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민 고려대 정경대, 하버드대 MBA, 델(Dell) / 사진 맥킨지
성정민
고려대 정경대, 하버드대 MBA, 델(Dell) / 사진 맥킨지

“시장이 크기 때문이죠.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을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서는 디지털 채널 활용이 필수이고, 그중에서도 왕홍 마케팅은 주류(主流)이자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은 한국 기업이 왕홍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 경제의 빠른 변화상을 꼽았다.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중국 14억 인구의 지갑을 열기에 왕홍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성정민 소장은 14년째 중국에서 비즈니스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창기 왕홍의 등장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그는 최근 5년간 중국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커진 왕홍경제의 위력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07년부터 맥킨지 상하이 사무소에 상주하며 중국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싱크탱크 조직인 MGI 중국 소장으로 승진했다. 맥킨지 전체에서 중국 관련 연구를 총괄하는 자리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성 소장과 1월 6일 콘퍼런스콜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왕홍경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 속도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 세계를 압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8억4000만 명으로 미국과 유럽 인터넷 사용자 수를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특히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한다. 모바일 결제 프로그램 침투율은 81%로 미국(2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알리바바, 위챗, 더우인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수도 5억~10억 명에 달한다. 왕홍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두 번째는 실물 경제의 발달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쉽다. 광둥(廣東)성은 ‘세계의 공장’, 저장(浙江)성 이우(義烏)는 ‘세계의 도매시장’으로 불린다. 이런 환경 덕분에 왕홍의 역할은 단순히 물건을 홍보하는 마케팅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공장을 세워 물건을 제조해 직접 판매할 수 있다. 산업화가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 배경은 중국 소비자의 특성이다. 중국 소비자는 의심이 많다. 가짜 우유, 가짜 백신, 가짜 달걀 등 불신이 만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광고 등 전통 채널과 브랜드가 말하는 것을 쉽게 믿지 않는다. 이런 중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것이 ‘입소문’, 즉 친구나 친지 등 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는 평판이다. 이 역할을 왕홍이 하고 있다. 친밀한 존재인 왕홍이 추천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왕홍 채널이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중국 유통 업계의 화두인 ‘신(新)유통’에서 왕홍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왕홍은 신유통을 구성하고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다. 신유통은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인데, 이 과정에서 디지털 채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제품·브랜드 인식 단계, 해당 제품·브랜드를 조사하는 단계, 구매하는 단계 등이다. 브랜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과 가능한 한 많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왕홍이 제공하는 정보가 영향력을 발휘한다.”

중국의 왕홍경제가 다른 나라의 인플루언서 산업과 다르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중국의 왕홍경제 트렌드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생태계가 조성되고 산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왕홍을 관리해주는 아카데미, 이들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왕홍 지망생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획사 등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루한(如涵·Ruhnn)이다. 대학교에서 왕홍 관련 코스를 개발하기도 한다. 왕홍 지망생도 많다. 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설문조사를 돌렸더니 절반 이상인 54%가 희망 직업으로 왕홍을 꼽을 정도다.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항저우(杭州)에 가면 왕홍 촬영기지도 있다. 거대한 촬영장이다. 단돈 몇백위안만 내면 프랑스, 한국, 미국 등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다. 외국에서 촬영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대기업의 움직임은 어떤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대기업도 왕홍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따롄(達人·달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질 좋은 콘텐츠를 올리거나 제품을 잘 소개하면 달인 칭호를 주는 것이다. 따롄들은 알리바바의 C2C(개인 간 거래)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제품을 팔 수 있다. 위챗도 마찬가지다. 공식 계정을 열어주는데 여기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과 마이크로 스토어 기능이 모두 있다. 왕홍이 제품을 홍보하면서 바로 팔 수 있다.”

왕홍의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중국에는 틈새시장이 없다는 말이 있다. 경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틈새 자체가 매우 크다는 뜻의 재미있는 말이다. 그래서 왕홍의 활동 분야가 다양하고 세분돼 있다. 핸드백을 전문으로 하는 왕홍 ‘미스터 백(包先生)’, 립스틱을 전문으로 하는 왕홍 ‘리자치’, 패션 부문 완판녀 ‘장다이’가 대표적이다. 지식 왕홍 ‘뤄쩐위(羅振宇)’, 기자 출신 왕홍 ‘우샤오보(吴晓波)’도 있다. 그래서 왕홍 생태계가 더욱 산업화할 수 있다.”

대형급 왕홍은 몸값이 최근 몇 년 사이 너무 비싸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왕홍도 팔로어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그중에서도 피라미드 상단에 위치한 왕홍은 연예인 수준으로 몸값이 뛴다. 값도 비싼 데다, 과연 투자 대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도 많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KOC(Key Opinion Consumer·영향력 있는 소비자)가 주목받고 있다. 유명 왕홍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팬이 생긴다. 특히 제품 분석력이 좋거나 평가글을 잘 쓰는 KOC의 후기는 영향력이 있다. 브랜드와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고, 다른 소비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들을 발굴해서 키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샤오홍슈에는 왕홍이 아니라 일반인 중에서 리뷰를 잘 쓰는 사람을 골라내 띄워주는 알고리즘이 있다.”

한국 기업의 왕홍경제 활용법은.
“왕홍을 디지털 마케팅 채널 중 하나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중국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 지출 규모도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왕홍이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한국 기업 사이에 왕홍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제조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산층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이들의 수요가 꾸준할 것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어떤 형태로라도 그 안에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유명 왕홍의 영향력을 믿고 단발성 캠페인을 진행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자기 브랜드와 왕홍, 중국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KOC를 발굴해서 함께 기획해성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중소 브랜드에는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나 KOC를 잘 기획하고 발굴하면 디지털 채널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 같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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