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서울시 금천구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 연합뉴스
5월 7일 서울시 금천구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 연합뉴스

세종특별자치시에 거주하는 김모(75)씨는 가족과 연락이 끊겨 혼자 살고 있었다. 기초수급자인 그가 교류하는 사람은 주민센터 직원뿐. 그러던 중 병원에서 뇌졸중 진단 1년 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 증상이 있는 채로 홀로 살다 보니 생활 습관이 망가졌다. 쓰레기 더미가 된 집에서는 악취가 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4월 정부가 운영하는 세종시 치매안심센터에 그를 데려갔다.

그곳에서 검진과 상담을 받은 김씨는 주 3회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지역 봉사단체가 그의 집을 대청소해줬다. 상태가 호전된 그는 6월부터 치매안심센터에 직접 나와서 다른 노인과 함께 운동, 미술, 음악과 같은 인지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김씨에게 시간 개념을 인지시키고 대중교통 이용법을 가르쳐 준 결과였다.

김씨가 치료를 받은 치매안심센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과제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치매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김씨와 같은 치매에 걸린 노인을 방치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정책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데 치매안심센터가 서비스센터 역할을 담당한다.

치매안심센터는 기존 치매 관리 체계를 모델로 계획됐다. 그동안 중앙치매센터와 광역치매센터는 치매 관리의 큰 틀을 짜고 지역 보건소 단위 치매상담센터(현 치매안심센터)는 지역 사업에 집중했지만 50개 미만의 센터만 기능하면서 방치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보건소 단위 치매안심센터를 올해 256개까지 늘리고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9월까지 전국에 231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됐다.

치매안심센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치매 조기검진 사업, 치매예방 등록 관리 사업, 가족지원 사업, 치매지역사회자원 강화 사업을 진행한다. 또 치매쉼터와 가족 카페를 만들어 가족의 생활까지 돕는다. 치매 환자 보호자 역할을 민간 부문에서 정부 부문으로 이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점조직으로 뻗어 있는 지방 치매안심센터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25명 내외의 인력과 보건 업무를 담당할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협력의사로 안심센터에 배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협력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초 정부는 협력의사가 주 8시간 근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장시간 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권장 근무 시간이 주 4시간으로 줄었다. 이 경우 환자가 같은 협력의사를 만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협력의사 중 33%(74명)가 4시간만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충북과 충남 지역의 경우 8시간 근무 인원은 각각 2명, 3명에 불과한 반면 4시간 근무 인원은 12명, 13명에 달했다.


치매 예산 조기 소진…재원 마련 숙제

치매국가책임제는 한국이 중부담 중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고령화 사회에 치매는 보편적인 ‘국민 질병’이 될 예정인데, 정부가 전 치료 과정을 금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여력과 예산 예측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당장 올해부터 치매 치료 관리 지원비 지급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치매 치료 관리비는 만 60세 이상,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의 치매 환자에게 약값과 진료비 명목으로 월 3만원씩 지급하는 현금 복지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치료 관리비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책정했던 예산 135억900만원 중 절반 이상(76억7700만원)이 지난 5월까지 사용됐다. 신청자가 많은 지역에선 6월부터 배정 예산이 동났다고 한다. 지난 5~6개월간 지원금을 받지 못한 곳이 생겨났고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추가 예산을 신청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올해 부족분 40억원 예산을 급히 추가 편성했다.

월 3만원 소액 관리비 예산도 조기 소진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가 재원 마련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치매에 대한 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해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신경인지검사나 자기공명영상법(MRI) 같은 치매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치매 환자의 총관리 비용은 연간 1인당 2054만원에 달한다.

대한신경과학회지가 발간한 ‘치매국가책임제의 현재와 미래’에서 전문가들은 “치매는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일 뿐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로 향후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막대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이 투입되는데 치매 환자 가족이 아닌 수많은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plus point

“2020년 치매국가책임제 내실화에 집중”

전준범 기자

민영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 사진 전준범 기자
민영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 사진 전준범 기자

12월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민영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치매국가책임제를 2년간 추진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으나 그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발견됐다”며 “내년에는 제도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국민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민 과장은 치매안심센터를 예로 들며 “농어촌 지역의 일부 안심센터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홍보가 덜 됐고, 접근성에 따라 센터 간 활성화 편차도 심한 편”이라며 “지역 내 요양병원·복지관 등과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문인력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올해 10월 열린 제2차 국가치매관리위원회에서 치매국가책임제 내실화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치매안심센터 사용 시간 연장을 비롯해 향후 9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치매 조기진단·예방·치료 기술을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담겼다.

민 과장은 “치매인과 비(非)치매인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치매 안심 마을’ 운영, 저소득 치매 노인에 대한 ‘공공후견’ 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치매 정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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