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고려대 MIS, 경희대 경영학 박사, 로아컨설팅 대표, 더인벤션랩 창업 /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가 10월 2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아시아의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베트남 시장의 기회 요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김진영
고려대 MIS, 경희대 경영학 박사, 로아컨설팅 대표, 더인벤션랩 창업 /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가 10월 2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아시아의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베트남 시장의 기회 요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베트남에 가면 희망찬 봄의 기운을 듬뿍 받아 힐링돼요. 한국에 오면… 분위기가 매우 다르죠.” 베트남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인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의 말에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침체하는 한국 경제를 비교한 뼈 있는 농담이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 투자와 경영·기술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육성 기관이다.

김 대표는 전신인 로아컨설팅에서 13년간 통신·모바일 등 정보기술(IT) 컨설팅을 했던 경험을 살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육성해왔다. 이때 삼성전자에서 유럽 무선 사업을 총괄했던 김석필 공동대표도 합류했다. 아이 돌봄·교육 플랫폼 ‘자란다’, 이커머스용 상품 촬영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카메라’ 등 이들의 손을 거쳐 성장 중인 스타트업만 59개사다.

그랬던 그는 요즘 동남아시아 시장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 1월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을 통해 6억 명이 넘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아예 중학생 자녀와 아내를 이끌고 베트남 호찌민에 정착했다.

‘젊은 창업가’와 함께 ‘젊은 시장’ 베트남을 공략하고 있는 김진영 대표는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콘퍼런스장에서 연사로 처음 만난 그는 “공항에서 곧바로 달려왔다”고 했고, 인터뷰 당일에도 약속 시각 앞뒤로 짜인 촘촘한 일정에 맞춰 분 단위로 움직였다. 대화 중간에 펼친 다이어리에는 일정이 빼곡했다. 김 대표를 11월 5일 코워킹스페이스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국내와 해외 팀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59개 팀 중에서 9개 팀이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활약한다. 투자금으로 따지면 비중이 커진다. 보통 액셀러레이터의 시드투자(초기투자)금이 5000만원 정도인데, 해외에 진출한 팀에는 이보다 많은 1억~2억원까지 투자한다. 해외 팀 가치를 더 쳐주는 것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봐서다. 내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팀만을 선별하려고 한다.”

현재 베트남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는.
“아직은 초기다.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콘셉트가 이제 막 생겨났다. 투자 환경은 한국에 창업투자회사(창투사)가 생기던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현지 VC는 아직 별로 없고, 해외 VC가 진출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는 베트남에서 운영하되,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는 현지 팀이 많다. 싱가포르 VC로부터 투자받기 쉽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해외 팀도 아직 많지 않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한국 팀이다. 한국인이 보통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고, 베트남인도 한국에 호의적인 영향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지금 베트남 이커머스·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앱 개발 열풍이 불던 2010년 초 한국을 떠올리면 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높고, 속도 빠른 LTE(4세대 이동통신)와 저렴한 데이터 정액 요금제가 받쳐주고 있지만, 쓸 만한 앱이 많지 않다. 그래서 새 비즈니스 기회가 충분하다. 특히 한국 팀은 경쟁력이 있다. 기업 윤리, 기술력, 경영 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유망한 업종을 꼽는다면.
“모빌리티(mobility), 트래블테크(travel tech), 뷰티커머스(beauty commerce)다. 한 분야에 특화한 산업 규모가 가장 크고, 사람들이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가 시장을 장악한 탓에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는 영역이다. ‘오케이쎄(OKXE)’는 중고 오토바이 모바일 거래 플랫폼이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서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가 많지만,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기 힘들었다.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져서다. 이 거래를 앱으로 옮겨놓자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건이 다운로드될 정도로 성공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보험, 할부 금융 등 핀테크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트래블테크 앱인 ‘고투조이’는 내국인을 위한 숙박 예약 플랫폼이다. 베트남에서는 대가족이 함께 생활한다.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층 수요가 많다. 이를 겨냥했다. 지금은 숙박 앱이지만 항공, 액티비티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추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잘된 사업 모델을 약간만 바꿨다는 비판도 있다. ‘혁신이 아니다’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편으론 ‘한국에서 잘나가는 사업 모델을 베낀 카피캣’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혁신의 주체를 베트남 소비자로 바꿔보자. 필요한지조차 몰랐던 것인데, 막상 써보니 편리해졌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혁신이다. 예컨대 고투조이는 ‘베트남판 야놀자’ 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세부 사업 모델을 보면 현지에 특화한 ‘시간제 예약 시스템’이 경쟁 포인트다. 그리고 이런 점이 오히려 베트남 진출을 꿈꾸는 한국 팀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도시별로 접근해야 한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전체를 공략할 때도 유효한 접근법이다.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겠다’가 아니라 ‘호찌민과 하노이 시장을 목표로 하겠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호찌민과 개발 안 된 소도시 구매력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베트남의 하노이·호찌민, 태국의 방콕, 미얀마의 양곤·만달레이를 타깃으로 잡고 있다. 이들 도시의 인구는 약 6000만 명이다. 시장 크기로 보면 인도, 중국보다 작은 것은 맞다. 반대로 생각하면 작은 시장인 만큼 어렵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별로 전략을 짜서 치밀하게 진입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잡을 수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편이다. 구매력이 낮은 시장 아닌가.
“내가 느낀 것은 그렇지 않다. 호찌민의 20·30세대는 구매력이 높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세대다. 호찌민에서 사는 이들의 1인당 GDP가 체감상 8000~1만달러 정도는 된다(베트남 1인당 GDP 2587달러). 외국계 기업이 많은 데다 인프라 발전, 국제화도 많이 진행된 도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찌민 CGV 영화관에서 가장 비싼 침대석이다. 1인당 티켓 가격이 60만베트남동(약 3만원)에 달하지만, 젊은 데이트족에게 인기가 높다.”

현지에서 사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인재 채용이다. 사람을 뽑고 싶어도 역량이나 배경 체크 등 검증이 어렵다. 한국의 사람인·잡코리아 같은 잡 포털도 하나밖에 없다. 결국 포지션당 몇 명을 뽑아 직접 실무를 맡기고 검증하는 식으로 채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인건비가 낮다 해도 이런 시스템으로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베트남이 기회의 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쉽지 않은 시장임은 분명하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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