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은 국내 최초로 프랑스 밀가루를 도입해 만든 빵을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 SPC그룹
SPC그룹은 국내 최초로 프랑스 밀가루를 도입해 만든 빵을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 SPC그룹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보유한 SPC그룹은 2014년 4월 국내 최초로 프랑스 원맥(밀가루)을 들여왔다. 한국 소비자에게도 갓 빻은 프랑스 밀가루로 만든 ‘원조 바게트’를 맛보이기 위해서였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재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SPC그룹 구매팀은 수년에 걸쳐 프랑스 전역의 밀 생산지를 돌며 제품화 적합성 여부를 테스트했다. 구매팀은 단백질 함량이 낮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바게트나 캉파뉴 등 프랑스 빵 특유의 바삭한 크러스트(껍질)를 만드는 데 적합한 밀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밀로 만든 빵은 지금도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업체에는 양질의 식자재나 공산품 등 원자재 수급을 위해 각지를 누비는 구매팀이 있다. 이른바 상사맨과 비슷한 이미지다. 이들의 역할은 질 좋은 원자재를 찾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이 구매한 원자재는 가맹본부와 계약한 가맹점에 공급된다.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질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건 이들의 공로다.

그런데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구매팀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정부 규제 탓에 구매팀 직원들이 전 세계를 발로 뛰면서 값싸고 질 좋은 원재료를 찾아도 갑질하는 회사로 몰리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이는 가맹본부의 경영 비밀에 해당하는 차액가맹금 공개를 강행한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원자재 등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이윤을 붙여 받는 가맹금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차액가맹금 공개를 강제했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는 사실상 경영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차액가맹금 공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일례로 가맹본부 구매팀은 수급처와 일종의 선물 계약을 하고 원자재를 구매한다.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증권 선물 거래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이 차액가맹금 공개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말하는 필수 품목의 가맹점 공급 가격 기준은 평균 도매가격인데 이는 농작물 작황이나 어획량, 가축 전염병 등 불의의 이슈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라며 “일시적으로 국내 공급량이 늘어나서 평균 도매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선물 거래를 한 가맹본부는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차액가맹금 공개를 통해 이런 부분이 드러난다고 해서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구매팀의 노력이 쉽게 경쟁사에 노출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소문이 빠른 업계인데 경쟁 업체가 공개된 차액가맹금을 보고 어느 수급처에서 얼마에 계약했는지 등의 주요 정보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라며 “질 좋은 재료를 값싸게 사려는 구매팀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성이 부족한 규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식자재는 같은 채소·소고기·생선이라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구매팀은 질 좋은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할 때도 있다. 그러나 현행 차액가맹금 공개 제도에서 이런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유인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모자랄까, 넘칠까 긴장 유지해야 하는 업무

사실 구매팀의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SPC그룹은 올해 3월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인 ‘카페 아다지오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기존의 커피 원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SPC그룹의 구매 계열사인 SPC GFS의 구매팀은 차별화된 생커피콩을 구하기 위해 콜롬비아·에티오피아·과테말라·케냐 등 세계 주요 커피 산지를 돌며 일일이 품질을 확인했다.

대기업 계열 A 프랜차이즈에도 수십 명 규모의 구매팀이 있다. 이 회사 구매팀은 농수축산 원재료, 가공식품(유가공품·견과·농축산가공), 포장재, 판촉물, 장식물을 구매한다. 구매팀은 글로벌 공급사를 탐색하고 신규 공급처를 발굴해 공급사 간 경쟁을 유도한다. 시세 분석을 통해 가격이 싼 시점에 구매해 단가 경쟁력도 확보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쟁력 높은 구매 채널로부터 구매한 원자재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는 닭 생산량의 영향을 받는다. 주요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날이나 복날 등 대목에 치킨 프랜차이즈 구매팀 직원들은 하림이나 마니커 같은 닭고기 생산 업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닭 사육량에 따라 가맹점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의 경우 구매팀의 역할이 남다르다. 설빙은 과일이 들어간 여러 종류의 빙수를 사계절 내내 판매한다.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제품의 질에 편차가 생긴다. 구매팀은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해 식자재 구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아이에프가 2010년 론칭한 도시락 프랜차이즈 브랜드 본도시락의 경우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맹본부 차원에서 식자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 디저트 프랜차이즈 구매팀 관계자는 “구매팀은 유통 기한과 공급 물량을 잘 못 맞추면 가맹본부에 수억원대의 손해를 끼칠 수가 있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업무 의욕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plus point

프랜차이즈 상생 모범 사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디야커피 본사. 이 회사는 상생 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 지난 11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가맹점 수 3000개를 돌파했다. 사진 이디야커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디야커피 본사. 이 회사는 상생 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 지난 11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가맹점 수 3000개를 돌파했다. 사진 이디야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갑질 논란으로 자주 홍역을 치른다. 그러나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상생 경영 모범 사례로 꼽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11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3000호 가맹점을 돌파한 이디야커피가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했지만, 1%대 폐점률을 기록했다. 이디야커피는 물류 가격 인하, 마케팅 비용 본사 부담 등 가맹점주와 상생 경영에 연간 100억원을 투자한다. 매장 임대료 등 가맹점주들의 고정비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년 40억원 상당의 가맹점 공급 물품 가격을 인하하고, 일회용 컵 억제 정책이 시작되자 5억원을 들여 다회용 컵을 가맹점에 공급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장학금 ‘이디야 메이트 희망 기금’과 ‘장기 근속 아르바이트생 격려금’ 등에 매년 30억원을 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생 정책에 적극적인 가맹본부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이 회사를 꼽았다.

제과 프랜차이즈 브랜드 뚜레쥬르로 알려진 CJ푸드빌은 2016년 4월 프랜차이즈 사업 분야 최초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핵심 재료 공급가 인하, 가맹점주 계약갱신요구권 20년 보장 등이 포함됐다. SPC그룹은 아르바이트 학생 및 가맹점 대표 자녀를 대상으로 지급한 장학금 누적액이 올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빚은 등 SPC그룹 산하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중 매년 200명(학기당 100명)을 선발해 등록금의 50%를 지원한다.

김문관·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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