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모델을 통해 성공한 기업 사례가 늘면서 구독경제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도 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매 업체의 구독 기반 정기배송 매출 규모는 2011년 5700만달러에서 2018년 29억달러로 연평균 75% 증가했다. 구독경제 지수(SEI·subscription economy index)에 속하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 역시 가파르다. SEI는 구독경제를 처음 언급한 주오라에서 산출한 지수다. 2012년부터 산출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기업의 매출액은 2018년까지 연평균 18%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에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전망했고,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모델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성장 정체에 빠진 정보기술(IT) 기업이 제품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구독 비즈니스로 전환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MS 윈도, MS 오피스 등의 CD를 판매하는 대신 2014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듬해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다음 해부터 구독 모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MS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24.5% 증가했다. 구독 형태의 오피스365 매출액은 2017년 4분기부터 라이선스 매출액을 앞질렀고 가입자는 2016년 710만 명에서 2018년 3140만 명으로 연평균 110% 증가했다.

어도비는 2013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모든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기반의 구독 방식으로 제공했는데, 이 영향으로 매출 중 구독 비중이 2013년 28.1%에서 2018년 87.7%로 상승했다.

아마존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회원제 형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 아마존 생태계의 핵심이다. 2018년 기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1억10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미국 가구 수의 절반에 이른다.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9%를 기록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티엔 추오 대표가 설립한 주오라도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구독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결제 시스템, 정산 솔루션을 제공한다. 온·오프라인 구독 등을 통해 체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트와처스는 2013년 구독 모델을 도입한 후 구독 매출, 구독자 수, 모두 증가하고 있다.


국내

국내는 렌털 방식의 구독 모델이 보편화해 있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가정용품을 렌털해 주는 웅진코웨이가 대표주자다. SK렌터카와 SK매직을 통해 렌털 사업을 하는 SK네트웍스, 후드 전문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츠, 생활가전 렌털 서비스 쿠쿠홈시스 등도 구독경제의 범주에 있다.

보안 시스템과 건물 관리 서비스를 하는 에스원, 장보기 쇼핑몰을 도입한 GS리테일, 미국 화장품 구독 업체와 협업하는 본느 등은 정기배송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CJ오쇼핑 등 TV홈쇼핑에서 생리대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정액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메가스터디교육, 더존비즈온, 미스터블루, 지니뮤직, 엔씨소프트 등도 있다.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유료 팬클럽 리슨(Lysn) 서비스를 통해 연회비를 내면 좋아하는 연예인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기업은 구독 모델 도입에 따른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이미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생수, 휴지 등 생필품 정기배송을 강화해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한 상품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첫 정기배송 상품인 생리대의 경우 25%가 정기배송이고 판매량도 많이 증가하는 등 반응이 좋아 정기배송 상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구독 모델, 실패도 많다

구독경제가 중요한 소비 트렌드이지만 구독 모델을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스타트업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약 1만1500원)로 전국의 90%가 넘는 오프라인 극장 어디에서나 매일 영화 한 편씩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300만 명이 넘는 유료회원을 얻었지만, 극장에 지불할 티켓값이 1억달러(약 1121억원)가 넘는 등 누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리며 급성장한 위워크는 지난 3년간 29억달러(약 3조47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설립자 애덤 뉴먼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트업이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가 적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 구독자를 충분히 확보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전까지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서비스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통 거점망 및 배송 수단과 고객 정보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구독경제형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와 융합된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기업인데 국내에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구독 서비스 업체가 없다”며 “또 ICT와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는데 기존 구독 서비스 제공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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