고 한다면 입장 수익이 연간 1200억원 발생한다. 시장이 커지면 중계권료도 올라갈 것이고, 경기장 내 식음료 시장, 경기장 광고 수익도 커진다. 매출의 20% 정도를 구단 수입으로 간주하고, 중계권료 인상분, 경기장 광고수입 증가분 등을 더하면 구단에 돌아가는 돈이 어림잡아도 300억원은 될 것이다. 300억원이면 충분히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비용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선수 연봉이다. 현재는 팀당 90~100명의 선수가 있는데 70명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KBO리그 연봉 과열 논란에 대한 생각은.
“스포츠 경제학자가 선수의 연봉을 책정하는 기준인 ‘한계수입생산물(MRP· Marginal Revenue Product)’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나의 추가 생산 단위에 대한 시장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야구 시장에 이를 반영해 간단히 생각하면 25억원 연봉의 선수 한 명은 25만 명의 유료 관중을 데리고 올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25억원이라는 연봉은 다소 높다고 본다. 물론 각 구단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승률, 이익 극대화 모델이 있다. 이익 극대화 모델을 채택한 구단은 딱 기여한 만큼만 선수 연봉을 책정한다. 승률 극대화 모델은 어떤 선수를 데리고 오든 이기기만 하라는 것이다. 재력 있는 팀이 선택한다. 구단주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오버 페이(과다 지급)를 할 수도 있다. 국내 리그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해외 팬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나.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박찬호, 류현진과 같은 스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를 벤치마킹해 중국의 유망 선수를 KBO리그에 데려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권 선수는 용병 쿼터에서 제외하고 경기에 더 많이 나설 수 있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의 스타 선수가 국내 리그에 들어오면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가령 중국의 CCTV 채널이 국내 야구를 중계하고 우리는 중계권료를 받는 식이다.”

스포츠 비즈니스 분야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스포츠 산업 구조에는 개인, 기업, 미디어, 지방자치단체라는 네 그룹의 소비 주체가 있다. 이들이 각각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기업은 주로 광고주로 참여하고 자치단체는 경제적 효과, 도시 인지도 상승 등을 원한다. 시장 환경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의 등장으로 유통 채널 환경이 급변했다. 어떤 장면을 추려서 편집하고 어떤 채널을 선택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정희윤은 누구?

프로야구단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1983년부터 15년간 근무했다. 1995년 OB 베어스 우승 당시 선수단 운영팀장으로, 선수 평가 기법 개발과 기록 전산화 등을 담당했다. 1998년 스포츠 마케팅 전문정보지 ‘스포츠비즈니스’를 창간했으며, 2007년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스포츠 관련 자산 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올해 5월 스포츠 이벤트를 어떻게 잘 만들어 팔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담은 책 ‘강팀 만들기’를 출간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 학사, 관동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김문관 차장, 김두원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