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중고 옷을 수선해 트럭에 싣고 미국 곳곳을 다니며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스미스 록 스테이트 파크에서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중고 옷을 수선해 트럭에 싣고 미국 곳곳을 다니며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스미스 록 스테이트 파크에서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파타고니아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를 하겠다며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CSV를 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비용만 쏟아붓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사례가 더 많다.

CSV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사회공헌 분야의 여러 전문가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례를 연구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CSV 전략을 내놓고 있다. 각각의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게 △기업의 사업 및 브랜드와 잘 맞는 사회문제 선정 △적절한 사회문제 해결 방법과 평가 △조직 구조 재설계 등 3가지 공통점을 추려낼 수 있다.


네슬레는 카카오 농가의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작물 생산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보급했다. 코트디부아르에 위치한 한 농가에서 농부가 카카오 묘목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 네슬레
네슬레는 카카오 농가의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작물 생산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보급했다. 코트디부아르에 위치한 한 농가에서 농부가 카카오 묘목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 네슬레

성공 전략 1│사회문제 선정하기

CSV의 대표주자 파타고니아는 브랜드에 맞는 사회문제를 선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등반에 필요한 강철 피톤(암벽을 오를 때 바위에 박아 넣어 중간 확보물로 쓰는 금속 못)을 만들어 팔았는데 강철 피톤이 암반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암반의 자연적인 틈에 거는 알루미늄 초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각종 등산용품, 등산복 등 친환경 제품 생산에 착수했다. 100% 유기농 목화로 만든 데님, 재활용 원단, 염색하지 않은 캐시미어, 고무 대체품 율렉스(Yulex) 등이 나왔다. 파타고니아는 중고 옷 구매를 장려하고 망가진 옷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급기야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이라는 슬로건까지 내놨다. 이 같은 철학에 미국인은 열광했고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단숨에 올라섰다.

덴마크 펌프 제조업체 그런포스는 사막과 시골에 태양열을 이용한 펌프를 설치해 지역 주민에게 식수를 제공했고, 방글라데시 기업 그라민폰은 마을 PC방이라 할 수 있는 ‘그라민폰 커뮤니티 인포메이션 센터(GCIC)’를 만들어 농촌과 도시의 정보 격차 해소에 기여했다. 미국의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Alcoa)는 알루미늄 캔 재활용 비율을 75%까지 끌어올려 환경 오염을 줄이고 기업의 경제적 가치도 높인 사례로 꼽힌다.

어떤 사회문제가 기업에 적절한지를 두고 고민할 때는 UN 개발정상회의가 선정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 과제 17개 중에서 기업의 본업과 가장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과제를 택하는 것이 좋다.

2017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된 ‘사회적 목적을 기업의 경쟁력으로(오마르 로드리게스 빌라 조지아공대 경영대 조교수, 선더 브하라드와즈 조지아대 테리경영대학원 마케팅 학과장)’라는 보고서는 사회문제를 발굴하는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최근 화두가 되는 지역 문제를 찾아 브랜드에 접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맥주 회사 버드와이저가 대표 사례다. 미국에서 이민자를 향한 반감이 증가해 여러 갈등이 발생했던 시기에 버드와이저는 창업주 아돌푸스 부시가 맥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조국 독일을 떠나 미국에서 버드와이저를 설립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맥주를 매개체로 화합과 평화를 장려한 이 캠페인으로 버드와이저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제품을 계속 팔아왔던 시장이 아닌 대체재, 보완재 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일의 브리타(Brita)는 수돗물을 걸러 마실 수 있는 필터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생수 시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부상하자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 필터를 장착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브리타는 친환경 물병을 출시한 이후 3년 만에 매출이 47% 뛰는 성과를 거뒀다.


GE의 옌바허 가스 엔진.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건물 내부나 소형 주거 단지의 좁은 부지에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도시 가스, 하수 가스, 바이오 가스, 메탄 가스 등 버려지는 에너지 자원을 전기·열 에너지로 변환해 공급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사진 GE코리아 블로그
GE의 옌바허 가스 엔진.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건물 내부나 소형 주거 단지의 좁은 부지에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도시 가스, 하수 가스, 바이오 가스, 메탄 가스 등 버려지는 에너지 자원을 전기·열 에너지로 변환해 공급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사진 GE코리아 블로그

성공 전략 2│성과 측정하기

CSV가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측정이 제대로 돼야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과를 경영진, 주주 등과 지속적으로 공유한다면 기업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사회공헌 예산을 줄일 일도 없어지고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전략이 수정되는 일도 없어진다.

