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 추오미국 코넬대 전기공학과 졸업. 세일즈포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및 최고전략책임자(CSO) 역임 / 사진 주오라
티엔 추오
미국 코넬대 전기공학과 졸업. 세일즈포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및 최고전략책임자(CSO) 역임 / 사진 주오라

“구독경제는 이미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산업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 모델을 고수하는 기업은 뒤처질 것이고,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앞서갈 것이다.”

티엔 추오 주오라(Zuora)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독경제의 창시자’다. 신문이나 우유 배달에 국한됐던 낡은 ‘구독’ 개념을 콘텐츠·교통·주거·음식·의류·소매업에 이르는 최첨단 사업 모델로 재창조했다.

추오 대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인 세일즈포스에서 일하며 구독경제의 가능성을 봤다. 세일즈포스는 ‘사지 않고 빌려 쓴다’는 개념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모델로 수백만달러에 달하던 기업용 소프트웨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를 통해 당시 시장을 선점하던 오라클이나 SAP, IBM 등 거대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그는 이러한 구독경제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 통용될 것이라고 보고, 2007년 구독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 ‘주오라’를 만들었다. 주오라는 중장비 업체 보브캣부터, 포드(자동차), GE(가전), 파이낸셜타임스(언론), HBO(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구독 비즈니스를 하는 1000여 개 기업에 클라우드 기반 결제 시스템, 정산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주오라의 기업 가치는 16억6000만달러(약 1조9400억원)에 이른다.


구독 비즈니스는 무엇이고, 그 전망은 어떠한가.
“구독 비즈니스는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대신, 이용 권한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사업 모델이다. 전 세계 어떤 산업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모델로, 이미 제조·헬스케어·농업·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회사가 사업 모델을 구독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용량을 더 정교하게 계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음식·주거·교통·의류·소매·소프트웨어 등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에 대해 마치 전기나 물처럼 ‘쓴 만큼 지불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구독경제가 앞으로 점점 더 힘을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왜 전통적인 판매 기업은 구독 비즈니스로 사업 모델을 전환해야 하나.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구독 비즈니스가 기업에 성장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 6개월 동안 구독 기반 기업은 전통적인 제조 기반 기업보다 수익 면에서 5배 빨리 성장했다. 정기적인 수입원(구독자)이 있기 때문에 향후 수익을 예측하기 쉽고 경쟁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다. 고객도 점차 소유보다 구독을 선호하고 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1만3000명의 성인 중 71%가 이미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중 74%는 ‘앞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구독할 것이고 물리적인 소유는 줄일 것’이라고 했다. 순수한 제품에만 계속 집중하는 기업은 경쟁사에 뒤처질 위험에 놓여있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버는 기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이 있다. 그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나.
“구독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회사는 스스로 서비스 회사가 됐다고 생각해야 한다. 고객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사업의 성패에 있어 신규 구독자를 계속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구독 이탈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은 당신의 서비스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구독을 연장하거나 중단할지 결정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계속 변화하고, 시장 상황도 계속 바뀐다. 이러한 변화에 오픈 마인드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존의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서비스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구체적인 성공 전략이 있을 것 같은데.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탄력적인 가격 선택권이다. 고객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가격의 구독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고객과 기업 모두 만족하는 적절한 가격을 산정하기까지,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함께 일해 온 매우 성공적인 구독 기업도 수십 차례에 걸쳐 가격 구조를 바꿔왔다. 두 번째는 ‘서비스의 개인화’다. 최근에는 정기배송이나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구독 비즈니스에 걸쳐 개인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화된 추천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고 발견하는 과정을 단축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고객과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객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지표는 무엇일까.
“연간 순환수익과 월간 순환수익, 그리고 구독 이탈률은 구독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모멘텀과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세 가지 지표는 단순히 미래 수익을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다.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심화해야 하고, 자사 서비스에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 서비스가 고객에게 진짜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있는지, 이용자 경험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가 잘 통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환경 등에서 그 차이가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분류하고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하나.
“앞서 말했듯이 구독경제는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점차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해외 진출 전략에서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는 ‘결제’와 ‘확장성’이다. 최근 몇 년 새 떠오른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은 모두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결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가지도 넘는 전자결제 방법이 존재하고 화폐도 제각기 다르지만, 고객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고 매끄럽게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언제나 비즈니스를 확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잠재 고객이 나타났을 때 바로 잡아채지 못하면 빼앗긴다. 제품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발송·청구·지불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준비된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구독경제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차이는 왜 오는 것일까.
“북미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구독경제로 이행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아·태 지역에서도 구독 기업은 주가 지수 대비 3~6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구독 비즈니스에 대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충분히 갖춰진 국가다. ‘멜론’과 같이 구독 비즈니스로 확고히 자리 잡은 기업도 있지 않나. 이런 사례를 분석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차이점은 뭔가.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는 구독경제에 속하는 부분 집합 개념의 트렌드다. 최근엔 이런 기업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를 보인다. 예를 들어 우버는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자전거·스쿠터 무료 이용권, 승차 할인, 혼잡 시간대 할증 미적용 등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인 ‘우버 패스’를 출시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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