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성공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미국의 버거킹.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성공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미국의 버거킹.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효시는 1977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문을 연 림스치킨이다. 림스치킨은 현재 가맹 사업을 접었지만, 43년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역사의 문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해 매출액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양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했다. 그러나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 최근 3년간 가맹본부의 평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또한 매출액 5억원 미만의 가맹본부 비중이 50%를 넘어 경쟁 포화 상태다.

업계는 경쟁 포화 해결책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례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8년 외식 기업 해외 진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진출이 확인된 국내 외식 기업체(프랜차이즈 포함)는 166개, 매장은 4721개다. 전년보다 기업체 수는 14%, 매장 수는 21.3% 각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건 과도한 정부 규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9월 발표한 ‘한·미 가맹사업법 규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은 규제보다 자율적 거래 관계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가맹 사업 규제는 상당히 엄격하다.

독일·영국·프랑스의 경우 가맹 사업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률 자체가 없다. 일본도 가맹 사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은 없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거래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라인’만 있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분쟁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프랜차이즈 사업 종주국인 미국에는 가맹사업법이 있다. 세계 프랜차이즈 도입 효시는 1851년 미국의 ‘싱거 재봉틀 회사’다. 1970년 미국 델라웨어주와 1971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각 주에서 법률을 마련했다. 1979년 연방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룰(규제)을 제정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미국은 가맹사업법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달리 민사적 해결을 기본으로 하며 규제도 과중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합리적인 법 제도 아래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한 후에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규제 수는 미국의 두 배에 달한다. 미국에 없는 영업 지역 보장, 심야영업 거부권, 점포 개선 규제, 사업자단체 협의권, 계약 갱신 보장 기간 등이 한국에는 있다. 가맹본부 마진 공개 역시 미국에는 없다. 일례로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이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미국에서는 가맹점주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나 중도 계약 해지 제한 정도를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포함한 세세한 영업 활동이 모두 규제 대상이다.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취임 후 규제 강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제는 2017년 6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 취임 후 크게 강화됐다. 김 전 위원장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갑을 관계’ 프레임을 강조하면서 가맹본부를 옥좼다. 최근까지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가맹본부 차액가맹금 공개 강행이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원재료 등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이윤을 붙여 받는 가맹금을 말한다.

공정위는 김 전 위원장 시절 가맹본부의 차액가맹금 및 공급 가격의 상·하한가 등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연 매출 5000만원 이상인 가맹본부는 원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는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이 쉽지 않으니 공정위가 손쉬운 시행령 개정으로 이를 강행했다고 지적한다. 가맹본부들은 이권을 대변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통해 올해 초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현재 가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기울어진 잣대가 상생은커녕 갑을 관계만 부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승미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차액가맹금 공개 취지는 가맹 사업을 희망하는 국민에 대한 충분하고 정확한 가맹본부 정보 제공”이라며 “주로 브랜드의 통일성 유지를 위한 맛과 품질과는 무관한 품목에 대한 공급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회에 계류된 53개 가맹사업법 개정안 중 46개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사업자단체 협의 요청권 및 권한 강화, 영업시간 규제 강화, 영업 지역 변경 제한, 구매 강제 행위 규제, 과징금 상향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가맹본부 관계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가맹 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인(私人) 간 거래로 해외처럼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승미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사실 미국 프랜차이즈처럼 가맹본부가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구조라면 매출액의 일정 부분, 이익의 일정 부분 등에 따르기 때문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분쟁의 소지가 확 줄어들 것”이라며 “공정위는 한국 현실에 맞는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plus point

규제 피해 해외에서 성공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

한국의 프랜차이즈 규제가 과도하다 보니 아예 해외를 공략해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1월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가 급성장하면서 KFC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새로운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이 미국에 폭풍을 몰고 온다”고 했다. 시애틀타임스도 “한국식 치킨이 햄버거 전문점인 ‘쉐이크쉑’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다”라면서 “시애틀 매장에서 이를 먹으려면 30분은 줄을 서야 한다”고 했다.

이들 매체가 언급한 업체는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인 ‘본촌(Bon Chon)’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본촌은 미국 내 90여 개 매장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34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5% 급증했다. 서진덕 본촌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미 포화 상태인 한국 치킨 시장에서 도망쳐,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과 비교해 해외 매장이 가장 많이 늘어난 프랜차이즈는 CJ푸드빌(99개)에 이어 본촌(69)이 2위를 차지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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