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 기업 사회공헌은 비영리기관(NPO)이나 정부기관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가 중요해지면서 사회공헌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기업이 직접 사업을 진행하면서 NPO, 공공기관, 미디어 등 여러 주체를 모아 사회적 문제 해결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는 모델이 많다. 기업이 정부의 행정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독거 노인에게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 스마트 스위치 같은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SK텔레콤의 ‘행복커뮤니티 ICT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업에 속도를 냈다. 8개의 시청, 구청과 협력해서 대상 가구를 파악하고 2019년 5월 중순까지 총 2100명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했다.

기업이 정부에 사업 참여를 설득하기도 한다. 정부가 기업에 ‘손목 비틀기’ 식으로 사업 예산을 받아내던 사회공헌의 방식이 바뀐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광양시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아동 보호 쉼터 건립을 제안했다. 전라남도 지역에 남녀 아동보호시설이 순천과 해남으로 양분돼 있어 아동학대를 당한 남매가 분리 보호되는 2차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경쟁 기업 ‘네슬레’와 ‘다농’ 친환경 동맹

다국적 협력 모델이 일찍 안착한 해외에선 경쟁 기업도 협력 대상으로 본다. 일종의 동맹 체제를 만드는 방식이다. 양대 생수 기업인 네슬레와 다농은 2017년부터 ‘내추럴 보틀 동맹(NaturALL Bottle Alliance)’을 맺었다. 두 회사는 재생 가능(100% 바이오 원료)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소재 개발 회사 오리진 매트리얼스(Origin Materials)에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맡겼다. 또 다른 경쟁사 펩시코도 지난 9월 이 동맹에 참여했다.

캠페인 형태의 동맹은 특히 홍보 효과가 크다. 변화가 다발적으로 일어나 프로젝트 성과를 거두기도 수월하다. 2010년 서브웨이·A&P·보스턴마켓과 같은 식료품 기업을 비롯해 뉴욕시, 전미심장협회 등 26개 단체가 협력해 ‘전국 소금 섭취 줄이기 이니셔티브’를 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뉴욕시장이 대대적으로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A&P는 미국 동북부 연안 지역 수퍼마켓 435곳에서 ‘미국의 선택(America’s choice)’이라는 라벨이 붙은 저염 식품을 판매했다. 유엔 여성기구에서 만든 ‘탈선입견 동맹(Unstereotype Alliance)’에는 갭·마텔·애플 등 세계적 기업이 참여했다. 성차별적 광고 내용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애플은 호주에서 동성 부부를 광고에 담았고, 마텔은 소녀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의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업 간 협력을 증진하는 기관도 있다. 1982년 영국 찰스 왕세자가 기업의 사회공헌 협력 모델을 위해 만든 기관 ‘BITC (Business in the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현재 1000개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데 사회 문제를 지정하고 기업별 자원을 모아서 협력 모델을 만든다. 수혜자 영향 평가를 거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면 왕실 기금을 지원받는다.

컨설팅 회사 FSG와 아스펜 연구소가 만든 다국적 협력 플랫폼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에선 전 세계 기업과 조직이 예술·문화, 공동체, 경제, 교육 등 협력 프로젝트 사례를 공유한다. 연구 결과나 사업 성과를 나누는 정보 공유 플랫폼이다. 현재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포드 재단, 윌리엄 앤드 플로라 휴렛 재단 등 세계적 기업의 창업자가 만든 재단이 포럼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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