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서울대 대학원 정신과학 박사,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수련이사, 한국치매협회 이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치매 및 기억감퇴 클리닉 책임교수 / 사진 전준범 기자
이동영
서울대 대학원 정신과학 박사,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수련이사, 한국치매협회 이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치매 및 기억감퇴 클리닉 책임교수 / 사진 전준범 기자

“진료실에 누가 찾아오는지 보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낍니다. 10년 이상 지속해온 치매 관리 사업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겠죠.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갈 길은 멀지만요.”

12월 5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만난 이동영 서울시 광역치매센터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치매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크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미리 대비하는 사람이 꽤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자신의 외래 환자 부류 변화를 근거로 삼았다.

“10여 년 전에는 이미 기억력이 너무 나빠져 일상생활에 문제 있는 사람, 의사가 굳이 진단해주지 않아도 정상이지 않음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주로 왔어요. 요즘은 경도인지장애군이나 그보다 더 말짱한 이가 진료실 문을 열어요. 관리를 일찍 시작하면 치매로부터 멀리 도망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죠.”

2000년대 초반까지 치매는 ‘걸리면 약도 없고 대책도 없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이런 인식을 대변하듯 국가의 치매 관리 초점도 대부분 중증 환자 수용시설에 맞춰져 있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25개 자치구에 순차적으로 치매지원센터(현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면서 ‘중증’에서 ‘초기’로 치매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했다. 이 센터장은 치매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광역치매센터를 2007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넘게 이끌고 있다.

“치매도 예방하면 얼마든지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점, 걸리더라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리고 싶었어요. 문제는 이 사실을 알리려면 사람들이 병원에 와줘야 하는데, 오질 않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문턱을 낮추자. 집 근처에서 쉽게 검진받고 의심 증상이 보이면 큰 병원과도 쉽게 연계할 수 있는 중간 시설을 만들자’라고 해서 탄생한 게 현재의 치매안심센터입니다.”

많은 이의 치매 정복을 도우려는 이 센터장의 노력은 센터 밖 연구자의 삶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같은 대학 묵인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가의 양전자 단층 촬영(PET) 대신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뇌 속에 타우 단백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브레인’에 발표했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유발 물질로 추정된다.

한국의 본격적인 치매 관리 사업에 직접 관여하고 또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이 센터장은 “앞으로는 서비스 품질 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한국이 굉장히 선도적인 모델을 잘 구축했어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도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좋은 시설을 만들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멋진 인프라를 살리는 건 결국 서비스 수준입니다.”

이 센터장은 일본의 요양 서비스 전문성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경우 나이 지긋한 분들이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해 돌봄 현장으로 가요. 반면 일본에서는 요양 보호사가 되려면 전문대학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죠. 전문성에 젊음까지 겸비한 보호사가 매년 쏟아집니다. 이들이 현장에서 10년만 경력을 쌓아도 엄청난 요양 전문가가 돼요.”

한국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비단 치매 영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조만간 한국은 일본을 앞서는 고령 국가 반열에 오르잖아요. 인프라를 잘 만들었으니, 이제는 속을 채울 때입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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