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토모의 대표제품인 프리미엄 애견 사료 ‘포러스트’. 사진 엔토모
엔토모의 대표제품인 프리미엄 애견 사료 ‘포러스트’. 사진 엔토모

길가에 놓인 20ℓ짜리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파리가 잔뜩 꼬이는 것은 거의 자연의 섭리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 고약한 섭리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곤충 기업이 있다. ‘엔토모’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 ‘동애등에’를 사육·가공해 프리미엄 애견 사료와 기능성 비누로 재탄생시키는 회사다.

엔토모가 매달 처리하는 음식물쓰레기는 240t. 20ℓ짜리 수거함 기준으로 1만2000개에 달하는 분량이다. 여기서 20t의 동애등에 유충이 생육되고, 가공 과정을 거치면 동애등에 분말 6t과 화장품 동애등에 오일 2t이 생산된다. 최종 공정까지 거치면 분말은 빠진 털도 자라게 만드는 프리미엄 애견 사료로, 오일은 아토피나 무좀에 특효인 기능성 비누로 재탄생한다. 동애등에 분변토 148t도 버리지 않고 유기농 퇴비로 판매한다.

얼핏 보면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처럼 보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고도의 기술력과 오랜 노하우에 기반한 사업이다. 2014년 창립한 엔토모는 30년간 애완곤충을 사육해 온 아버지 박덕주(57) 고문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기환(32) 대표가 등을 맞댄 부자(父子) 회사다.

원래 동애등에 유충은 주로 돼지나 닭, 물고기 등의 사료 원료로 쓰였다. 품질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가축 사료 시장에 한계를 느껴 프리미엄 애견 사료 개발에 나서게 됐다. 박덕주 고문은 “동애등에는 참당귀·천궁 등에 함유된 데쿠르신과 네오크니딜라이드가 풍부한 천연 항생제”라며 “이런 동애등에로 만든 사료가 반려견의 피부병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엔토모의 박기환(왼쪽·32) 대표와 박덕주(57) 고문. 사진 엔토모
엔토모의 박기환(왼쪽·32) 대표와 박덕주(57) 고문. 사진 엔토모

다른 식용곤충 사업과 마찬가지로 엔토모도 초기에는 반려견주들의 ‘심리적 저항감’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부자가 선택한 돌파구는 바로 기술. 매출의 5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동애등에 사육 기술에서부터 중충 배양, 제품 가공까지 모두 24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사료 포장지는 각종 항생성분에 대한 인증 정보로 빼곡히 채웠다. 그러자 불과 1년 사이 매출이 10배가량 뛰었다. 미국 아마존에도 입점한 엔토모의 애견 사료 ‘포러스트’는 전 세계에 매년 수만 포대씩 수출된다.

박 고문은 “‘구태여 키우지 않아도 꼬이는 게 곤충 아니냐’며 곤충 사업을 쉽게 보는 사람이 많은데, 10㎏의 곤충을 키우는 것과 10t의 곤충을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철저하게 ‘곤충의 관점’에서 사육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가축 사료에서 애견 사료로 도약했던 엔토모는 이제 ‘사람 화장품’의 영역에 도전한다. 동애등에 원료로는 세계 최초로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엔토모 BSF 오일’이라는 성분을 등록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을 공략하기 위해 기능성 비누부터 시작해 샴푸, 로션, 보습크림 등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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