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터디카페에 설치된 식음료 자동판매기, 좌석배정 키오스크, 내부전경. 사진 카이스터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터디카페에 설치된 식음료 자동판매기, 좌석배정 키오스크, 내부전경. 사진 카이스터디

서울 모 대학가에서 6년간 분식집을 운영하던 A(55)씨는 올해 7월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했다. A씨는 “인건비 아껴보겠다고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다 보니 몸무게가 40㎏까지 빠지는 등 골병이 들었다”며 “병원에 한 번 실려 가고 나니 권리금도 포기하고 상점을 철거할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대구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내년에도 최저시급이 오른다고 하는데, 5인 이상 사업장은 주휴 수당, 연장근무 수당까지 더해져 실제로는 최저시급 상승액보다 인건비가 더 오르는 구조다”라며 “영업 시간·일수를 줄이든, 직원을 4명 이하로 줄이든, 아니면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이었던 2016년과 8350원으로 상승한 2018년을 비교했을 때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이 8.2% 감소했다. 2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한 더본코리아의 경우, 매년 40%가 넘던 매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2016년 대비 2018년 매출이 각각 1749억원과 1776억원으로 거의 성장하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197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황이 나쁘면 가맹본부와 가맹점 수도 줄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맹본부·브랜드·가맹점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16년 대비 2019년 10월 가맹본부 수는 4268개에서 5087개로 819개 늘었고, 가맹점 수는 21만8997개에서 25만1031개로 3만2034개 늘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프랜차이즈가 전쟁터가 됐다고 하면, 비(非)프랜차이즈는 지옥으로 변한 상황”이라며 “자영업 외에는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독립 업주들이 폐업하고 프랜차이즈로 넘어오면서 ‘통계적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코인노래방·스터디카페 창업 늘어

재창업에 나선 업주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되도록 인건비 비중이 적은 업종을 선호한다. 음료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는 매장형 카페보다 1인 카페를 택하는 창업자들이 늘었다. ‘커피만’ ‘더벤티’ ‘봄봄’ 등이 대표적으로 매출은 작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도 낮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계형 창업자들이 선택한다. 오픈부터 마감까지 아예 사람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코인노래방, 코인세탁소, 스터디카페 등도 각광받고 있다.

코인노래방은 과거 오락실마다 붙어 있던 노래방 부스만 따로 떼어낸 것 같은 시설이다. 복잡한 무인화 기술도 필요 없다. 동전 교환기와 음료 자판기만 들여놓으면 직원 없이 돌아간다. 코인노래방의 창업 비용은 부스 20개 기준 약 1억2000만원으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에 속하지만, 인건비 절감으로 인해 매출 대비 순이익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매출 700만원에 순이익 300만원 정도는 안정적으로 낸다”며 “잘나가는 매장은 직원 한 명 없이 한 달에 순이익 1500만원을 내는 곳도 봤다”고 했다. ‘무인 키오스크(kiosk)’를 설치해 카드 결제까지 지원하는 ‘세븐스타코인노래방’은 최근 20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독서실에서 진화한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도 최근 주목받는 업종 중 하나다. 코인노래방과 마찬가지로 무인화율이 높은 데다, 매장 내 설치한 자동판매기를 통해 식음료 매출도 올릴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최근 추세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업계 1위 ‘토즈’는 전국 374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수십 개 가맹본부가 신설되고 있다.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도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매장 보증금과 권리금 외에 인테리어 공사비로만 보통 3.3㎡당 200만~250만원 정도가 드는데, 기본형인 165.3㎡(50평) 기준으로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달한다. 유승범 카이스터디카페 대표는 “원래 키오스크를 개발해 스터디카페에 납품하다 업종이 유망하다고 생각해 지난해 직접 가맹본사를 창업했다”며 “‘무인화’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했다.


plus point

프랜차이즈의 변신
배달은 기본, 가정간편식에 온라인몰 운영도

기존 프랜차이즈 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 포화, 경쟁 심화, 소비 트렌드 변화 등에 따른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배달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배달의민족·요기요 등과 같은 플랫폼에 입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장 매출에서 한계에 부딪힌 가맹점이 배달도 겸할 수 있도록 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제휴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269개에 이르는데, 전통적인 배달 음식인 치킨·피자·야식뿐 아니라 음료·패밀리레스토랑요리·죽·삼겹살·회 등 다양한 음식 종류가 배달 음식으로 편입되는 추세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기업 대 기업 제휴를 통해 플랫폼에 들어오기 때문에 광고 노출 비용이 독립 업체보다 저렴하다”며 “프랜차이즈 입점이 플랫폼에도 도움이 돼 특별 프로모션을 제공하거나 소비자 홍보 차원에서 ‘반값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성비 높은 프랜차이즈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도 활로 찾기의 한 방법이다. ‘네네치킨’은 지난해 10월 ‘봉구스밥버거’를 인수했고, 그보다 앞서 ‘BBQ’도 ‘큰맘할매순대국’을 인수했다. 인수된 두 프랜차이즈 모두 ‘저렴한 한 끼’가 핵심 가치다.

가정간편식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한다. 원래 가맹본사는 가맹점에 제품을 반조리 형태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 정도를 조금만 높이고 제품 재해석을 가미하면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으로 바뀐다. 본죽은 ‘베이비본죽’이라는 이유식 브랜드와 간편식인 ‘아침엔본죽’을 내놨고, 교촌치킨은 지난 8월 일부 홀 매장에서 가정간편식의 일종인 ‘교촌닭갈비볶음밥’을 시범 판매했다. 최근엔 옥션·티몬·위메프 등 여러 오픈마켓으로 유통채널을 넓혔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의 ‘집밥 백선생’ 이미지를 이용해 ‘백쿡’이라는 종합 식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가정에서 간단하게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소불고기 양념과 매콤떡볶이 양념 등이 주요 상품이다. 굽네치킨은 전용 쇼핑몰 ‘굽네몰’까지 열어 닭가슴살을 이용한 만두·스테이크·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더는 유명 프랜차이즈 ‘이름값’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다양한 소비자의 선호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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