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단체 ‘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은 치매 환자도 보통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치매 환자가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행사를 부정기적으로 연다. 일본 정부 역시 치매 환자와 ‘공생’하는 데 방점을 둔 다양한 치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 홈페이지
일본 민간단체 ‘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은 치매 환자도 보통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치매 환자가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행사를 부정기적으로 연다. 일본 정부 역시 치매 환자와 ‘공생’하는 데 방점을 둔 다양한 치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주문을 잘 못 알아듣는 식당’ 홈페이지

많은 국가가 치매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치매 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은 치매 정책 선진국으로 꼽히며 다른 국가들이 치매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한다. 이들 국가는 ‘치매 수뇌회담(Dementia Summit)’을 통해 정보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 치매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G7 국가 중 미국·일본·프랑스의 치매 정책을 살펴봤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에 승인한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 법(NAPA)’에 기반해 2012년 ‘알츠하이머 관리를 위한 국가 계획(2012~2015년)’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총 1억5600만달러(약 1800억원)에 이른다. NAPA 제정으로 미국의 모든 주가 이 계획을 추진하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미국은 알츠하이머 연구 활성화를 위해 제도·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의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하고 소수 인종의 알츠하이머 연구도 장려했다. 2014년 12월에 ‘알츠하이머 책임법’이 제정되면서 알츠하이머 연구를 위한 예산 투입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알츠하이머 연구비로만 2015년 2500만달러, 2016년 5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일본은 2000년 고령화 시대 의료·복지 시스템의 법적 기반이 되는 ‘개호보험법’을 발효했다. 2006년 개호보험법 개정 당시 ‘고령자의 존엄 유지’를 목적에 추가하며 치매 환자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정책 제안을 거쳐 2012년 ‘치매대책추진 5개년 계획(2013~2017년)’, 일명 ‘오렌지 플랜’을 공표했다. 오렌지는 노년의 노을 색을 의미한다.

오렌지 플랜이 실행 중이던 2014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G7 치매 수뇌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향상된 치매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치매 환자를 위한 치매-친화적 지역사회의 성장을 위해’라는 슬로건 아래 ‘치매관리종합정책(2015~2025년)’을 내놨고, 이는 ‘신(新)오렌지 플랜’으로 불린다.

신오렌지 플랜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치매 정책은 치매 환자도 살기 좋은 ‘공생’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일본은 2004년부터 공문서에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의 치매 대신 객관적인 용어 ‘인지증(認知症)’을 사용하고 있다. 오렌지 플랜의 대표적 결과물인 치매 카페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일반 지역주민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치매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공간이다. 현재 일본 전역에 치매 카페는 5000여 개에 이른다. 치매 환자를 도우려는 자원봉사자들이 ‘치매 서포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치매 환자 가족까지 챙겨

프랑스는 이미 2001년부터 국가 차원의 치매 정책을 시행해왔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제4차 퇴행성뇌신경 질환 종합 관리대책(2014~2019년)’은 정책 대상을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퇴행성 뇌신경 질환까지 확대했다.

프랑스는 치매 환자의 조호자(환자를 돌보는 배우자, 자녀 등)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특히 심리적 지원제도가 유명하다. 프랑스는 매년 치매 환자 조호자에 대한 건강관리 모니터링을 통해 정신 건강 상담을 진행한다.

또, 프랑스는 조호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중증 치매 환자 관리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병원 내에 치매 전문 병동 격인 인지행동장애단위시설(UCC) 설치를 확대하고 있는 것. 이 시설은 폭력과 망상 등 행동장애를 보이는 중증 치매환자의 증상 완화와 안정에 중점을 둔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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