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하이메디 창업, 보건복지부 외국인환자 유치 전문위원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정주
하이메디 창업, 보건복지부 외국인환자 유치 전문위원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카타르 부국왕이 올해 6월 한국에 조용히 다녀갔다. 그가 향한 곳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한국 의료 서비스의 명성이 중동 왕족에게도 확인된 셈이다. 그가 치료받는 동안 차량, 숙박, 통역, 음식을 제공한 기업은 모두 한곳이었다. 중동 의료 관광 중개 기업 ‘하이메디’다.

한국의 의료 관광 중개 기업은 1500개에 달한다. 하이메디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국내 업체가 중국과 러시아 수요를 나눠 가지는 동안 하이메디는 중동 수요를 독차지하고 있다. 중동 정부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환자를 보내는 병원은 11개다. 이 중 9개 병원이 하이메디와 독점계약돼 있다.

현재 중동 의료 관광 시장은 연 22조원 규모.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0.15%에 불과하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는 “한국의 의료 경쟁력을 홍보해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1%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초석으로 하이메디는 지난해 11월 뮤렉스파트너스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창업 이후 7년 만에 사업을 확장했다.
“초기 모델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수주받아 중동 환자를 관리(통역, 숙박, 항공, 비자, 음식)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흑자를 유지했지만 중동 의료 관광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올해부터 중동에서 직접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 8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환자와 한국 병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료 관광 플랫폼이 되고 싶다.”

고객 유치 방법은.
“아랍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이 높다. 아랍에미리트(UAE) 인구의 99%가 하루에 한 번 이상 SNS를 꼭 이용한다고 하더라. 20~30대 인구 비중은 50%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온라인 광고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주로 어떤 질병의 환자가 많나.
“기존에 한국 병원에서 유치한 환자들은 암, 신경, 척추, 장기 이식 등 중증환자가 많다. 이들은 3000만원가량 치료비를 낸다. 온라인 유치 고객은 피부과, 치과, 건강검진, 지방흡입과 같은 뷰티나 웰니스(wellness) 환자로 평균 200만~300만원을 지불한다. 기존 병원 고객과 온라인 고객 모두 시술보다는 수술 환자를 많이 유치해서 매출도 올리고 전문성도 높이고 싶다.”

특별히 공략하는 국가가 있나.
“중동 22개국 가운데 걸프협력회의(GCC·페르시아 만안의 6개 아랍 산유국) 국가를 공략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UAE, 오만이다. 중동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 마케팅 팁이 있나.
“GCC 국가는 비교적 같은 특성을 보인다. 아랍어를 사용하고 TV 채널도 같다. UAE에서 유명한 연예인은 중동 전체에서 인기 스타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가 가장 많지만 보수적인 국가로 진입 장벽이 높다.”

중동 환자들의 특징은.
“보통 가족단위로 온다. 평균 입국자는 4명, 최대 13명까지 받아봤다. 젊은 딸은 피부과를 가고 부모는 건강검진을 받는 식이다. 중동은 정부에서 주거, 교육, 복지 비용을 부담한다. 덕분에 가처분 소득이 높아 ‘통 큰’ 고객이 많다. 한 번 오면 1000만원씩 쓰는데, 중국 고객보다 5배는 더 쓴다. 평균 체류 일수도 중국 고객의 두 배에 이른다. 평균 20일, 길게는 60일까지도 치료받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하던데.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프라 윈프리’라 불리는 로자인 오므란과 유명 배우 아씰 오므란을 초청했다. 한국에서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11월에는 현지 유명 여행 블로거를 한국에 초청한다. 올해 안으로 사우디 국적의 여성 힙합 뮤지션과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가 협업해 노래도 발매할 계획이다. 사실 의료 관광도 용기가 필요하다. 중동 여성이 주체적으로 아름다워지고 건강해지기 위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과거 억압됐던 중동 여성에게 ‘자유롭게 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음악을 만든다.”

현재까지 온라인 고객 유치 성과는.
“월 단위 60~1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10개월 만의 성과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한 60억~70억원을 예상한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승산이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내년 3월 출시 목표로 자체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를 영입했다고.
“카카오모빌리티에서 10년 경력 이상의 개발자 3명을 영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 국민 서비스 아닌가. 전 국민이 오프라인에서 겪은 문제를 온라인에서 구현한 그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플랫폼 개발 계획은.
“GCC 국가를 넘어서 18억 무슬림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중동의 출산율은 높다. 2050년이면 세계 1위 종교가 이슬람교가 된다. 무슬림 커뮤니티는 공고해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도 쉽다. 해외에서는 무슬림을 공략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무슬림에게 사원의 위치, 기도 방향, 쿠란 등을 제공하는 ‘무슬림 프로’ ‘무슬림 어시스턴트’ ‘아이쿠란 라이트’ 앱이 그 예시다. 우리는 의료 관광뿐만 아니라 액티비티, 모빌리티, 숙박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무슬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싶다.”


plus point

“중동 왕족은 왜 계약서 앞에서 ‘인샬라’를 외치나”

최상현 기자

“중국에 꽌시(關系)가 있다면, 중동엔 왕족이 있다.”

중동 시장에 진출한 기업인이 피해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왕족이다. 이들은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믿음직한 현지 파트너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반복해 사업 진행 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중동 주요 국가는 왕족이 정·재계를 장악한 전제군주국이다. 혈연으로 얽힌 ‘왕족 네트워크’가 확고한 데다 외지인을 배척하는 성향까지 있어, 해외 기업인 입장에서는 왕족 파트너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는 “혼자 갔을 땐 보안 게이트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왕족을 통하니 미팅까지 ‘프리패스’가 되더라”고 했다.

그러나 왕족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오랜 왕정의 역사만큼이나 왕족의 수도 많기 때문.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는 “쿠웨이트 진출 초기에는 왕족 앞에서 위축되기도 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왕족이 3000~4000명은 되더라”라고 했다. 가문명이나 현지 기사를 통해 대략적인 평판조회를 해볼 수 있다.

‘중동 왕족은 방탕하고 사치스럽다’는 통념이 있는데, 실제로는 편견에 가깝다. ‘하나를 주면 열을 가져가는’ 철저한 상인이라는 것. 하이메디의 경우 왕족 네트워크를 통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시도했지만 상대가 환자 유치 수익의 반 이상을 요구해 포기했다.

중동 사람과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이 ‘인샬라’다.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결정을 유보하는 말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중동 왕족은 전 세계 기업이 내놓은 수십 가지 선택지를 철저하게 저울질할 수 있다”라며 “무작정 재촉하지 말고 결정권자인 왕족의 요구를 확실히 충족시킬 방법을 고민해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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