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홍 서울대 법대, 고려대 법학 박사,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한국유통법학회 회장
최영홍
서울대 법대, 고려대 법학 박사,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한국유통법학회 회장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짝퉁’ 경제민주화의 영향으로 경쟁이나 효율보다는 상생이라는 논리가 압도하게 됐고, 이러한 추세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12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최 교수는 한국 가맹사업법 제정에 기여했던 프랜차이즈 관련법 전문가다. 그는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치장된, 독소적 규제 조항이 가맹사업법에 대거 도입됐다”며 “적어도 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가 최근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최 교수와 일문일답.


왜 프랜차이즈 산업을 과잉규제하나.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규제가 강화된 것은 경제민주화가 신성불가침 명제가 되기 시작한 2012년 무렵부터다. 일부 인사의 왜곡된 주장에 정치권이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처럼 우리도 경제민주화를 이룩하자’는 생각으로 부화뇌동하며 무분별하게 규제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독일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연합군 장군이 주둔하며 각각 경제민주화를 요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경제적 기반인 군벌 기업의 독점을 해체하고 경쟁을 촉진하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독일이나 일본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미 화석(化石)이 된 용어다. 이처럼 ‘원조’ 경제민주화 국가에서 퇴출당한 지 오래된 경제민주화가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적 이슈로 변질해 유령처럼 횡행하고 있다. ‘짝퉁’ 경제민주화의 영향으로 경쟁이나 효율보다는 상생이라는 논리가 압도하게 됐고 이러한 추세는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정작 독일에는 프랜차이즈법 자체가 없다.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치장된, 독소적 규제 조항이 가맹사업법에 대거 도입됐다. 무지한 입법자들이 황당한 규제를 호기롭게(?) 법제화한 결과다. 선진 대기업과 경쟁을 위해서 적어도 선진국에 없는 프랜차이즈 규제는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위해 참고할 해외 사례는.
“유럽 선진국인 독일, 영국, 프랑스에는 별도의 프랜차이즈 규제법이 제정돼 있지 않다. 자국민은 똑똑하고 현명하니까 가맹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조건을 충분히 살피고 계약 체결 여부를 검토하기 때문에 굳이 법으로 가맹본부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국민도 계약 의식이 성숙하면 가맹사업법이 필요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한데, 그 모범적 예시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을 들 수 있다. 필요한 규제를 하면서도 불필요한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향후 우리 가맹사업법의 독소적 규제조항을 개정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맹본부 수는 많지만, 세계적 명성을 갖춘 대형 가맹본부는 거의 없다. 또한 영세하고 모방적인 가맹본부가 ‘떴다방’ 식으로 난립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 가맹점주 역시 자기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보다 과도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데 치우쳐 가맹본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정치권도 가맹점주의 요구를 법제화하는 일이 마치 정의로운 일처럼 규제에 앞장서는 포퓰리즘 행태를 보였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만 가맹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폭넓게 보호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차액가맹금 공개에 따른 가맹본부의 반발이 거세다. 합리적 해결 방향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차액가맹금(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원재료 등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이윤을 붙여 받는 가맹금) 공개를 법제화하자, 그간 매출액 대비 정률제나 정액제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가맹금을 수취해 오던 대다수 가맹본부가 강력히 반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적으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로부터 브랜드 사용이나 교육·훈련·지원·통제 대가로 받는 모든 가맹금은 정보공개서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먼저 법령을 체계에 맞게 잘 정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문제다. 현행 가맹사업법에선 적정한 물품공급 도매가격을 ‘가맹본부가 해당 물품이나 용역을 다른 사업자로부터 구입해 공급하는 경우 그 구입가격’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구입가격’을 ‘구입가격에 소요경비 등 통상적 마진을 부가한 가격’으로 바꿔 차액가맹금 조항을 신설해야 했다. 현재 공정위의 정책은 대다수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중간 마진을 받는 것처럼 오해받게 했다. 결국,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관계에 가맹본부가 부풀려진 차액가맹금을 수취한다는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는 문제를 낳았다. 해결책은 이 부분을 수정·정비할 때까지 차액가맹금 공개를 유보하는 것이다.”

차액가맹금이 영업비밀이라는 가맹본부 주장에 대한 의견은.
“동의한다. 차액가맹금의 구체적 형성과 크기 등에 관한 정보는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써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한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필수품목을 팔기 위해 상위공급자로부터 상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때 낮은 가격에 나은 조건을 제시해 취득하고, 그러한 구매 활동 및 구매 상품이나 용역의 재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채용·유지하고, 그 판매가격을 설정하는 것과 관련된 정보는 다른 가맹본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영상 정보에 해당한다.”

일정 매출에 가맹금을 부과하는 로열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열티(브랜드 사용료) 제도가 정착되면 가맹계약 당사자 간의 관계가 한층 투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프랜차이즈 도입 초창기부터 로열티 제도를 선호하지 않았다.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로열티 제도 정착이 대가관계를 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그 실행과정에서 오히려 갈등이 유발·증폭될 수도 있다. 가능하면 신규 계약자 위주로 전환하고 기존 계약자에게는 계약 갱신 때를 기다려 개별적으로 로열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규제는 분재(盆栽)에 비유할 수 있다. 분재는 나무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억압해 예쁘게 조작한다. 그래서 분재 농장에선 결코 울창한 산림이나 풍성한 목재가 생산될 수 없다. 규제가 세상을 정의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국가 발전이나 국민 생활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불합리한 규제를 발의하는 입법자는 실제로는 규제의 폐해를 모르거나 의로운 일을 하는 척하는 위선자일 수 있다. 국민이 공직자를 냉철하게 재평가하면 그러한 입법자는 사라지게 된다. 선진국에서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프랜차이즈 규제가 사라진 것은 바로 국민의 각성한 힘 덕이다.”

임수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