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영 서울대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박복영
서울대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해외 원조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중장기 전략이 취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청와대에 전담 비서관직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국회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월 19일 서울 소공동 한 카페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1968년 농촌에서 태어나 한국 사회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체험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경제발전론을 중심으로 공부한 후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저개발국 경제와 해외 원조 정책을 연구했다. 현재 정부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에 대한 자문과 원조 사업 평가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50여 개국의 ODA 현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박 교수는 ODA를 향후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도주의적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빠르게 빈곤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어, 개도국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가진 게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ODA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종합적 중장기 전략은 취약한 상황”이라며 “원조 정책을 큰 틀에서 한국 외교 정책과 맞추도록 하는 전략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에게 ODA의 중요성과 정책 개선 방향에 관해 물었다.


ODA의 개념과 역사는.
“ODA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빈곤 문제를 세계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빈곤은 환경 문제와 더불어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빈곤은 종종 분쟁과 갈등으로 이어지며 난민처럼 국경을 뛰어넘는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근대적인 형태의 ODA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마셜플랜(1947~51년 서유럽 16개국에 행한 대외 원조 계획)’을 통해 유럽 복구를 지원한 것이 시초다. 21세기가 되자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힘을 합쳐 빈곤을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UN은 2000년 발표한 새천년개발목표(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통해 2015년까지 지구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는 MDG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확대됐다.”

한국 ODA 정책의 문제점은.
“원조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다. 인도주의적인 성격도 있지만, 국익을 추구하기 위한 대외 정책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다면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이나 분야에 따라 재원 배분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 등 전반적인 대외 정책과도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국익을 추구하되 저개발국의 빈곤 해결이라는 인도주의적 성격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양자는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마치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기업 가치에도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 현재 총괄 기능을 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과 걸맞게 이런 전략적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문제점은.
“현재 한국의 원조 정책은 구체적 사업을 하부에서 발굴하면 위에서 이를 승인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운영된다.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유상원조(차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서 발굴한 사업을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승인하는 형식이다. 이보다 먼저 ‘하향식(top-down)’의 전략적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중장기 전략 아래에 지원 국가와 지원 분야를 발굴하고 지원 금액도 정해야 한다. 위원회의 이 기능이 현재는 약하다. 이것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고 청와대에 원조 정책을 전담하는 비서관직이 신설돼야 한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보강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회의 관심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원조 사업을 집행하는 손발은 분리돼 있어도 머리의 기능은 합쳐져 있어야 한다.”

원조 정책에서 인도주의와 국익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나.
“원조 정책을 실시할 때 큰 틀에서 국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원조의 정치적 지속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원조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인도주의만으로는 설득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익을 너무 좁게 해석하면 소탐대실하게 된다. 개도국에 원조하면서 물건 하나 더 팔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원조받는 상대가 ‘결국 물건 팔려고 했네’라고 인식해 국가 이미지만 나빠진다. 국익은 국가 브랜드로 봐야 한다. 한 국가의 ‘매력 지수’를 의미하는 ‘소프트파워’가 가진 무형의 힘이 중요하다. 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신뢰다. 우선 국익의 개념이 넓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략 수립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는 국익을 고려하지만, 실제 사업을 실행하는 미시적 차원에서는 철저히 인도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 즉 구체적 사업 단위에서는 빈곤 국가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업이 설계되고 집행돼야 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은 고도성장을 통해 빈곤을 빠르게 탈출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그 경험을 실제 체험한 세대가 생존해 있다. 선진국에서도 그런 단계가 있었지만, 그 나라의 현재 세대는 체험이 아니라 책을 통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체험 혹은 기억이 있다는 것은 빈곤 국가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진국 사람은 빈곤한 사람의 행동 방식, 제도적 불합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자칫 민족과 인종에 대한 비하로 연결되는 예도 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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