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원 서울대 국제경제학,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석사, 와이더댄닷컴의 아·태 사업 팀장, 액세스모바일 창업 / 사진 트루밸런스
이철원
서울대 국제경제학,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석사, 와이더댄닷컴의 아·태 사업 팀장, 액세스모바일 창업 / 사진 트루밸런스

인도는 스타트업만 2만 개에 달하는 세계적인 창업 대국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인도의 산업적 배경에다, 인구 13억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책과 느슨한 규제가 인도를 스타트업 강국 반열에 올려놨다.

이 시장에 핀테크로 승부를 건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금융 중개 플랫폼 트루밸런스를 운영하는 밸런스히어로다. 2015년 처음 내놓은 통신 요금 잔액 확인 앱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충전, 결제, 대출·보험 상품 서비스를 더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출시 4년 만에 확보한 회원이 7500만 명.

지금까지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만 74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에는 인도 최대 상업은행인 ICICI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현지 금융권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최근에는 IMM인베스트먼트·NH투자증권·IBK캐피탈·신한캐피탈 등이 참여한 26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11월 5일 인도 구르가온에 있는 이철원 대표와 통화해 시장 개척기를 들어봤다. 그는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꾸리고 있다. 한국 본사에는 개발·전략·데이터분석·디자인 인력 90여 명, 인도 법인에는 마케팅·고객서비스(CS)·제휴·준법 등 운영 인력 150여 명이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어떤 서비스인가.
“결제·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출·보험 상품을 파는 금융 중개 플랫폼이다. 인도는 결제의 90%가 현금으로 이뤄지는 현금 사회다. 즉 신용카드 사용 인구가 매우 적다. 실제로 13억5000만 인도 인구 중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휴면계좌 제외)은 1억50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신용카드 보유자는 6000만 명이다. 소수의 부유층만이 금융 거래, 이커머스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는 현금 이용자, 즉 금융 소외자를 위한 서비스다. 앱을 통해 신용 대출이나 할부 구매, 보험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카드가 없는데 어떻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
“디지털 거래를 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자기 카드로 공과금 납부, 할부 구매, 대출·보험 상품 가입 등을 해주는 금융 중개인 리셀러(reseller)를 통하면 된다. 대가로 리셀러는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B2B2C(기업 간, 기업·소비자 간 거래의 결합 형태) 사업에 가깝다. 현재 90만 명의 리셀러를 확보했다. 시골에 인구의 70%가 살고 있지만, 은행 지점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들은 모바일 거래를 할 수 없다. 금융의 ‘라스트마일(최종 단계)’ 이슈라고 한다. 우리가 확보한 리셀러를 통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트루밸런스의 타깃층은 ‘인도 중산층’이다. 가구당 연 소득 150만~1500만원 정도로, 생활은 할 수 있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는 계층이다. 컨설팅 회사 BCG는 이 계층이 2017년 8억 명에서 2025년 10억 명까지 증가하고, 소득은 7배 커질 것으로 봤다. 이철원 대표는 “이들의 대출 수요가 굉장히 강하고, 이자율도 높은 편이라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실 17년 인도통(通)이다. 2002년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와이더댄닷컴의 아·태 지역 사업팀장으로 인도에 첫 발을 디뎠다. SK텔레콤의 히트 상품인 컬러링을 현지 통신사에 파는 역할이었다. 그러다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체를 차린 때가 2006년. 통신사 부가 서비스 업체인 엑세스모바일로 순항하는 듯하던 회사는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 시대로 진입하면서 부가 서비스 모델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 사내 벤처로 개발한 것이 초기 사업 모델인 휴대전화 잔액 확인 앱이다. 과거 그는 ‘절박한 중년 벤처’로 회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의 특이한 휴대전화 통신 요금 시장 구조를 보고 시장에 진입했다고 한다. 인도인 대부분이 통신 요금을 선불로 충전해서 쓰는데, 매번 전화로 잔액을 확인하는 불편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선불로 요금을 충전하는 앱은 많았지만, 잔액까지 확인하는 앱은 처음이었다. 10년 넘게 인도에서 생활한 이 대표의 눈에 띈 틈새시장이었다.

인도인은 열광했다. 단시간에 회원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인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2016년,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후 최근 75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이 대표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밑천으로 “10억 금융 소외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생활 경제 중개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최근 핀테크 영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 대출·보험 등 금융 상품을 많이 내놓았는데.
“대출·보험 등으로 금융 사업 범위를 확장 중이다. 지난 1년간 이 모든 변화가 빠르게 일어났다. 내부적으로 제2의 창업, 핀테크의 원년이라고 할 정도다. 2017년 인도중앙은행(RBI)으로부터 PPI(전자결제사업자) 면허를 받았다. 모바일 지갑 서비스다. 그동안 통신 요금을 충전할 때 외부 업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앱으로 쉽게 충전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RBI로부터 NBFC(대출사업자) 면허를 받았다. 예·적금 기능이 없는 비은행 금융회사에 주는 대출 면허다. 그동안은 협력사의 대출·보험 상품을 중개했는데 이제 직접 대출 상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서 스타트업 하기 어떤가.
“인도가 중국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경험상 인도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다. 정책적으로도, 소비자 측면에서도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반기고 고마워한다. 특히 모디 정권은 외국 자본이 국내 자본과 동등한 환경에서 비즈니스할 수 있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가 2017년 PPI 면허를 신청했을 때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외국 기업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었다. 그런데 신청 시점에 이 차별이 폐지됐다.”

현재 인도 진출 한국 스타트업 모임인 ‘코사(KOSA)’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사가 얼마나 되나.
“열 곳 남짓.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렇게 환경이 좋은데 왜 망설이나 싶을 정도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왜 인도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가는지도 묻고 싶다. 미국과 중국은 거대한 시장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동남아는 비교적 시장이 작다. 인도는 큰 시장 그리고 빠른 성장세, 초기 시장이라는 세 가지 장점을 다 가졌다. 그리고 인도는 현지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됐을 때, 글로벌 플레이어로 주목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다. 인도엔 성공할 법한 분야가 아직 많다. 이커머스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같은 대기업 서비스 중심으로만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이 더 발전할수록 나올 법한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