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전자 단층 촬영(PET)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또는 기타 질환 소견을 받은 뇌 영상과 정상 소견을 받은 뇌 영상. 사진 강북삼성병원
왼쪽부터 양전자 단층 촬영(PET)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또는 기타 질환 소견을 받은 뇌 영상과 정상 소견을 받은 뇌 영상. 사진 강북삼성병원

치매의 대명사 격인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발병기전은 아직까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이나 타우 단백질의 엉킴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치매로 이어지는 뇌 손상은 한 번 발생하면 완전히 복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치매 연구는 예방을 위한 진단과 정확한 원인 규명, 원인을 바탕으로 한 치료법 개발에 집중된다. 올해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외 치매 연구를 진단·원인·치료 등 영역별로 살펴봤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조기 진단에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찾아내는 양전자 단층 촬영(PET) 검사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높은 비용 탓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이 검사받는 경우는 드물다.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검사받아,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치매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검사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묵인희·이동영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월 ‘브레인’에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인 정도를 혈액 검사로 예측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PET 검사와 비교해 85%의 정확도를 보였다. 상용화 시 피 한 방울로도 간단하게 치매 진단이 가능하다. 혈액뿐만 아니라 땀, 침을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연구 성과도 있다. 김명옥 경상대 교수 연구팀은 피·땀·침 등을 시료로 사용해 잠복 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내는 진단 키트를 개발했고, 해당 연구 결과를 지난 9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치매 원인은 노화? 유전자?

미지의 영역인 치매 원인을 밝히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 기능이 떨어지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뇌막 림프관은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하는 하수구 역할을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는데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 분야에서 뇌막 림프관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퇴행성 신경질환 센터(DZNE)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 7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나이가 들면서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서 더 빨리 퍼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 관련 연구도 있다. 지난 2월 ‘네이처 제네틱’ 온라인판에는 치매 관련 변이 유전자 20종을 새로이 밝혀낸 국제 알츠하이머 치매 게놈 프로젝트(IGAP) 공동연구단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치매 치료 관련 연구는 치매 유발 인자를 제거해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데 목적을 둔다. 약물치료가 보편적인데, 이를 더욱 용이하게 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의대 산하 록펠러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이달 초 열린 북미방사선학회 과학분과 연례회의에서 집속초음파를 이용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줄이는 치료법을 발표했다. 환자에게 헬멧 형태의 기기를 씌우고 고강도의 집속초음파를 순간적으로 발사하면 빗장 역할을 하는 혈액뇌장벽이 약화하고 약물 주입이 용이해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의 김종필 교수와 박한슬 연구원은 쥐 실험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BACE1’를 잘라내 응집 현상이 줄어드는 연구 결과를 지난 3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했다. 해당 연구진은 향후 원숭이 등 몸집이 큰 동물 실험을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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