퓨마와 노보노디스크는 가공 단계에 따른 제품별, 공급 사슬 단계별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재무적 가치로 환산한 ‘환경손익계산서(EP&L)’를 공개한 대표 사례다. 국내의 경우 SK그룹이 2018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기록하는 ‘DBL(Double Bottom Line·더블보텀라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예컨대 전기를 아끼는 저전력 반도체, 장애인 고용 등을 사회적 가치를 높인 성과로 기록하고 반대로 법 위반이나 과태료 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기록하는 식이다. SK하이닉스가 첫 적용 대상 계열사였는데, 이 회사는 2017년 7조86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임금, 법인세, 배당금 등을 모두 사회적 가치에 포함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가 함께 쓴 ‘넥스트 챔피언(2019)’에서는 △사회문제 △사회적 가치 △고객 가치 △기업활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경제적 가치 등 4가지로 나눠 CSV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네슬레의 ‘코코아 플랜’을 예로 든다. 네슬레는 전 세계 코코아의 40%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의 빈곤 문제에 주목했다. 농가의 빈곤이 심화되고 코코아 생산량이 줄어들면 코코아를 원료로 ‘킷캣’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네슬레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문제는 ‘카카오 농가의 소득 악화’이며 농가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증대하는 것에 해당된다. 고객(카카오 농가) 가치는 코코아 생산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며 경제적 가치는 코코아 활용제품의 판매 증진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단계별로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고 평가도 가능해진다.


성공 전략 3│조직을 바꾸라

성공한 CSV 기업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조직이 전체 사업부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네슬레는 CSV 부서가 따로 없고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CSV 전략위원회가 수시로 열린다. CSV 전략위원회는 네슬레가 주력하고 있는 영양, 물, 농촌 개발, 환경 지속 가능성, 인권 등 5가지 영역별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CSV 프로젝트별로 유관 부서들의 현황을 공유하고 문제점과 투자 계획 등도 논의한다.

강력한 리더십이 CSV의 동력이 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05년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회장이 ‘환경은 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 사업 부문을 대폭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GE 임원 200명 중 195명이 반대했다. GE는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생태를 뜻하는 ‘Ecology’와 상상력을 의미하는 ‘Imagination’을 결합한 신조어)’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GE는 이를 통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750억달러(약 87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모듈형 카펫타일 회사 인터페이스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1996년 ‘미션 제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환경전문가로 구성된 에코드림팀을 구성하고 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자회사 IRC(Interface Research Corporation), 교육을 위한 OWL(One World Learning) 조직을 만들었다. 미션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준비과정에만 2년이 걸렸다.

회사는 모든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립했고 이 결과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0만3400t의 폐기물을 줄였다. 원가 절감액은 4억5000만달러(약 52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공정에 투입되는 원재료의 49%는 재활용 혹은 친환경 소재다. 경기침체가 이어졌던 2001~2003년 동종 업계 평균 매출은 36% 감소했으나 인터페이스의 매출은 17% 감소하는 데 그쳤고 점유율은 30% 올랐다.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했던 레이 앤더슨 CEO가 2011년 8월 사망했으나 인터페이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5%로 여전히 굳건하다.


plus point

실패하는 CSV: 일관성·진정성의 부재

유니레버는 계열 브랜드 도브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왼쪽)을 펼쳤으나 또 다른 계열 브랜드 엑스에서는 전형적인 미를 강조하고 여성을 성 상품화해 사회공헌 활동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 유니레버
유니레버는 계열 브랜드 도브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왼쪽)을 펼쳤으나 또 다른 계열 브랜드 엑스에서는 전형적인 미를 강조하고 여성을 성 상품화해 사회공헌 활동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 유니레버

기업의 핵심 역량과 동떨어진 영역에서 즉흥적이고 단기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2006년 덴마크의 세계적 산업효소 제조회사인 노보자임(Novozymes)은 제삼세계 빈곤층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장기적으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노보자임의 기본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었고, 사업상 불확실성이 컸다. 재원도 많이 필요했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내부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고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다.

도브의 경우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도전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도브의 모회사 유니레버가 남성 그루밍 브랜드 엑스(Axe)를 통해서는 노출이 심한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전형적인 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유니레버는 엑스의 광고를 중단했다.

2011년 맥도널드는 아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해피밀 세트에서 감자튀김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캐러멜 소스를 제거한 후 사과 조각을 추가했다. 해피밀 세트 칼로리가 기존보다 20% 낮아졌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피밀 칼로리는 600㎉가량으로 아이들이 먹기에 높은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피밀 세트를 건강한 음식인 것마냥 눈속임을 했다는 평가 속에 브랜드 이미지만 악화됐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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