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진 한양대 건축공학,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집으로’ 창업, 튜터 매칭 플랫폼 ‘쌤통’ 창업, 안랩 동남아 사업 담당, 스윙비 창업 / 최서진 스윙비 대표가 10월 29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창업 계기와 추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최서진
한양대 건축공학,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집으로’ 창업, 튜터 매칭 플랫폼 ‘쌤통’ 창업, 안랩 동남아 사업 담당, 스윙비 창업 / 최서진 스윙비 대표가 10월 29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창업 계기와 추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사실 저는 ‘동남아’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뒤처진 지역처럼 받아들여지는 듯해서요. 막상 현지에서 그들을 만나 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줄 알고요, 이메일을 쓸 때나 사내 교류를 할 때도 선진국 문화에 가까운 경우를 자주 목격해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스윙비’를 이끄는 최서진 대표는 악수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동남아를 ‘아세안’이라고 부르면 느낌이 좀 달라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이유를 말해달라”는 첫 질문을 건넨 직후였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상체 근육은 다부졌다. 최 대표를 아는 한 지인이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이라고 귀띔해준 것이 떠올랐다.

2016년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처음 문을 연 스윙비는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기반의 인사관리 플랫폼 제공 업체다. 직원 정보, 휴가 신청, 성과 관리 같은 전통적 인사(HR) 기능을 비롯해 급여·보상 지급(Payroll), 직원 건강보험 구매·관리(Benefits) 등의 기능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한다. 인사관리 자체는 익숙한 사업 모델이지만, 한국인이 외국으로 건너가 회사를 차렸다는 점은 신선했다. 안랩(AhnLab)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한 경험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안랩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아세안 6개국의 해외 사업을 맡았습니다. 해외에 오래 머물며 현지 중소기업 관계자와 거의 매일 만나다 보니 그들의 기업 문화가 더 잘 보이더군요. 특히 눈에 띄는 게 인사관리 시스템 부재였어요.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휴가 신청서를 프린터로 뽑아 수기로 작성하더라고요. 사업 아이템을 자연스레 포착하게 됐죠.”

일단 기회를 본 후로는 거침없이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최정예 군 요원 시절 몸으로 익힌 생존 본능이 꿈틀대는 순간이었다. 함께할 창업 동료를 모으고, 작은 사무실을 얻고, 컴퓨터 몇 대를 구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안랩 합류 전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집으로’와 튜터 매칭 플랫폼 ‘쌤통’을 창업해본 경험이 최 대표에게 용기를 줬다. 어린 시절 한국·프랑스·미국·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도 도움이 됐다.

최 대표는 회사 식구가 4~5명에 불과해 직급 구분 없이 다 함께 제품 만들고, 또 다 같이 밖에 나가 영업하던 시절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스윙비가 취한 영업 전략은 이른바 ‘피라미드식 소개’였다.

“기업을 방문해 회사 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항상 그들에게 부탁한 것이 있어요. ‘스윙비 서비스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당신 주변의 3명에게 소개 메일을 써달라’는 것이었죠.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데, 진짜로 그런 부탁을 했습니다. 놀라운 건 의외로 많은 회사가 흔쾌히 소개 메일을 작성해줬다는 점입니다. 한 임원은 무려 스무 군데에 메일을 돌려줬습니다. 스윙비 제품을 사용할 뜻이 없음에도 다른 회사에 소개해준 업체도 있고요. 당돌한 제안이 귀엽게 보였던 걸까요(웃음). 아세안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와 배려 덕에 회사 인지도를 꽤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직원 건강보험 시장도 공략

‘소개 메일 3개’ 전략으로 이름을 알린 다음 단계는 ‘공짜 소프트웨어’였다. 스윙비는 기본적인 인사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종이와 볼펜 또는 엑셀 프로그램으로 일하던 회사 입장에서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죠. 고객사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어요.” 스윙비는 창업 2년 만에 4000개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후 말레이시아를 넘어 싱가포르와 대만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는 65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스윙비 제품을 사용한다. 100명 이하 기업이 주 고객층이다.

무료 고객이 아무리 많아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는’ 기업이 필요했다. 스윙비는 기본 인사관리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급여·보상 지급 등을 포함한 고급 인사관리는 유료로 운영한다. 또 스윙비는 보험 판매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 중소기업에 직접 보험을 판매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험 판매에 따르는 수수료도 수익의 일부다.

“4대 보험이 되는 한국과 달리 아세안 기업은 대부분 민간 보험에 의존합니다. 이 지역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원의 병원비를 모두 정산해주거나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해요. 기업이 엄청난 지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죠. 저희가 보험 상품을 다루게 된 배경입니다. 고객사는 스윙비의 건강보험 구매·관리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추천받고 손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료 전환 비율은 17% 수준이다. 최 대표는 “참고로 드롭박스의 유료 전환율이 4%, 에버노트는 2%”라며 “10% 이상이면 상당히 높은 비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이 대부분인 회사 분위기는 어떨까. 최 대표는 “한국 사람만큼 지독하게 일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업무 성과나 태도 측면에서 문제를 느껴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 대표는 “5개 국적의 임직원이 모여 스윙비를 이루고 있다”며 “각 나라의 문화·풍습 등을 공유하고 존중하면서 즐겁게 생활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아세안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진출 계획은 없다. 한국에서는 스윙비의 핵심 먹거리인 인터넷 보험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매일 9000개의 일자리가 발생합니다. 그중 90%가 중소기업에서 나와요. 중소기업 법인은 7000만 개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인구수보다 많죠. 게다가 아세안 나라는 유럽연합처럼 서로 다른 국가이지만 한 국가처럼 자유롭게 왕래하고 사업해요. 이렇게 좋은 환경이 또 어딨습니까.”

동남아 시장의 엄청난 중소기업 데이터를 공격적으로 축적해 나겠다는 것도 스윙비의 미래 전략 가운데 하나다. 아비바·삼성벤처투자 등의 기관 투자자가 스윙비에 10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도 이 회사의 아세안 정보 수집 노력이 가져올 시너지를 높이 평가해서다. 최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확장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그래도 한국인인데 외국에서 사업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최 대표가 답했다. “그럼 한국에서 사업하는 건 쉽나요?”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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