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토가 운영하는 커먼타운에서 거주자들이 모여 맥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 리베토
리베토가 운영하는 커먼타운에서 거주자들이 모여 맥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 리베토

‘부동산’은 소유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영역이다. 부동산 가격은 한결같이 오르기만 하는데 도심 한가운데 번듯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이나 역세권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개인이나 좋은 부동산을 향한 갈망은 늘 차고 넘친다. 부동산 시장에서 구독경제는 소유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욕망은 해소해준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을 필두로 한 사무실 구독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기간제 계약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없고, 작은 기업이면 엄두도 못 낼 서울 강남 테헤란로 같은 곳에서 일할 수도 있다. 물론 최근 공유 오피스 기업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사무실 구독은 스타트업과 성장기업 사이에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오피스에 이어 다양한 형태의 공간 구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식 업체를 위해 주방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음식 배달 업체 등에 주방만 임대하는 ‘배달 특화 공유 주방’과 주방 대여는 물론 외식업 창업자에게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공유 주방’ 등이 있다. ‘창업도 구독 시대’라고 외치는 먼슬리키친(Monthly Kitchen)이 대표 주자다.


경험을 구독하는 ‘코리빙 하우스’

‘내 집 장만’이 전 국민의 꿈이었던 국내에서도 집 구독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집을 소유하고 싶지 않거나 소유할 여력이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자신의 기호와 요건에 맞춰 이동하면서 집을 소비하는 현상이 수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에 맞춰 짧게는 한 달 단위로 계약 조건이 가벼우면서도 젊은 감각에 맞게 세련되고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된 신개념 주거 공간이 급부상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거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한 채의 집을 나눠서 거주하는 ‘셰어 하우스(공유 주택)’가 유력한 대안 거주지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 공간은 분리하되 업무와 커뮤니티 공간 등을 공유하는 ‘코리빙(co-living·cooperation(함께)와 living(산다)의 합성어)’이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리빙 하우스는 거주자가 원하면 다른 지역으로 자유롭게 이동해 살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매매’나 ‘임대’가 아닌 ‘사용’의 개념에 가깝다.

이곳에서는 월정액을 내면(월세를 내면) 다양한 공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위워크가 만든 ‘위리브(WeLive)’는 게임 전용 공간, 옥상 테라스 등을 뒀고 리베토의 트리하우스는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캣워크를 설치한 공간을 제공한다. SK D&D의 ‘테이블’은 명상과 요가 등을 수강할 수 있는 액티비티룸을 만들었다. 전문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경험을 확장할 수도 있다. SK D&D 거주자 전예원(남·30)씨는 “정기적으로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북 큐레이팅이나 커피·와인 클래스 등으로 지식을 쌓고 경험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 불균형으로 급성장

셰어 하우스 매칭 업체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셰어 하우스 규모는 수용 인원을 의미하는 베드(bed) 수 기준으로 2013년 12월 109개에서 2019년 6월 7306개로 67배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원에서 올해 연말에는 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셰어 하우스, 코리빙 하우스의 증가 요인으로 주택 임대 시장의 불균형이 꼽힌다. 리베토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었지만 임대주택의 공급 가격과 희망 수요 가격의 격차가 너무 커 공실률이 상승하고 수요는 충족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셰어 하우스와 코리빙 하우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공간 구독경제는 지금과 같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집을 구독하는 주요 소비층인 1인 가구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 2045년에는 1인 가구 수가 809만8369가구로 전체 가구(2231만7526가구) 중 36.6%를 차지하게 된다.


plus point

집을 내려놓자 삶이 여행이 된 사람

일본에서는 주소 없는 삶을 사는 ‘아도레스 호퍼’가 급증하고 있다.

주소를 뜻하는 address와 깡충깡충 뛰는 것을 뜻하는 hopper를 붙인 아도레스 호퍼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으로 일정한 거처 없이 주소를 바꿔가며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아도레스 호퍼는 낮에는 출근해 자기 일을 한다는 점에서 노숙자와 차이가 있다. 주택을 소유하거나 장기간 임대하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무선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 아도레스 호퍼 등장의 중요한 배경이다. 큰 짐은 별도의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고 옷이나 자동차를 구독하는 방식을 택한다.

사베토 타케시는 ‘ADDress’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지난 4월부터 전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코리빙 하우스로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 달에 5만엔, 1년에 48만엔이면 전국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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