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동영상 앱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기업 가치 75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15초 동영상 앱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기업 가치 75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판 ‘포브스’ 후룬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206개)은 미국(203개)을 제치고 세계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세계 최고 유니콘은 알리페이의 모회사 앤트파이낸셜로 기업 가치 1500억달러(약 174조원)를 기록했다. 후룬연구소와 기준이 다른 미국 스타트업 조사 업체 CB인사이츠가 꼽은 세계 최고의 유니콘 기업도 중국의 인공지능(AI) 플랫폼 바이트댄스(기업 가치 750억달러)였다.

중국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최근 중국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 컨설팅 회사 프레퀸에 따르면 올해 중국 본토의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은 325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1118억달러)의 30%에 불과했다. 블룸버그는 “창업가들의 창업 열기도 가라앉고 있으며 창업 속도도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스타트업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크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테크 기업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고 실적도 좋지 않다. 공유 자전거 붐을 일으켰던 오포(ofo)가 파산 직전에 내몰리며 각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있고, 공유 차량 업체 디디추싱도 계속되는 적자에 추가 인력 충원 계획을 미뤘다. ‘트럭판 우버’로 잘나가던 스타트업 풀트럭얼라이언스도 1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연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 움직임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관계자 A씨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후발업체 디디추싱에 밀려 중국 사업을 매각한 우버의 사례만 봐도 중국은 쉽지 않은 시장이다”라며 “새로 진입하려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 커머스 업체 관계자 B씨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타격을 입은 선배들의 사례를 듣고 섣불리 도전하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한류 열풍이 부는 러시아나 동남아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은 도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특히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어렵더라도 계속 진입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아직은 게임·화장품 업체 중 중국에서 큰 매출을 올리는 곳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 스타트업 투자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과열 이후 조정을 거치고 있는 영향이라고 조언했다. 임 센터장은 “규모가 감소했다고는 해도 연간 40조~50조원씩 투자되는 시장이어서 일시적인 조정기를 ‘중국은 끝났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출 포인트 1│베이징서 안 되면 시골로 눈 돌려라

중국은 큰 나라다. 그래서 중국 기업도 도시를 경제력과 도시 발전 수준, 인구,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 등으로 분류해 진출 전략을 달리한다. 전문가들은 1선(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2선(난징·우한 등) 도시와 3선(주하이·시닝 등), 4·5선(그 외) 도시로 나눠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선 도시에서 잘 안 되는 사업 모델이더라도 3~5선 도시에서는 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5선 도시로 갈수록 사람이 더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커머스 업체 핀둬둬(拼多多)다. 핀둬둬는 2015년 창업한 후발주자다. 진출 당시 시장은 이미 징둥닷컴(1998년), 알리바바(1999년)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핀둬둬는 3~5선 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저가, 가성비, 입소문 전략으로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실제로 핀둬둬 사용자 중 1선 도시 거주자는 9%에 불과하다. 반면 4선 도시 거주자는 43%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505억달러로 징둥닷컴(479억달러)을 넘어섰다.


진출 포인트 2│중국의 다이내믹스를 인정하라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현지 법인의 일을 한국 본사에서 전부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을 안타까운 점으로 꼽는다. 중국의 홍보 회사에서 일하는 C씨는 “중국 시장에서 잘해보려고 진출한 브랜드인데도 한국 홍보·마케팅 스타일을 고수해 실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현지 법인이 1억원을 들여 왕훙(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려 했지만, 본사의 제지에 막혀 비용을 축소하는 식이다. 그는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었다”면서 “같은 시기 현지 법인에 모든 것을 일임한 일본 경쟁사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창업한 경험이 있는 D씨는 “중국은 다이내믹한 시장인데 이 변화를 본사에서 컨트롤하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돼 철수한 사례를 많이 봤다”면서 “한국인의 눈으로 중국을 보지 말고 철저히 중국인의 눈으로, 이게 불가능하면 현지 법인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s point

“한국 스타일 콘텐츠로 중국 시장 노려라”

안승해 부총경리는 “중국인은 ‘외국인 눈으로 본 중국’류의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안승해 부총경리는 “중국인은 ‘외국인 눈으로 본 중국’류의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틱톡, 콰이, 유쿠, 아이치이…중국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동영상 플랫폼이 많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기업 가치 750억달러로 세계 최고 유니콘 중 하나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중국에 유튜브를 대체할 만한 동영상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틱톡과 콰이는 15초 이내 마이크로폼(micro-form) 비디오 시장에서, 유쿠와 아이치이는 스트리밍(재생롱폼)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폼 비디오는 세로형 화면에 맞춰져 있고, 스트리밍 비디오는 가로형이지만 동영상 재생 시간이 길다. 가로형으로 1~15분 길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유튜브 스타일’의 플랫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영향이다.

‘아시아의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안승해 바이두 부총경리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판 유튜브’ 전쟁터에서 한국 업체가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서 하오칸 사업을 담당한다. 하오칸은 2017년 바이두가 만든 숏폼(short-from) 비디오 플랫폼으로 중국판 유튜브 타이틀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는 칭화대 MBA를 마친 후 현지 창업, 중국판 넷플릭스 ‘Letv’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 콘텐츠 전문가다. 부총경리는 한국의 부사장급이다.

한국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안 부총경리는 “한국 스타일 콘텐츠가 답”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인은 한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콘텐츠 수입 허가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많은 중국인이 따로 찾아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안 부총경리는 “중국인은 ‘외국인 눈으로 본 중국’류의 콘텐츠를 좋아한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제작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며 “한한령으로 주춤하다지만 이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역별 접근법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부총경리는 “특히 농촌 등 지방 유저들은 킬링 타임용 예능 콘텐츠를 선호한다”면서 “컴퓨터나 TV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 유저들은 필요할 때 봐야 할 것, 보고 싶은 것을 검색해서 시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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